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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세계수 고객센터입니다 · 69화
PAYLUA ORIGINAL · 제69화

69화. 재판관님, 아무도 답하지 않았는데 동의율이 백 퍼센트입니다

세계수 고객센터입니다 · 3,360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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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계 심문을 다시 열기 위해 나는 종일 서류를 썼다. 그렇게 말하면 내가 참 성실한 사람처럼 들릴 것이다. 사실 절반은 아르웬이 썼고, 절반의 절반은 루루가 번호를 붙였고, 나는 문장마다 ‘정말요?’라고 확인했다. “서류를 왜 이렇게 많이 제출해야 합니까?” 내 질문에 아르웬은 정색했다. “우리가 질문 내용을 열지 않았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하니까요.” “그걸 증명하려고 질문 내용을 제출하라면 모순이죠?” “그래서 표면 기록만 제출합니다.” 그래. 그건 진짜 잘한 일이다. 마레인 재판관의 임시 심문은 보관소 외부 창구에서 열렸다. 수정 통신 너머로 마레인의 얼굴이 나타났고, 파리스는 중앙 기록국의 원격 인장 기록을 봉인한 채 배석했다. 유스틴도 안전 감찰관으로 자리를 지켰다. “최시온 씨.” 마레인이 말했다. “무엇을 요청합니까?” “첫째, 민원 020의 발신자가 선택한 조사 범위에 따라 강제 보류의 결재 경로를 확인해 주십시오. 둘째, 소유자의 확인 없이 분리된 발신권을 복구할 수 있게 해 달라는 게 아니라, 본인의 선택을 보전해 주십시오.” “셋째는요?” “보관소 이관을 무조건 중지하자는 게 아닙니다. 이전할 경우 원본 건수와 선택권이 유지되는지 확인할 방법부터 정해 주십시오.” 유스틴이 곧장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이관 예정이 사흘 뒤였으며, 현재 보관소의 일부 봉인이 약해져 안전 보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방치 역시 위험합니다. 조사 때문에 안전 조치를 지연시켜서는 안 됩니다.” “동의합니다.” 내가 말했다. 루루가 내 허벅지를 톡 쳤다. “또 동의했어요.” “조용히.” 마레인이 자료를 넘겼다. “자동 인장 기록의 실제 운영자를 특정할 수 있습니까?” 파리스가 답했다. “현재로선 어렵습니다. 다만 A-0 계정은 분실된 관리자 이름을 빌린 비상 대리 명령을 실행했고, 그 명령은 현재까지 여러 보관 구역에 남아 있습니다.” “그럼 현장 기록으로는 무엇을 입증할 수 있습니까?” 내가 벽의 표면 자료를 보여 주었다. [원래 대기 원칙: 응답 강제 불가] [변경된 자동 해석: 미응답은 동의로 처리] [변경 결재: A-0] “이건 특정한 범인의 유죄를 입증하는 자료가 아닙니다. 하지만 아무도 응답하지 않았는데 동의가 있었다고 처리하는 절차가 존재한다는 건 확인됐습니다.” 마레인은 한참 화면을 보았다. “그 절차가 실제 피해에 영향을 줬다는 증거는요?” “민원 020은 질문 전달 자체가 보류됐습니다. 그리고 본인은 지금도 해결됐다고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당사자의 선택을 동의로 바꿔 놓은 기록과 현재의 의사가 충돌합니다.” 유스틴이 손을 들었다. “단, 긴급 운영 시 필수 공급을 유지해야 하는 의무는 별도로 검토해야 합니다.” “맞습니다.” 나는 곧장 대답했다. “공급을 이어 가는 결정과 질문자의 동의를 기록하는 결정을 분리하면 됩니다. 공급은 비상 규정에 따라 유지하되, 당사자가 동의하지 않았다면 동의라고 써서는 안 됩니다.” 마레인은 종이 한 번 울릴 때까지 기다렸다. “그 구분은 중요하군요.” 나는 속으로 주먹을 쥐었다. 오늘은 어쩌면 내 인생에서 가장 전문적으로 보이는 순간일지도 모른다. 