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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세계수 고객센터입니다 · 83화
PAYLUA ORIGINAL · 제83화

83화. 모두 배달했다고요? 주소가 없는데요?

세계수 고객센터입니다 · 3,173자

오프라인 책장
백색 중계소의 정문은 지나치게 깨끗했다. 넓은 계단에도 먼지가 없었고, 황동 문고리에는 지문 하나 남지 않았다. 사백 년 된 시설이라는 말을 듣고 폐허를 예상했던 나는 살짝 실망했다. 폐허라면 적어도 청소하지 않은 이유를 설명할 수 있지 않은가. “환영합니다.” 문이 열리자 흰 제복을 입은 작은 소년이 허리를 숙였다. 정확히 말하면 소년의 모습을 한 종이인형이었다. 피부 대신 얇은 종이가 여러 겹 포개져 있었고, 머리칼은 편지의 접힌 모서리처럼 반듯했다. “백색 중계소 안내원 세이입니다. 방문 목적을 입력해 주십시오.” “미수령 반송 기록 조사입니다.” 소년의 얼굴이 미소 모양으로 접혔다. “저희 시설에는 미수령 기록이 없습니다.” “그런데 저희가 가져온 이 편지는 받는 사람이 없는 상태로 수취 완료라고 적혀 있거든요.” “완료되었으니 문제가 없네요!” 아. 정말 멋진 사고방식이다. 주문하지 않은 택배가 도착해도 완료고, 현관에 두고 간 음식이 사라져도 완료인가. “완료 기록과 실제 수령을 비교해 보려고 합니다.” 세이가 머리를 조금 기울였다. “비교는 가능하지만 결과가 다를 수 있습니다.” “그럴 수 있죠.” “결과가 다르면 어느 쪽을 완료로 바꿉니까?” 나는 세이를 바라봤다. “……그 질문부터가 무섭네.” 우리가 안내받은 대합실은 거대한 분류장과 이어져 있었다. 한쪽 벽에는 은빛 상자가 수백 개 붙어 있었고, 다른 벽에는 구름으로 만든 관들이 천장으로 올라갔다. 관 속에서는 봉투들이 물고기처럼 헤엄치고 있었다. 니아가 설명했다. “바람 공명을 이용해 멀리 떨어진 숲과 마을로 소식을 전달하던 장치예요.” “그럼 여기 원래는 우편국이었군요.” “네. 계약서만 다루던 곳은 아니었을 거예요.” 테른이 바닥의 기술 표식을 읽었다. [발송 구분: 재난 경보 / 회답 / 분실 신고 / 계약 통지] 그런데 마지막 줄의 금속 색이 달랐다. 다른 표식보다 훨씬 새것이었다. “계약 통지는 나중에 추가됐네요.” “그렇게 보이오.” 세이가 우리 뒤에서 말했다. “계약 통지는 매우 중요한 업무입니다. 발송 지연 시 전체 통신의 신뢰도가 감소합니다.” “중요한 업무라는 건 누가 정했어?” “상부 운영 규정이요.” “상부는 누구지?” “상부 운영 규정에 따르도록 정해져 있습니다.” “그 규정은 누가 만들었어?” “상부 운영 규정이요.” 대화가 미궁에 빠졌다. 나는 아르웬을 돌아봤다. “소장님, 저거 끌 수 있습니까?” “사람처럼 질문하세요.” “아니, 세이가 아니라 규정의 무한 반복 기능 말입니다.” 세이는 잠시 침묵했다. “무한 반복 기능은 정상입니다.” 환장하겠네. 건물 안쪽 복도에는 오래된 편지들의 외부 표식이 걸려 있었다. 잃어버린 아이를 찾아 달라는 재난 경보, 다리가 무너져 우회로를 알려 달라는 신고, 먼 동쪽 숲에서 축제를 연다는 초청장. 원본 내용은 봉해져 있었지만 겉면의 발송 목적만으로도 한 시대의 모습이 보였다. “여긴 원래 유용한 곳이었네.” 내가 말하자 니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숲과 마을이 멀리 떨어져 있어도 서로 도울 수 있도록 만든 회선이래요. 아주 옛날에는 아이들이 글씨를 배우면 첫 편지를 이곳에 보냈다고도 해요.” “어떤 편지?” “날씨 이야기, 강아지가 태어났다는 이야기, 보고 싶다는 이야기요.” 