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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세계수 고객센터입니다 · 74화
PAYLUA ORIGINAL · 제74화

74화. 삼 일 뒤의 목소리는 원본이 아닙니다

세계수 고객센터입니다 · 2,986자

오프라인 책장
사백 년 전의 자동 안내음이 현재의 자동 안내음과 닮았다는 보고를 올리자, 천계 전력청에서 답장이 왔다. [고객님의 소중한 의견은 검토 후 반영하겠습니다.] 나는 그 문장을 세 번 읽었다. “루루. 이거 녹음해.” “왜요?” “내가 살아온 두 세계에서 가장 거짓말을 많이 들은 문장이거든.” “거짓말인지 어떻게 알아요?” “검토했다는 소식이 한 번도 안 오잖아.” 루루는 곧장 수첩에 적었다. ‘고객님 의견 소중함 = 검토 미정’. 나중에 이 정령이 접수부장이라도 되면 나는 아마 조용히 이직할 것이다. 우리는 세계수 본관 지하의 작은 청음실에 모였다. 창문 대신 이끼 벽이 숨을 쉬는 방이었다. 테른이 음파를 색깔로 바꿔 주는 수정판을 가져왔고, 니아는 옆에 앉아 오래된 공명의 떨림을 살폈다. “첫 낭독은 사람 목소리입니다. 둘째는 목소리를 모방한 안내 장치처럼 들리네요.” 니아가 말했다. “지금 안내음과 같다는 뜻이야?” “비슷한 맥을 타요. 하지만 사백 년 전부터 같은 기계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어요. 뒤에 덧씌웠을 수도 있고, 오래된 안내 양식을 지금도 쓰는 걸 수도 있어요.” “아. 좋은 구분이네.” 테른이 판독 수정을 한쪽으로 돌렸다. “기념비의 새로운 석회는 십칠 년 전에 덧붙은 것이 맞소. 다만 안에 기록된 두 번째 낭독 자체는 더 오래됐을 가능성이 높소. 내용을 그대로 옮겼는지 바꿨는지는 원본을 봐야 하오.” “그러면 사백 년 전과 십칠 년 전, 누군가 두 번 손댄 거네요.” “그럴 수 있지.” 나는 장부를 펼쳤다. 문서 000, 첫 약속의 언덕, 삼 일 뒤의 계약 성립 표식, 열일곱 해 전의 고정 해석. 이 네 조각이 맞물리지 않는 시계 톱니처럼 책상 위에 흩어져 있었다. 청음실 안의 수정에서 두 가지 목소리가 차례로 흘렀다. 첫 목소리는 숨을 고르느라 끝 단어가 조금 흔들렸다. 두 번째는 문장과 문장 사이의 길이까지 정확히 같았다. 나는 예전에 근무하던 콜센터의 자동 안내 시스템을 떠올렸다. 상담원은 울 수도, 기침할 수도, 잠시 망설일 수도 있지만 안내 음성은 그런 법이 없다. 문제가 생긴 건 언제나 사람이 망설일 때가 아니라, 기계가 망설이지 않을 때였다. “둘째 목소리가 정확히 언제 기록된 것인지부터 확인해야겠어요. 안 그러면 우리가 먼저 결론을 정해 놓고 증거를 끼워 맞추게 됩니다.” 니아가 고개를 끄덕이며 판독기에 보존 표시를 남겼다. 그것은 내용을 복제하는 기능이 아니라 원본에 손댄 적이 없다는 흔적을 남기는 기능이었다. “일단 가장 오래된 층부터 분리해서 생각합시다.” 아르웬이 말했다. 나는 흰 종이에 선을 그었다. [사백 년 전: 치료를 위한 임시 협상, 종소리 없음, 사흘 뒤 완료 표식] [열일곱 해 전: 기념비 보강, 자동 해석 기준 고정] [현재: 원본 서명란 기관 번호, 본인 확인 미완료] “좋아. 이건 민원이라기보다 유령 찾기 같군.” “유령이면 구마사를 부르시지 그러시오.” 