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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세계수 고객센터입니다 · 70화
PAYLUA ORIGINAL · 제70화

70화. 세계수님, 이제 대답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세계수 고객센터입니다 · 3,431자

오프라인 책장
세계수는 지금까지 우리에게 두 번 말을 걸었다. 첫 번째는 살려 달라는 부탁이었다. 두 번째는 말이라기보다 침묵이었다. 제0 회선의 아래쪽에서, 누군가 더 기다리라고 말한 것 같은 공명이 남아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달랐다. [고정 발신권의 최초 접수처: 세계수 뿌리망] 내가 기록을 읽자 세계수의 가장 굵은 뿌리 하나가 아주 느리게 빛났다. “설마 발신자가 세계수인가요?” 루루가 속삭였다. “아직 몰라. 최초 접수처와 원래 질문한 존재는 다를 수도 있어.” “그럼 세계수님한테 물어봐요!” “우리가 요 며칠 동안 배운 게 뭐였더라?” 루루는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원하지 않으면 안 물어보기요.” “정답.” 그렇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 질문의 소유자가 직접 고정 발신권을 돌려 달라고 요청했고, 안전한 반송 경로도 시험을 마쳤다. 우리가 해야 하는 건 소유자의 정체를 캐내는 일이 아니라, 그 요청이 진짜로 그 사람에게서 왔는지 확인하고 선택권을 복구하는 일이었다. 보르는 답변 불가실 앞에 마지막 시험장을 설치했다. 테른은 원본 봉인과 연결되지 않는 수동 중계선을 고정했고, 니아는 제0 회선의 종과 뿌리망의 공명을 나란히 살폈다. 아르웬은 확인서의 칸마다 붉은 표시를 했다. “본인 확인 없이 발신권을 이전하지 않습니다. 질문 내용은 열지 않습니다. 원본 봉인은 유지합니다. 공급망은 따로 감시합니다.” “소장님.” “왜요?” “오늘따라 되게 멋있습니다.” 아르웬은 펜을 멈췄다. “칭찬하실 시간에 서명하세요.” 네. 역시 상사는 칭찬에 약하지 않다. 첫 번째 시험 신호가 나갔다. [소유자 확인 요청 전송] [기존 발신권 보유자가 직접 선택 응답할 수 있습니다] [응답하지 않을 권리: 보장] 우리는 기다렸다. 먼 구름 마을에서 닭처럼 우는 새의 소리가 들렸다. 루루의 과자 봉지가 바스락거렸다. 테른은 기계 바늘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한참 뒤 빛이 세 번 깜빡였다. [직접 선택 확인됨] [선택: 발신권 복구] [질문 내용 공개: 거부] “성공입니까?” 내가 묻자 테른이 손을 저었다. “복구 요청이 유효한 것과 실제 복구는 별개요. 마지막 절차가 남았소.” “뭔데요?” “대리 결재 경로를 다시 물리지 않도록 영구 분리해야 하오.” 이쯤 되면 제일 나쁜 건 악당이 아니다. 마지막 절차다. 일이 다 끝났다고 생각하면 항상 손을 흔들며 나타난다. 유스틴은 중앙의 임시 승인권을 가져왔다. 마레인의 결정에 따라 강제 보류를 새로 만들지 않는 범위에서, 당사자가 선택한 특정 발신권 하나의 복구를 허용한다는 문서였다. 책임 소재는 추후 조사하며, 원본 보전은 그대로 유지한다는 조건이었다. 아르웬이 도장을 찍었다. 테른이 안전 손잡이를 당겼다. 니아가 누출되지 않은 공명을 확인했다. 딸랑. 세계수 뿌리 끝에서 작은 잎사귀 하나가 피어났다. [고정 발신권 1건: 복구 완료] [제3자 자료 공개: 없음] [운영 공급망: 정상] 루루는 환호하며 공중제비를 돌았다. “해냈어요!” 나는 웃었다. “응. 한 건.” “한 건이면 적은 거예요?” “아니. 한 건을 제대로 처리했으니까 의미가 있는 거야.” 보르가 그 말을 들으며 모자를 벗었다. 노인의 이마에는 열일곱 해 동안 쌓인 주름이 있었다. “내가 여기서 처음 기다린 건 질문이 아니었네.” “그럼요?” “누군가 ‘기다려도 된다’고 말해 주는 날이었지.” 