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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세계수 고객센터입니다 · 68화
PAYLUA ORIGINAL · 제68화

68화. 문을 열지 않고도 안에 있는 말을 들을 수 있습니다

세계수 고객센터입니다 · 2,692자

오프라인 책장
답변 불가실 앞에는 줄이 그어져 있었다. 유스틴 감찰관이 직접 그은 선이었다. 붉은 선 안쪽에는 아무도 들어갈 수 없고, 선 바깥에 설치한 표면 채널만으로 장치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고 했다. “이 선을 넘으면 체포입니까?” 내가 묻자 유스틴이 대답했다. “안전 관리 위반으로 즉시 철수 조치합니다.” “체포보단 낫네요.” “실망했습니까?” “아뇨. 전과를 남길 생각은 없어서요.” 아르웬이 내 등 뒤에서 작게 한숨 쉬었다. 테른이 새로 설치한 표면 판독기는 낡은 방의 벽과 손가락 두 마디만큼 떨어져 있었다. 안쪽 공명을 읽되 내용은 복원하지 않고, 봉인 상태와 접근 명령만 표시했다. 니아가 공명의 새는 곳을 잡아냈고, 유스틴의 안전 요원이 바깥 마을 세 곳의 공급선을 점검했다. 나는 작업 과정을 보며 전 직장의 보안 교육을 떠올렸다. ‘고객 정보는 업무 목적 외 열람을 금합니다.’ 문제는 여기선 개인정보가 스스로 말을 걸어올 수도 있다는 점이다. “준비됐소.” 테른이 말했다. 표면 채널에 첫 번째 기록이 떠올랐다. [시설 원래 이름: 대답을 기다리는 방] [변경 이름: 답변 불가실] [명칭 변경 승인: A-0] [변경 사유: 장기 보류 질문의 자동 종결 편의] “아, 이거 정말 싫다.” 나는 이마를 문질렀다. 두 번째 기록이 나타났다. [대기 상태의 질문: 발신자 동의 없는 공개 금지] [원래 처리 원칙: 응답 강제 불가] [현행 자동 대리 처리: 미응답을 동의로 해석] 니아가 조용히 말했다. “원래부터 잘못된 방은 아니었군요.” “그렇지. 누가 오래 기다리는 일을 귀찮아했던 거야.” 세 번째 기록에서 붉은 경고가 깜빡였다. [원천 질문권 분리 장치와 연결된 고정 발신권 1건] [발신권 상태: 사용 불가] [분리 시각: 17년 전] [소유자: 비공개 — 봉인 유지] “고정 발신권이 뭡니까?” 내 질문에 보르가 대답했다. “같은 질문을 반복해도 지워지지 않을 권리네. 수신 쪽이 대답하지 않으면, 어느 단계에서 멈췄는지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증표지.” “그걸 분리했다는 건?” “질문자는 질문을 했는데, 나중에 왜 대답을 못 받았는지 확인할 자격을 잃었다는 뜻일세.” 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질문을 못 하게 만든 다음, 그 질문을 왜 무시했는지도 물을 수 없게 해 놓았다고? 유스틴이 팔짱을 꼈다. “우선 해당 분리가 비상 상황에서 임시로 이루어진 것인지 확인해야 합니다. 긴급 공급망 복구를 위한 분리였다면 별도 예외가 있었을 수 있습니다.” “그 예외의 만료 시점도요.” 내가 말했다. 유스틴은 곧장 고개를 끄덕였다. “동의합니다.” 루루가 뒤에서 기이한 표정을 지었다. “시온 님. 오늘도 누군가랑 사이좋아졌어요?” “아니. 같은 표를 보고 같은 계산을 한 거야.” “그게 사이좋은 거 아닌가요?” “이상하게 설득력이 있네.” 그때 표면 판독기가 새로운 선택지를 띄웠다. [분리된 고정 발신권에 대한 원상 복구 가능] [방법: 현재 발신권 소유자의 직접 동의] [부가 조건: 제3자 질문 내용 비공개] “좋아. 강제로 열지 않아도 되겠네요.” 하지만 다음 줄이 문제였다. [발신권 소유자에게 확인 요청을 전달할 경로가 없습니다.] “그럼 동의를 어떻게 받아?” 루루가 두 팔을 벌렸다. “편지 쓰면 되잖아요!” 나는 잠시 말을 잃었다. “어디로?” “제0 회선처럼요. 이름을 몰라도 원래 자리로 돌아가는 편지 있잖아요!” 보르가 나를 돌아봤다. 눈빛이 달라졌다. “반송 표식.” 그가 말했다. “그걸 이용하면 원래 질문의 내용은 보지 않고, 발신권 소유자에게 ‘복구를 원하느냐’고 물을 수 있겠군.” 나는 루루를 들어 올렸다. “천재네!” “알아요!” “잠깐만. 아직 검증 안 했어. 일단 내려와.” “천재가 너무 빨리 끝났어요!” 우리는 미니어처 시험 장치를 만들었다. 제로가 원격으로 보낸 빈 질문 표지를 사용했다. 제로는 자신의 이름이 아닌, 시험용 표지만 발송하는 데 동의했다. 테른은 실제 질문 내용 대신 빈 구분 표식으로 원래 발신지와 되돌아가는 경로가 분리돼 있는지 확인했다. 첫 번째 시험은 실패했다. 반송 표식이 엉뚱하게 내 출장비 청구서에 붙었다. “이건 뭐죠?” 루루가 물었다. “내가 오랜 세월 못 받은 돈이라 그런가 봐.” 두 번째 시험은 성공했다. [질문 내용 비공개 유지] [발신지 식별 불가] [선택 확인 요청: 원경로 반환 성공] 유스틴도 결과를 확인했다. 그는 내게 승인 도장을 건네지 않았다. 대신 조건부 시험 보고서를 작성하라고 했다. 성가시지만 옳은 순서였다. “이제 실제 소유자에게 요청을 보낼 수 있습니다.” 내가 말했다. “원한다면 복구할 수 있고, 원하지 않으면 그대로 두는 겁니다.” 보르는 회색 봉투 하나를 골랐다. 우리는 답변 불가실의 원본을 열지 않은 상태에서 선택 요청서만 보냈다. 한동안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러다 표면 채널에 짧은 응답이 떴다. [수신: 확인] [선택: 원상 복구를 희망합니다] [추가 요청: 복구 전에 한 가지 질문을 먼저 확인해 주세요] “무슨 질문이죠?” 다음 글자가 나타났다. [내가 처음 물었던 질문에 대해, 그동안 누가 나 대신 '동의'라고 답했습니까?] 나는 숨을 멈췄다. 누군지 몰라도 저 발신자는 열일곱 해 동안 같은 문제를 붙들고 있었다. 그리고 그 질문에 답하려면, A-0이라는 빈 계정 뒤에 숨은 실제 운영자를 찾아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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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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