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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세계수 고객센터입니다 · 72화
PAYLUA ORIGINAL · 제72화

72화. 계약서가 아니라 영수증부터 찾겠습니다

세계수 고객센터입니다 · 3,135자

오프라인 책장
드래곤 등에 타는 건 경치 좋은 이동 수단처럼 들린다. 실제론 바람에 얻어맞으며 자신의 생전 죄를 반성하는 과정이다. “로딘 님! 조금만 천천히!” 내가 비늘을 붙잡고 외쳤다. “지금은 평소의 절반 속도다!” “그럼 평소엔 어떻게 날아요!” “빠르게!” 이 답변을 기대한 건 아니지만 반박하기 어렵다. 아르웬은 바로 옆에서 바람막이 마법을 유지하고 있었다. 금빛 머리칼 하나 흔들리지 않은 걸 보니 저 분의 마법은 대단하다. 루루는 안전줄을 두 번이나 감고도 내 옷깃에 달라붙어 있었다. “시온 님, 저 내려가고 싶어요!” “나도야!” “그럼 같이 뛰어요!” “네가 날 죽이려고 작정했니?” 우리 앞에 산맥이 나타났다. 회색 암벽 사이로 붉은 용암이 흐르고, 봉우리 중앙에는 김이 올라오다 만 커다란 온천 분지가 있었다. 로딘이 세계수 낙엽 때문에 물이 식었다고 진상 민원을 넣었던 바로 그곳이다. 산 아래에는 기괴한 바위가 서 있었다. 사람 키의 다섯 배쯤 되는 회백색 돌기둥으로, 위쪽이 귓바퀴처럼 휘어 있었다. “첫 약속의 언덕에 온 걸 환영한다!” 로딘이 말했다. 그의 착륙으로 돌멩이 백여 개가 튀었다. 그중 하나가 내 구두 끝을 스쳤다. “안전 착륙은 어디 갔습니까?” “안 죽었지 않느냐!” 살아 있는 게 기준이면 모든 교통수단이 합격이다. 기념비 주변에는 오랫동안 제사를 지낸 흔적이 있었다. 흰 꽃을 꽂은 돌접시, 말라붙은 향나무 가지, 이름을 알 수 없는 오래된 동전. 산 너머엔 난민들이 쓰는 작은 쉼터도 보였다. 이 언덕은 관광 명소만은 아니었다. 계약을 믿고 살아온 사람들의 기억이 남은 장소였다. 아르웬은 땅에 무릎을 꿇고 외부 표식을 확인했다. “비문은 공개된 역사 자료네요. 원본 봉인에 손을 대지 않아도 읽을 수 있어요.” 돌기둥 아래에는 네 문장이 새겨져 있었다. [첫 빛은 누구의 것도 아니다.] [지친 뿌리는 쉬어도 된다.] [모든 빌림은 빌려 준 이의 뜻을 따른다.] [어느 누구도 대신 영원히 승낙하지 않는다.] 나는 마지막 줄을 두 번 읽었다. “이게 최초 계약의 요약이라면, 현행 계약하고 방향이 정반대인데요?” “기념비는 법적 원본이 아닙니다.” 아르웬이 단호하게 말했다. “맞아요. 그래서 기록을 확인해야죠.” 우리는 돌기둥 뒤로 돌아갔다. 바위에는 작은 구멍이 하나 뚫려 있었다. 테른이 원격으로 보내준 판독침을 가까이 대자 구멍 안쪽에서 바람이 짧게 울렸다. ‘……지친 뿌리는 쉬어도……’ 마치 오래된 낭독을 들려주는 듯했다. 루루가 귀를 쫑긋 세웠다. “돌이 말을 해요!” “말하는 돌은 익숙해져라. 우리 직장엔 말하는 나무도 있잖아.” “근데 이 돌은 예전 억양이에요!” 정령들은 세대가 다르면 바람의 높낮이까지 알아듣는 모양이다. 나는 루루에게 발신자의 신원이나 미공개 내용을 추측하지 말고 공개 낭독 구간만 기록하라고 했다. 한참 뒤 돌의 반대편에서 또 하나의 짧은 소리가 들렸다. ‘……보호를 위해서는…… 공동의 이름으로……’ 음질이 달랐다. 처음 목소리는 낮고 느렸고, 두 번째는 빠르고 매끄러웠다. 누군가 같은 돌에 나중에 녹음을 덧씌웠을 가능성이 있었다. “이거 도입부하고 끝 부분이 서로 다른 사람이 읽은 건가요?” 