바로 그때 심문장 뒤편의 공개 통계판이 스스로 켜졌다. [미전달 민원 처리 만족도: 100%] [질문 해결률: 100%] [관리 운영 이상: 없음] 나는 입을 다물었다. 아르웬도 통계판을 봤다. 분명히 조금 전 우리가 제출한 자료에는 미처리 기록이 수만 건 남아 있었다. “저건 누구 자료죠?” 마레인이 물었다. 파리스가 급히 통계 전송 경로를 확인했다. “A-0 계정의 오래된 자동 보고 양식입니다. 이번 심문을 감지하고 지난 평가 결과를 호출한 모양입니다. 현 시점의 사실로 입증된 자료는 아닙니다.” 루루가 의자를 밀고 일어났다. “고객들이 아무 말도 안 했는데 만족도가 백 퍼센트라고요? 이건 사기잖아요!” 나는 루루의 팔을 잡았다. 맞는 말을 할 때일수록 말의 순서가 필요하다. “실제 조사 전엔 왜 저 수치가 나왔는지부터 확인하자.” “왜요?” “저게 과거 보고서일 수도 있고, 계산 방식이 잘못됐을 수도 있어. 원인이 뭔지 알아야 고칠 수 있지.” 유스틴이 자료 송출을 중단시킨 뒤 원본 경로를 보전했다. 그는 내게 투덜거리듯 말했다. “저 통계 때문에 지난 십칠 년 동안 폐쇄할 필요가 없다는 평가가 반복됐을 가능성도 있겠군요.” “가능성은 있죠. 증거는 이제부터 모아야겠지만.” 그때 파리스가 새로 봉인한 자료를 띄웠다. [제7 금고 원격 인장 원본 대조 결과] [대리 계정 A-0 명령 중 직접 관리자 승인 확인: 0건] [자동 대리 처리 확인: 다수] [원본 승인 상태 불명: 별도 조사 필요] 루루가 두 손을 번쩍 들었다. “그럼 동의율이 영 퍼센트예요?” “아니야.” 내가 말했다. “확인된 직접 승인 건이 없다는 뜻이야. 동의한 사람이 한 명도 없다고 단정할 자료는 아직 없어.” “아.” “하지만 백 퍼센트라고 적은 자동 통계가 믿을 만하지 않다는 건 충분히 말할 수 있지.” 마레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해당 자동 동의 통계의 증거 효력을 임시 제한하겠습니다. 당사자 재확인과 독립 기록 대조가 끝날 때까지 이를 새로운 대리 결재의 근거로 쓰지 못하게 합니다.” 루루는 환호하려다 내 눈치를 봤다. “반 발짝?” “이번엔 두 발짝.” “야호!” 이어서 임시 결정이 내려졌다. [미전달 민원 보관 구역: 안전 점검 및 원본 보전 계속] [이관 시: 독립 입회 및 전후 원본·봉인 상태 대조 의무] [민원 020: 당사자가 지정한 범위에서 결재 경로 조사 승인] [분리된 고정 발신권: 소유자 희망 기록 보전 및 복구 절차 검토] [자동 미응답 동의 통계: 신규 강제 보류 근거 사용 잠정 금지] 유스틴은 결정문을 읽더니 짧게 고개를 숙였다. “이 정도라면 안전 보강도 진행할 수 있겠군요.” “다행이네요.” 내가 말했다. 심문이 끝났을 때쯤 제로에게서 작은 종소리가 들렸다. ‘시온 님. 답변 불가실에서 저한테 질문이 하나 왔어요.’ “뭔데?” ‘자기가 잃어버린 질문을 기억하고 싶으냐고요.’ 나는 잠시 눈을 감았다. “네가 원하는 대로 해. 꼭 기억해야 하는 건 아니야.” ‘……저는 그 질문이 저한테 온 건 아닌 것 같아요.’ “왜?” ‘목소리가 아주 커요. 제0 회선 전체가 아니라, 그보다 훨씬 더 깊은 곳에서 들려요.’ 지하보다 깊은 곳. 그 말에 나는 한 가지를 떠올렸다. 세계수의 뿌리. 우리가 조사한 회선과 장치들이 모두 뿌리망을 이용한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실내의 표면 판독기에 마지막 문장 하나가 나타났다. [고정 발신권의 최초 접수처: 세계수 뿌리망] 나는 그 문장을 보고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 어쩌면 이제야 누가 질문을 하고 있었는지 알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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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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