백색 중계소의 분류장에는 편지봉투가 눈처럼 쌓여 있었다.
하얀 바닥 위에 하얀 봉투, 하얀 조명, 하얀 제복. 이곳에서 흰색 페인트를 팔면 부자가 될 수는 없을 것 같다. 경쟁자가 너무 많다.
“소리가 난 위치를 추적해야 합니다.”
니아가 천장 쪽으로 손을 뻗었다.
“그런데 시설의 원천 공명과 자동 안내음이 같은 통로를 사용하고 있어요. 누가 말했는지 구분하기 어렵습니다.”
“안내음과 실제 민원을 섞어 놨다고?”
“네.”
“이 세계는 상담원이랑 자동응답기를 구별할 생각이 없구나.”
세이가 쪼르르 다가왔다.
“자동 안내음은 결함 없이 작동 중입니다.”
“그래서 문제가 될 수도 있어. 안내음이 아무리 정확해도 실제 사람이 말한 내용을 덮으면 안 되잖아.”
소년의 종이 눈썹이 삐죽 접혔다.
“그럼 제 업무가 줄어들지 않습니까?”
“그게 얼마나 부러운 일인지 나중에 알려 줄게.”
우리는 먼저 봉투 하나를 시험 대상으로 지정했다. 현장 장치를 함부로 변경할 권한은 없으니, 외부 표식이 확인된 W-001만 별도 시험장에서 관찰하기로 했다. 아르웬은 본 시설 규정과 중립 점검 규정의 충돌을 적은 신청서를 제출했다.
[수취 과정 비교 시험 — 1건]
[봉투 개봉 금지]
[실제 수령 의사 확인 여부 측정]
[장치 운용 상태: 유지]
세이는 신청서를 받자마자 정중하게 외쳤다.
“시험을 시작하려면 담당자 수령 확인이 필요합니다!”
“시험을 하려면 봉투를 받아야 한다고?”
“네!”
“봉투를 받으면 시험할 이유가 없어지잖아!”
“효율적인 시스템입니다!”
어떤 천재가 이런 절차를 만들었는지 얼굴을 보고 싶다. 아니, 얼굴을 보면 화가 날 테니 만나지는 말자.
테른이 작은 은빛 막대를 꺼냈다.
“수령 확인이 아니라 시험 기록 접수로 분리하면 되오. 봉투는 이동시키지 않고, 시험장을 봉투 주위에 만들면 되는 것 아니오?”
세이의 눈동자가 빙글 돌았다.
“시험장을 봉투 주위에…….”
“직원을 옮기지 말고 책상을 옮기는 거지.”
내가 거들었다.
시험에 들어가기 전에 문제가 하나 더 생겼다. 세이가 시험 참가자에게 번호표를 나눠 주기 시작했는데, 각 번호표의 뒷면에 아주 작은 글씨가 적혀 있었다.
[번호표를 수령함으로써 시설의 모든 통지 방식을 승인합니다.]
나는 반사적으로 번호표를 내려놓았다.
“아니, 잠깐. 이걸로 통지 방식 전체에 동의한 걸로 친다고?”
세이는 당연하다는 듯 대답했다.
“방문객에게 공통으로 제공하는 안내입니다.”
“안내랑 동의가 왜 같은 종이에 있어?”
“편리하니까요.”
“어느 쪽이 편리한데?”
세이는 답하지 못했다.
아르웬이 번호표 뒤 문구를 기록했다. 나는 내 이름이 적힌 종이와 실제 방문 허가서를 따로 보관했다. 한 장의 종이에 무엇이 쓰여 있는지 미리 알기 전에는 서명도 수령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루루가 손을 번쩍 들었다.
“그럼 빵집 영수증도 읽어야 해요?”
“읽어야지.”
“그럼 저번에 먹은 빵은요?”
“……혹시 영수증에 영혼이라도 팔았어?”
“포인트 적립에 동의했어요.”
“다행이다.”
정말 다행인가? 이 세계에서는 적립 포인트가 무슨 역할을 하는지 나중에 확인해야겠다.
세이는 한참 계산하더니 말했다.
“가능합니다. 다만 이렇게 하면 성적표의 수령률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괜찮아.”
“왜 괜찮습니까?”
“수령률이 높다고 편지가 다 도착한 건 아니니까.”
시험장에서는 세 가지 신호를 분리했다. 근접 감지, 수령 의사, 실제 전달 확인. 테른이 세 개의 수정 구슬을 나란히 올려놓자 첫 번째만 반짝였다.
[근접 감지: 있음]
[수령인 선택: 없음]
[전달 확인: 없음]
그런데 자동 분류 기록에는 또다시 ‘수취 완료’가 떴다.
루루가 화들짝 놀랐다.
“아무도 받지 않았는데요!”
“그래. 이제 그 차이를 증명할 수 있어.”
니아가 조용히 말했다.
“이렇게 만든 걸 누군가 실수로 놔뒀을 수도 있어요.”
“그렇지. 실수인지 의도인지 아직 몰라. 다만 지금 고쳐야 할 위험한 처리라는 건 분명해.”
세이는 종이 손가락으로 서로 다른 두 기록을 번갈아 가리켰다.
“제 성적표에는 완료라고 나옵니다.”
“그럴 거야.”
“그런데 여기에는 완료가 아니라고 나옵니다.”
“둘 다 적어 둬. 하나를 다른 하나로 바꾸지 말고.”
세이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손바닥에서 작은 접힌 종이가 펼쳐졌다. 거기에는 처음 보는 단추가 있었다.
[반송 사유 등록]
“저도 이런 기능이 있는지 몰랐습니다.”
“너 안내원 아니었냐?”
“사용률이 너무 낮아서 숨겨진 메뉴입니다.”
“숨겨진 메뉴로 문제를 해결하는 시스템은 대체 누굴 위해 만든 거지?”
반송 사유를 기록하자 거대한 분류장 안에서 종소리가 터졌다.
[W-001: 수령 확인 미완료]
[최초 자동 완료 표식: 효력 검토 필요]
[반송 처리 시작 — 원 수신 경로로 복귀]
“원 수신 경로?”
테른이 눈을 가늘게 떴다.
봉투가 유리함 속에서 미끄러졌다. 문을 열지 않았는데도 하얀 빛 하나가 바닥 아래로 이어졌다. 빛은 분류장의 중앙을 통과해 낡은 문 앞으로 모였다.
그 문에는 잠금쇠가 세 개 있었다. 맨 위에는 오래된 나무 문양, 가운데에는 은빛 관인, 맨 아래에는 검은 인장이 찍혀 있었다.
[반송 보관실]
[최종 입장 기록: 400년 전]
세이가 숨을 삼켰다.
“저곳은 없습니다.”
“눈앞에 있는데?”
“규정상 없다고 돼 있습니다.”
나는 문을 가리켰다.
“그럼 오늘부터 규정이랑 문이랑 싸워야겠네.”
어느 쪽이 이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눈앞의 문이 적어도 한 가지는 확실했다.
사백 년 동안 아무도 받지 못한 답변이 이 안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
제84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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