아르웬이 고개를 숙여 이음선을 보았다. “돌의 왼쪽은 오래된 침전층인데, 오른쪽 이음새에는 새 석회가 묻어 있어요.” “언제 수리했죠?” 로딘이 말했다. “열일곱 해 전. 하늘에서 관리자가 내려와 이 바위가 낡았다고 했지.” 또 열일곱 해 전이다. 사백 년 전 계약과 열일곱 해 전 자동 대리 결재가 하나로 포개지고 있었다. “수리한 자의 이름을 기억하십니까?” “기억하지. 이름은 ‘임시 조치’였어.” “그건 이름이 아니라 핑계 같은데요.” “문패에 그렇게 적혀 있었다!” 실제로 새로 붙은 석판에 흐릿한 금색 글씨가 남아 있었다. [임시 운용 보강 — 현행 계약 해석 기준 고정] [시행 주체: 천계 전력청 승인 시스템] “실물은 보존하고 표면 복사만 합시다.” 아르웬이 말했다. 루루는 갑자기 뒤쪽 경사지를 향해 날았다. “시온 님! 이쪽에 뭔가 더 있어요!” 산비탈엔 오래된 노점의 돌바닥이 묻혀 있었다. 생선뼈처럼 길쭉한 흰 돌들이 일렬로 꽂혀 있고, 가운데 낡은 토큰 하나가 반쯤 드러나 있었다. 나는 장갑을 끼고 주변 흙을 살폈다. 토큰은 쉽게 빠질 물건이 아니었다. 원래 지면 일부처럼 붙어 있었다. “건드리지 마. 이것도 현장 증거일 수 있어.” “그럼 어떻게 해요?” “영수증부터 찾자.” 로딘이 머리를 갸웃했다. “영수증?” “사백 년 전에도 누군가 계약을 체결했다면, 누가 무엇을 주고받았는지 표시한 기록이 남았을 겁니다. 화려한 계약서보다 간단한 인수증이 더 솔직할 때가 있거든요.” 로딘은 감탄한 얼굴이 됐다. “그렇다면 내 온천 요금 영수증도 사백 년째 유효하겠군!” “고객님, 지금 얘기하는 게 아닙니다.” “안 되는 건 없군!” 어쩌면 드래곤이 오래 사는 이유는 대화의 맥락을 놓쳐도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공개 표식만 기록한 채 물러났다. 그때 토큰의 가장자리가 희미하게 빛났다. 빛은 내 손이 아니라 가방 속 문서 000 복사본을 향했다. 아르웬이 확인용 수정을 꺼냈다. [첫 약속의 언덕 — 청약 접수 표식 감지] [현장 접수물: 1건] [원본 열람: 접수권자의 선택 필요] “오.” 루루가 숨을 삼켰다. “이건 진짜 접수장이에요!” 나는 잠깐 기뻤다가 마지막 줄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누군가 허락하기 전에는 열지 말자.” 아르웬의 입꼬리가 아주 조금 올라갔다. 그러자 로딘이 큼지막한 앞발을 들었다. “그 허락을 내가 해주마!” “산 주인이라고 남의 편지를 열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에잇, 이 세상은 서류가 너무 많아!” “드래곤이 할 말은 아니죠. 온천 보상 신청서 열세 장 내셨으면서.” 로딘이 정곡을 맞았다. 산 아래로 바람이 내려왔다. 바람은 돌기둥 구멍을 한 번 훑더니 우리 발밑에서 오래된 소리를 남겼다. ‘아직 읽히지 않은 약속이 있습니다.’ 그리고 접수 표식에 새 글자가 떠올랐다. [임시 안내: 청약 접수권자는 아직 생존 중] 나는 로딘을 천천히 바라봤다. “고객님.” “왜 또 나를 보느냐?” “혹시 사백 년 전에…… 바위 앞에서 누구와 싸우셨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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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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