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색 중계소까지 가는 방법은 셋이었다.
첫째, 북서쪽 옛 우편로를 따라 마차로 열흘.
둘째, 천계의 정규 항로를 통해 허가받은 배를 타고 사흘.
셋째, 드래곤 로딘에게 부탁하고 세 시간 동안 생존을 기도하기.
나는 첫째가 마음에 들었다. 아르웬은 조사 승인 유효기간을 가리켰고, 테른은 비접촉 봉투 보존함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사흘 안에 보존함의 온도 기록이 새로 정렬됩니다. 그 전에 현장 수신기와 비교해야 하오.”
“그럼 둘째를……”
그때 창문 밖에서 거대한 붉은 눈이 나타났다.
“인간! 나를 불렀느냐!”
나는 아직 부르지 않았다.
이 드래곤은 늘 가장 싫은 선택지를 가장 좋은 타이밍에 제공한다.
“로딘 님, 우편물을 운송해 본 적 있으세요?”
“있지!”
“진짜요?”
“사백 년 전에 왕국 하나의 항복문서를 전달했다!”
“어떻게 전달하셨는데요?”
“성문을 부수고 던져 줬다!”
“그건 배송이 아니라 침공이잖아요.”
“내용이 중요하지 방법이 중요하더냐!”
“계약서라면 방법이 아주 중요합니다.”
결국 우리는 전날과 다른 구성으로 출발했다. 나와 루루, 아르웬, 테른, 그리고 니아. 로딘의 등에는 편지 보존함과 비상 공급관 하나가 단단히 묶였다. 에일라는 현장 방문 대신 마을 공급 갱신을 맡았다. 제로는 중계소에 직접 연결하지 않고, 필요할 때 발신권 검증만 돕는 중립 통신을 준비해 두었다.
“출발 전에 안전 수칙을 확인하겠습니다.”
아르웬이 말했다.
“승객을 떨어뜨리지 않을 것. 보존함에 화염을 뿜지 않을 것. 허가 없이 천계 항로에 진입하지 않을 것.”
로딘이 거만하게 고개를 들었다.
“마지막은 내 자존심에 상처다!”
“그러면 돌아가셔도 됩니다.”
“……비행하겠다.”
드래곤의 자존심보다 무서운 건 출장 승인 취소였다.
출발을 앞두고 나는 고장 난 여행가방을 끌고 나왔다. 손잡이를 잡으면 바퀴가 빠지고, 바퀴를 끼우면 손잡이가 빠지는 물건이었다. 루루가 걱정스레 물었다.
“이거 버려야 하지 않아요?”
“아직 쓸 만해.”
“어떤 점에서요?”
“열심히 망가지잖아. 나랑 닮았지.”
루루는 별로 웃지 않았다. 아르웬은 더더욱 웃지 않았다. 대신 여행가방에 보존 표식을 붙였다.
“그 안에는 원본 자료를 넣지 마세요. 담당자의 감상과 물품의 안전성은 다른 문제입니다.”
나는 대꾸하지 못했다. 이분은 내 농담까지 품질 검사하는 능력이 있다.
로딘의 등 위에는 안전 안장 다섯 개가 설치됐다. 마지막 하나는 유난히 작았다. 루루가 스스로 자기 이름을 써 붙인 것이었다. 그런데 정령은 안장에 앉지 않고 결국 내 목덜미에 매달렸다.
“내 안장이 무섭지?”
“아뇨! 시온 님이 떨어질까 봐 잡아 드리는 거예요!”
“네가 잡으면 같이 떨어지겠지!”
로딘은 그 대화를 듣고 호쾌하게 웃었다. 그 충격으로 안장 전체가 흔들렸다. 나는 어금니를 꽉 물었다. 고객님의 기쁨이 내 고통이다.
세 시간 뒤 나는 모든 장기를 새로운 위치에서 발견할 뻔했다. 북서쪽 하늘에는 하얀 산맥이 펼쳐졌고, 구름 사이로 돌다리처럼 굳은 공기길이 이어졌다. 아래쪽 절벽에는 오래된 종탑들이 줄지어 매달려 있었다.
“저기 원래는 우편 철도였어요.”
니아가 말했다.
“정령들이 바람을 밀어 열차를 움직였죠. 지금은 길을 잊은 구름만 남았어요.”