루루가 몸을 빙글 돌렸다. “그럼 저도 편지 보내도 돼요?” “보내. 다만 이 시설부터 안전하게 만들자.” 그 말에 세이가 조심스레 다가왔다. “최근에는 그런 편지가 거의 없었습니다. 계약 완료 통지가 대부분이었죠.” 그의 얼굴은 여전히 웃고 있었다. 그런데 웃음의 모서리가 조금 젖어 보였다. 나는 갑자기 이 아이가 몇백 년 동안 같은 말만 반복했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우리는 우선 가져온 봉투의 보존 번호를 조회했다. 세이는 기다렸다는 듯 안내 수정을 내밀었다. [보존물 번호: W-001] [발송일: 기록 보류] [수령인: □] [수령 방식: 근접 감지] [처리 상태: 정상 완료] “가까이 가기만 하면 받았다고 쓴다는 뜻이지?” “네.” “그럼 우체부가 집 앞을 지나가면 배달 완료야?” “목적지 근처에서 반응이 감지되면 완료입니다.” “집 주소가 빈칸이면?” “가장 가까운 관측자를 목적지로 설정합니다.” “가장 가까운 관측자가 고양이면?” 세이가 멈칫했다. “고양이는 특정 구역에서 귀중한 생명체로 분류됩니다.” “고양이에게 계약서를 줬다고요?” “수령 상태는 완료입니다.” 나는 머리를 감쌌다. 아마 이 세계에서 가장 많은 계약을 한 존재는 인간이 아니라 창밖을 지나가던 참새일지도 모른다. 아르웬이 문서 비교 요청을 접수했다. 원본은 열지 않고 외부 표식과 운송 경로만 확인하는 제한 검사였다. 세이는 망설임 없이 허가했다. “미수령 기록이 없으니 검사 결과도 이상 없을 것입니다.” “그렇게 믿는 건 좋은데, 증명은 다르지.” 나는 봉투를 테른의 비접촉 유리함에 넣었다. 자동 분류기가 우리와 봉투 사이 거리를 측정하려고 눈금자를 쭉 내밀었다. 테른이 장치 앞에 격리막을 세우자 눈금자가 헛손질하듯 허공을 훑었다. “이상 상태!” 세이가 처음으로 놀란 표정을 지었다. “수령인이 보이지 않습니다!” “원래 없었어.” “그럼 누구에게 배송해야 합니까?” “그걸 물어볼 권리가 수령인에게 있지 않을까?” 세이의 목소리가 얇게 떨렸다. “저는 수령인이 없으면 제가 실패한 것으로 기록됩니다.” 그제야 이해했다. 이 아이는 성적표의 ‘100퍼센트’에서 빠져나올 수 없는 직원이었다. 아무도 받지 않았다고 적을 수 없는 우편국의 안내원. “세이, 네가 실패한 게 아니라 절차가 잘못됐을 수도 있어.” “절차가 잘못됐다면 누가 고칩니까?” “그걸 찾으러 온 거야.” 그때 대합실의 모든 분류관이 동시에 울렸다. 천장에 매달린 흰 수정에서 낮은 소리가 새어 나왔다. ‘내가 받지 않은 계약서는 어디로 보냈습니까?’ 루루가 내 옷소매를 붙잡았다. “시온 님. 지금 누가 말했어요?” 세이가 수정 아래로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이 목소리…… 저는 들으면 안 되는 목소리입니다.” “왜?” “발신자 정보가 시설 관리 대상이기 때문입니다.” 나는 천장의 수정과 세이를 번갈아 봤다. 고객센터에서 참 많이 본 광경이었다. 목소리는 분명히 있는데, 서류에는 그 목소리를 가진 사람이 없는 상황. 그리고 그런 상황은 대체로 누군가에게 아주 편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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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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