테른의 농담이 몹시 건조했다. “유령은 적어도 개인정보 이용 동의서부터 내밀진 않을 거예요.” 그때 제로에게서 조그만 종소리가 들렸다. ‘시온 님. 제0 회선으로 예전 번호 하나가 돌아왔어요.’ “어떤 번호?” ‘원본 계약의 인수증 번호예요. 번호 자체는 공개 표시라서 읽어도 된대요.’ 허공에 수치가 떠올랐다. [원장 바깥표지: 수권표 3호] [보관 분류: 기탁물] [현재 열람권자: 기탁 접수자 또는 정당한 승계인] “수권표 3호?” 루루가 머리를 기울였다. “왜 1호가 아니에요?” “나도 그게 궁금해.” 아르웬은 기록국에 정식 질의를 보냈다. 파리스가 얼마 지나지 않아 회신했다. “수권표 1호와 2호는 실제 계약 수락서가 아니라는 메타기록이 있어요. 하나는 조건 제안, 하나는 유보 통지로 분류돼 있습니다.” “3호만 계약 근거로 썼습니까?” “그렇습니다. 다만 원본 내용은 기탁물로 보호되어, 수권자가 허락하지 않으면 공개할 수 없어요.” “그럼 수권자를 확인할 수 있는 공개 경로가 있을까요?” 파리스는 잠시 망설였다. “기탁 접수자는 고대 산길을 관리하던 ‘귀지기’라고 적혀 있습니다. 이름은 비공개고, 직책의 승계 규약만 공개되어 있어요.” 나는 다시 첫 약속의 언덕을 떠올렸다. 말을 기억하는 바위. 종지기. 그리고 ‘누군가 대신 영원히 승낙하지 않는다’라는 문장. “귀지기와 종지기가 같은 사람이었을까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확인하는 방법은?” 파리스가 문서를 하나 더 보냈다. [귀지기 승계 표시: 마지막 종의 손잡이에 새겨진 두 겹 매듭] 메라 할머니의 난로 옆에 있던 바로 그 손잡이다. 나는 의자에서 일어났다. “출장 또 갑니까?” 아르웬이 물었다. “네.” “경비 승인 전에 나가지 마세요.” “드래곤 타면 공짜 아닌가요?” “지난번 착륙 복구비가 열두 배 나왔습니다.” “……차라리 마차를 빌리죠.” 그때 로딘의 수정구가 스스로 켜졌다. “인간! 메라 할멈이 너한테 화났다!” “왜요?” “네가 어제 떠난 뒤 돌귀가 밤새 떠들어서 잠을 못 잤다고 한다!” “우리가 안 건드렸는데요!” “나도 그리 말했다!” “그럼 뭐라고 대답하셨는데요?” “너를 데려가면 조용해질 거라고 했지!” 정말 참 든든한 동료다. 나는 코트를 집어 들었다. 이번 출장은 영수증을 찾는 게 아니라 귀지기에게 정식으로 자료 열람을 요청하는 일이었다. 승계인이 거절하면 거기서 멈춘다. 그 간단한 원칙이 내 머릿속에 분명했다. 그런데 현관을 나서는 순간 다른 공문이 도착했다. [천계 전력청 통보] [문서 000에 대한 이의 제기 확인] [예방적 계약 안정화 절차 개시 예정] [영향 범위: 세계수 생장력 공급망 전체] “계약 안정화가 뭡니까?” 루루가 물었다. 나는 씁쓸하게 웃었다. “아직 확인도 안 끝났는데, 자기네 방식으로 못 바꾸게 묶어 놓겠다는 소리일 수 있지.” “그럼 나쁜 거예요?” “어떻게 안정화하는지 봐야지.” 좋은 단어는 늘 조심해야 한다. ‘고객 보호’라면서 고객을 먼저 묶어 놓는 회사도 봤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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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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