그의 목소리가 조금 떨렸다. 다모도 온실에서 나와 멀찍이 서 있었다. 그는 보르와 눈이 마주치자 고개를 숙였다. 보르는 아무 말 없이 마주 고개를 숙였다. 화해인지, 사과인지, 이제부터 해야 할 대화의 시작인지 몰랐다. 나는 굳이 이름 붙이지 않았다. 그날 오후, 민원 020의 답신이 도착했다. [조사 결과 통지 수신: 확인] [보류 결재 경로: A-0 자동 대리 처리 확인] [실제 지시자: 미확인 — 추가 조사 요청] [당사자 선택: 발신권 복구 유지] [민원 020 상태: 1차 처리 완료, 책임 조사 계속] 끝났다. 적어도 오늘 할 일 중 하나는. “축하합니다.” 아르웬이 말했다. “드디어 정식으로 한 건을 처리하셨군요.” “소장님, 그동안 제가 처리한 건은요?” “전부 후속 조치 중입니다.” 틀린 말은 아니라서 더 억울했다. 루루가 등 뒤에서 조그만 깃발을 들었다. [민원 해결 축하 — 후속 조치 별도] 나는 그걸 빼앗을까 생각하다가 그만뒀다. 너무 정확한 문구였기 때문이다. 퇴근길에 로딘이 얼굴을 내밀었다. 그의 비늘에는 오후 햇빛이 번쩍였다. “인간! 한 건 해결했다며?” “네. 그런데 후속 사건이 남았습니다.” “좋아! 기념으로 산 하나를 불태워 주마!” “축하 행사를 왜 재난으로 여세요!” “재난이 아니라 불꽃놀이란 말이다!” “지난번에도 그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드래곤을 설득하는 일은 앞으로도 오래 걸릴 것이다. 나는 본관으로 돌아와 업무 보고를 작성했다. 세계수의 뿌리망은 평소와 다르게 조용했다. 누군가 처음으로 거절해도 괜찮다는 허락을 받았기 때문일까. 정확한 이유는 몰랐다. 보고서를 막 저장하려는데 제로의 종이 한 번 울렸다. ‘시온 님.’ “왜?” ‘오늘 복구된 발신권 말이에요. 그게 연결됐던 가장 오래된 질문의 바깥 제목을 봤어요. 내용은 안 봤고요.’ “제목만?” ‘네. 발신자가 공개하도록 허락한 제목이에요.’ 나는 펜을 내려놓았다. “뭐라고 적혀 있었는데?” 잠깐의 침묵 뒤에, 작은 목소리가 대답했다. ‘계약을 맺은 적이 없는데 왜 제 이름으로 계약이 되어 있나요?’ 나는 천천히 의자에 앉았다. 그 질문의 발신인이 세계수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최초 접수처가 세계수 뿌리망이라는 사실과, 사백 년 전 문서 000에서 봤던 서명 문제를 동시에 떠올리기엔 충분했다. 계약을 맺은 적이 없는데 계약이 돼 있다. 그건 아주 익숙한 유형의 민원이다. 한국에서도 가끔 있었다. 고객 동의 없이 가입된 서비스. 해지해 달라면 약관을 들이밀고, 계약서를 보여 달라면 고객이 이미 동의했다고 우기는 그 종류. 차이가 있다면 이번 서비스는 세계 전체를 상대로 청구되고 있다는 점이겠지. 그때 내 책상 위에서 한 장의 낡은 계약서 사본이 스스로 펼쳐졌다. [문서 000 — 최초 계약] [계약 성립 근거: 대리 서명] [최초 당사자 본인 확인: 미완료] 나는 아주 오랫동안 그 세 줄을 바라봤다. “루루.” “네?” “사백 년 전에 시작한 민원도 지금 접수할 수 있지?” 루루는 장부를 품에 안고 자신 있게 대답했다. “물론이죠! 우리 고객센터는 언제나 열려 있거든요!” “……그게 제일 무서운 말이다.” 나는 새 접수번호를 적었다. [신규 민원 021] [제목: 최초 계약의 당사자 확인 요청] [처리 상태: 접수] 그리고 이번에는 퇴근 도장을 먼저 찍었다. 내일 저 계약서를 뒤집어 볼 생각이었다. 세계 전체가 동의한 적 없는 계약이라면, 정말 엄청난 환불 건이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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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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