“길을 잊은 구름이면 길을 찾는 비가 내리겠네.”
루루가 내 귀에 대고 속삭였다.
“시온 님은 가끔 시인 같아요.”
“방금은 그냥 말장난이야.”
“시인은 보통 자기 재능을 부정한대요!”
그런 교육을 어디서 받은 거냐.
첫 번째 관문은 바람다리의 검문소였다. 다리 위에서 벨이 울리더니 종이로 접힌 새들이 우리 주위를 맴돌았다.
[통과 조건: 모든 탑승자의 수취 주소 제출]
“받는 주소요?”
아르웬이 눈을 가늘게 떴다.
“여기는 우편 항로입니다. 방문자의 이동 목적을 확인하는 조항이 있을 겁니다.”
내가 날개 달린 종이새에게 물었다.
“저희는 편지가 아닙니다. 사람입니다.”
[사람도 전달될 수 있습니다]
“사람은 배송하지 마세요.”
[분류 불가. 임시 수취인 지정 중]
아. 이 버릇없는 자동 분류기들. 사백 년 전에도 있었고 지금도 있다.
테른이 보존함에서 수동 검사 증표를 꺼냈다.
“현장 점검용 통과 요청. 운송물의 내용과 무관한 이동 권한만 확인하시오.”
종이새 세 마리가 동시에 머리를 갸웃했다. 그렇게 접힌 종이에 머리 관절이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요청 처리 중]
“그냥 날아가면 안 되느냐!”
로딘이 외쳤다.
“안 됩니다. 검문소라잖아요.”
“나는 하늘의 왕이다!”
“왕도 남의 우편물을 수령할 순 없죠.”
로딘이 불쾌한 얼굴로 코에서 연기만 내뿜었다. 불꽃은 아니었다. 성장했다, 드래곤.
그때 작은 종이새 한 마리가 내 손등을 쪼았다. 가볍게 톡 닿았을 뿐인데 수정판이 번쩍였다.
[수취 확인: 최시온]
“어? 이거 취소하세요!”
나는 손을 들었다. 손등에는 작은 네모 문양이 떠올랐다가 지워졌다.
니아가 즉시 수정을 비췄다.
“접촉을 수취 확인으로 착각하는 규칙이 있어요. 하지만 실제 선택 신호는 없습니다.”
“그럼 잘못 찍힌 기록이군요.”
“네. 이곳의 분류기는 한 번 찍은 기록을 진실이라고 생각할 뿐이에요.”
“사실과 다르면 수정해야죠.”
나는 명확하게 말하고 별도 반박 기록을 남겼다. 아르웬은 검사관에게 민원 번호를 제시했고, 종이새는 한참 고민한 끝에 비접촉 통과권을 발급했다.
[현장 조사단: 통과 허가]
[자동 수취 간주: 보류]
[관련 오류: 백색 중계소에 보고]
“좋아. 지금부터 저 종이새들은 고객센터 전화번호를 갖게 된 거다.”
루루가 웃었다.
“그럼 우리한테 민원 넣겠네요?”
“무섭게 정확하네.”
바람다리를 지나자 흰 골짜기가 나타났다. 돌처럼 굳은 구름이 층층이 쌓여 있었고 그 위에는 유리 지붕을 한 거대한 우편국이 서 있었다. 창문마다 반송 봉투가 매달려 있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건물 벽 전체에 커다란 문구가 떠올랐다.
[백색 중계소]
[모든 통지는 전달되었습니다]
[미수령 기록: 0건]
그 아래에서 종이봉투 수천 개가 달달 떨고 있었다.
루루가 중얼거렸다.
“저렇게 쌓여 있는데 안 받은 편지가 없다고요?”
나는 보존함의 뚜껑을 다시 확인했다.
“예. 그래서 우리가 온 거야.”
뒤에서 로딘이 감탄했다.
“뛰어난 시설이로군! 한 장도 반송하지 않았다니!”
“고객님.”
“왜?”
“저것들이 실제로 도착했는지 아직 확인 안 됐습니다.”
“그럼 어떻게 알지?”
“……그걸 조사하려고 왔다고요.”
오늘도 내 고객은 내 인내심을 배송비 없이 운송 중이었다.
제82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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