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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세계수 고객센터입니다 · 65화
PAYLUA ORIGINAL · 제65화

65화. 열일곱 해 전 결재서에는 퇴사자가 근무 중입니다

세계수 고객센터입니다 · 3,061자

오프라인 책장
열일곱 해 전 결재서를 찾는 데 필요한 서류는 총 여섯 장이었다. 민원 020의 선택 확인서 한 장, 마레인 재판관의 임시 보전 승인서 두 장, 아르웬 소장이 준비한 현장 입회 확인서 두 장, 그리고 테른이 만든 설비 안전 점검서 한 장. 제일 두꺼운 건 마지막 장이었다. “안전 점검서를 왜 이렇게 길게 썼어요?” 테른이 무뚝뚝하게 대답했다. “안전은 짧게 적는다고 확보되지 않소.” 반박할 말이 없었다. 기술자의 정론은 대체로 개그를 죽인다. 마레인의 승인은 조건부로 도착했다. 보류 명령의 바깥 결재 기록만 볼 것. 발신자가 공개를 거부한 질문 내용과 타인의 봉투는 열지 말 것. 원본과 복제 기록의 해시 같은 구분 표식을 나란히 남길 것. 안전 설비 조작은 별도 심사를 받을 것. 나는 마지막 문구를 읽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엔 처음부터 사고 보고서가 아니라 점검표를 준비했네요.” “당연하죠.” 아르웬이 말했다. “당신이 오기 전에도 저는 일을 잘했습니다.” “저도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항상 놀라는 표정입니까?” “저는 상사가 옳은 말 하는 걸 들으면 반사적으로 놀라서요.” 아르웬의 눈썹이 움직였다. 아차. 그 말은 속으로만 했어야 했는데. 검은 창구의 바깥 판독창이 켜졌다. 테른이 봉인 손상 없는 표면 판독기를 설치했고, 보르가 열일곱 해 전 장부 번호를 읽어 주었다. [관리자 강제 보류 최초 승인] [접수 시각: 17년 전] [결재 계정: A-0] [명의 관리자: 라에] [명령 유형: 질문 전달 보류] [사유 입력자: 자동 인장기] “또 라에.” 니아가 입술을 깨물었다. “이건 라에가 직접 결재했다는 뜻인가요?” 테른이 손을 저었다. “아니오. 명의와 실제 작동 주체가 분리돼 있소. 원격 인장 기록에 붙은 이름일 뿐이오.” 나는 그에게 엄지를 들었다. 적어도 아직 아무에게나 범인이라는 딱지를 붙이지 않았다. “명령이 승인된 시간을 볼 수 있습니까?” 보르가 날짜 바퀴를 돌렸다. [결재 시각: 제0 회선 운영 종료 3시간 12분 후] 나는 니아를 돌아봤다. “라에가 제0 회선에서 마지막으로 목격된 시각은요?” “운영 종료 직전이에요. 이후 행방은 확인되지 않았어요.” “그러니까 운영이 끝난 뒤에도 라에 명의의 결재가 계속됐다는 거군요.” “그렇습니다.” “일단 모순을 하나 찾았네.” 루루가 신나게 손을 들었다. “라에가 야근했을 수도 있잖아요!” “그럴 수도 있지.” 나는 웃음을 삼켰다. “그래서 그 가능성도 남겨 둬야 해.” 루루가 당황했다. “어? 제가 맞는 말을 했어요?” “끔찍하게도.” 니아가 표면의 작은 필적을 가리켰다. 결재 서명의 바로 옆에 눈에 잘 띄지 않는 점 세 개가 있었다. “이건 제가 제14 장치에서 봤던 오류 부호예요. 원본 음성의 동의를 받지 못했을 때 대리 입력 장치가 남기는 흔적이죠.” 아르웬은 곧장 기록했다. “그럼 독립 검증이 필요합니다. 다른 대리 입력 기록에도 같은 점이 있는지 비교해야겠어요.” 테른이 제7 금고에서 임시 봉인한 인장 기록의 표면 자료를 불러왔다. 그곳에도 점 세 개가 있었다. 