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모는 보관소 안에 있었다.
열일곱 해 동안 숨어 지냈다는 말을 듣고 나는 은밀한 지하 감옥을 상상했다. 현실은 달랐다. 그는 우체국 뒤편의 작은 온실에서 토마토를 키우고 있었다.
“그분이 다모예요?”
루루가 속삭였다.
“쉿. 사람을 보고 먼저 묻자.”
온실은 따뜻했고 축축했다. 붉게 익은 토마토가 줄마다 주렁주렁 달렸다. 작은 의자에 앉은 중년의 정령은 우리를 보자 물뿌리개를 떨어뜨렸다.
“난 아무것도 안 했어.”
첫마디가 저거라니. 질문도 안 했는데 자백하는 사람을 만난 기분이다.
“최시온입니다. 세계수 고객센터에서 왔습니다.”
“중앙에서 보냈나?”
“아뇨. 사실 중앙에서는 별로 안 좋아합니다.”
루루가 해맑게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안 좋아해요! 감찰관님이 얼굴을 찌푸렸어요!”
다모가 우리를 한참 쳐다보다 피식 웃었다.
나는 온실 문 앞에 멈춰 섰다.
“말하고 싶지 않으시면 돌아가겠습니다. 다만 열일곱 해 전 비상 교대 기록에 선생님의 이름이 남아 있어서요.”
그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졌다.
“라에 이야긴가.”
“네. 그녀의 명의로 질문 전달 보류 명령이 계속 나갔습니다. 실제로 지시한 사람이 누군지 확인하는 중입니다.”
다모는 물뿌리개를 주워 토마토에 물을 주었다. 대답하지 않은 채 세 줄을 오갔다. 우리는 기다렸다. 루루가 참지 못하고 입을 열려 할 때마다 나는 과자 봉지를 건넸다.
세 번째 봉지를 개봉하려는 순간, 다모가 말했다.
“그날 라에는 창고를 닫으라고 했네.”
니아가 숨을 멈췄다.
“왜요?”
“대기실의 문을 열면 안 된다고 했어. 누군가 질문을 제멋대로 해석하기 시작했다고. 원래 질문을 보낸 쪽도, 받을 쪽도 모르는 사이에 종결 도장이 찍혔다고 했지.”
“그런데 왜 이관 기록에 라에가 승인한 걸로 나옵니까?”
다모는 주먹을 쥐었다.
“그게…… 내가 잘못한 일이야.”
그의 설명은 길지 않았다.
열일곱 해 전, 대기실을 관리하던 보관인들은 외부에서 내려온 긴급 지시를 받았다. 세계수의 공급망이 흔들리고 있으니 응답이 없는 질문은 일괄 보류하고, 운영 중단 책임을 막기 위해 이전 관리자 명의의 자동 도장을 사용하라는 내용이었다.
“라에가 반대했네. 그런데 책임자들은 그녀의 반대도 ‘위험 상황 동의’로 바꿨지.”
“그걸 보셨습니까?”
“봤어.”
다모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그리고 그날 밤 나한테도 서명하라고 했지. 안 그러면 아래 구름 마을의 공급이 끊길 거라고. 내가 거부하면 모든 피해가 내 책임이 된다고.”
나는 그가 쥔 물뿌리개를 보았다. 손가락에 오래된 상처 자국이 있었다.
“서명하셨군요.”
“그래. 내가 교대 확인 서명만 했다고 생각했는데, 나중에는 원본 인계 완료로 바뀌어 있었어. 그 후로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지.”
“왜요?”
그가 나를 보았다.
“겁이 났으니까.”
나는 별다른 위로를 하지 않았다. 겁이 난 사람이 겁났다고 말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그 일 때문에 피해를 본 사람들이 저절로 괜찮아지는 것도 아니다.
“그날 남긴 기록이 있습니까?”
“장부에 쓰진 못했네. 누가 가져갈까 봐.”
그는 작은 토마토 화분 하나를 가리켰다.
“씨앗 보관 상자 아래에 봉투를 숨겼어. 뜯지 않고도 겉면 기록은 볼 수 있을 걸세.”
상자를 꺼내자 오래된 짙은 녹색 봉투가 나왔다.
[수신: 기록 보관소 차기 책임자]
[발신: 다모]
[봉인 유지: 본인 요청]
“왜 지금까지 보내지 않으셨어요?”
“내가 차기 책임자를 믿지 못했으니까. 오히려 또 그들에게 넘어갈까 봐.”
나는 봉투를 열지 않고 대답했다.
“선생님이 원하시면 지금 정식 보전 절차에 넣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공개 범위는 따로 결정하셔야 해요.”
다모가 고개를 끄덕였다.
“원본은 봉인하되, 내가 본 일은 진술하겠네. 내 탓이 없다고 해 달라는 건 아니야. 적어도 누가 내 이름을 이용했는지는 알고 싶네.”
그의 진술은 아르웬과 보르의 입회 아래 기록됐다. 다모는 스스로 서명했고, 읽어 본 뒤 고칠 부분을 고쳤다. 겁먹어서 진실을 숨겼다는 문장도 지우지 않았다.
온실을 나서는데 그가 나를 불렀다.
“상담원.”
“네?”
“라에가 마지막으로 남긴 말이 하나 있네. ‘언젠가 누가 질문을 못 하게 했는지 찾는 사람이 오면, 먼저 답 없는 방의 문을 보라’고.”
“답변 불가실 말씀이군요.”
“그 방 이름도 원래는 달랐어.”
“뭐였는데요?”
다모가 천천히 말했다.
“대답을 기다리는 방.”
나는 잠시 말을 잃었다.
비슷한 두 이름 사이에 열일곱 해가 들어 있었다. 기다림을 포기로 바꿔 놓는 데도 세월이 필요한 모양이다.
돌아오는 길, 루루가 내 팔을 잡았다.
“시온 님. 다모 님은 나쁜 사람이에요?”
“잘못한 사람이겠지. 동시에 협박받은 사람이기도 하고.”
“둘 다일 수 있어요?”
“응. 그래서 기록이 필요한 거야. 한 단어로 사람을 다 설명할 수는 없으니까.”
그때 니아의 통신판이 울렸다.
[답변 불가실 외부 안전 점검 완료]
[기록 접수 가능: 원본 음성 노출 없는 표면 채널]
드디어 들어갈 수 있는 길이 하나 생겼다.
물론 늘 그렇듯, 안전한 길은 좁았다.
제67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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