라에의 이름뿐 아니라, 에르윈 계승 기록 보관인의 이름 옆에도 똑같은 흔적이 있었다. “이건 특정 인물의 서명이 아니라 장치의 동작 표식일 수 있겠네요.” 내가 말했다. 아르웬의 표정이 굳었다. 에르윈은 그녀의 집안과 연결된 옛 기록 보관인이었다. 누군가 사라진 사람들의 이름을 명함처럼 달고 돌아다녔다면 참 악취미다. “명령 자체의 출처를 확인할 수 있겠습니까?” 내가 보르에게 물었다. 노인은 대답 대신 낡은 우편 경로도를 펼쳤다. 경로의 끝에는 동그란 표시가 찍혀 있었다. [발송 구역: 원천 질문권 분리 장치] [관리망 접속 지점: 제7 금고] [최초 반송 주소: 미전달 민원 보관 구역 내부] 나는 그 문장을 세 번 읽었다. “잠깐. 출처가 금고가 아니라 창고 안이라고요?” 보르가 고개를 끄덕였다. “명령은 이곳에 있었네. 제7 금고는 도장을 찍는 곳이었고.” “그럼 이 안 어딘가에 최초 지시를 내리는 장치가 있는 건가요?” 테른이 손바닥을 펴 보였다. “가능성은 있소. 다만 장치인지, 누군가 남긴 명령문인지, 그걸 쓰는 사람이 있는지는 아직 모르오.” 나는 검은 창구를 바라봤다. 드디어 방향이 바뀌었다. 여태 우리는 도장이 누구 손에 있는지만 물었다. 정작 도장을 찍으라고 지시한 문장이 어디서 왔는지는 묻지 않았다. 나는 비슷한 명의로 찍힌 다른 기록이 있나 더 살폈다. 판독창 옆에는 ‘추천 결재자’라는 버튼이 달려 있었다. “이건 뭡니까?” 테른이 버튼 위의 미세한 글씨를 읽었다. “이전 결재자와 비슷한 이름을 자동으로 지정하는 기능이오.” “비슷한 이름이요?” “예를 들어 최시온과 최시웅 같은……” 그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판독창이 번쩍였다. [추천 결재자: 최시온] [동의 처리 가능 여부: 유사명 확인] “야! 누가 내 이름을 넣으래!” 나는 손을 번쩍 들었다. 버튼을 누르지도 않았는데 이름 하나가 화면에 등장한 것이다. 아르웬도 놀랐는지 곧장 봉인 상태를 확인했다. “실제 승인된 명령은 아닙니다. 임시 추천 표시입니다.” “임시든 영구든 나한테 묻지도 않고 왜 나를 추천해요?” 루루가 심각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시온 님이 인기가 많아서 그래요!” “이럴 때 인기는 필요 없어!” 나는 테른에게 추천 기능의 입력·출력 기록만 따로 보전해 달라고 부탁했다. 자동 추천이 실제 결재로 연결될 수 있는지, 연결된다면 누구의 권한으로 가능한지 조사하기 위해서였다. 그때 봉인된 선반 하나에서 바스락 소리가 났다. 보르가 갑자기 얼굴을 찌푸렸다. “저건…… 이상하군.” “왜요?” “열일곱 해 동안 빈 칸이었던 반송 주소가 방금 채워졌네.” 표면에 짧은 문구가 나타났다. [반송 주소: 답변 불가실] [구역 위치: 관리자 강제 보류 창구 하부] 내가 한참 바라보자 루루가 물었다. “시온 님, 답변 불가실이 뭔데요?” “이름만 보면 내가 살고 싶은 곳이네.” 그런데 웃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우리가 찾던 누군가가, 저 문 안쪽에 아주 오래전부터 대답하지 못한 채 남아 있을지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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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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