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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세계수 고객센터입니다 · 64화
PAYLUA ORIGINAL · 제6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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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수 고객센터입니다 · 2,607자

오프라인 책장
보르의 답신 기계는 몹시 기이했다. 봉투를 넣으면 받는 사람 주소를 묻지 않았다. 이름을 적을 칸도 없었다. 대신 딱 하나를 물었다. [기존 질문의 발신인이 이 답신을 받기로 했습니까?] “그걸 우리가 어떻게 확인하죠?” 내 말에 보르가 낡은 황동 열쇠를 들어 보였다. “봉투 바깥의 반송 표식이 있네. 이건 발신자의 접수 경로에만 돌아가네. 주소를 찾아내는 방식이 아니라 원래 자리로 돌려놓는 방식이지.” “답장을 보냈는데 발신인이 읽지 않으면요?” “그럼 읽지 않은 걸로 남겠지. 억지로 들려주진 않네.” 그래. 이 정도면 믿어 볼 만하다. 나는 답신 문구를 신중하게 골랐다. [민원 020 접수 확인. 현재 확인된 사실은 강제 보류 기록이 존재한다는 점입니다. 내용은 열람하지 않았습니다. 원하시면 질문을 다시 전달할지, 보류한 이유만 확인할지, 아무 조치도 하지 않을지 선택하실 수 있습니다.] 루루가 내 옆에서 펜을 빙빙 돌렸다. “너무 길어요.” “짧게 쓰면 오해할 수 있잖아.” “그럼 이렇게 쓰죠. ‘누가 그랬는지 같이 잡아요!’” “아직 누가 뭘 했는지도 모르는데?” “마음은 통하잖아요.” 아니. 마음은 통할지 몰라도 소송장이 같이 올 것이다. 나는 정식 문구를 선택했다. 종이 봉투는 입구로 빨려 들어가더니 회색 빛줄기가 되어 사라졌다. 딸랑. [답신 전달: 완료] [열람: 선택 대기] “좋습니다.” 보르가 말했다. “이제 조사하려면 강제 보류의 근거를 열람할 승인을 받아야 하네. 당사자의 질문 내용은 빼고, 명령 자체의 절차만 살피는 걸로.” “그런 권한이 여기 있습니까?” “없네.” “네?” “중앙에 요청해야지.” 나는 창밖으로 구름을 내다봤다. 천계 중앙 기록국의 탑이 멀리 보였다. 가까워 보이는데 실제로는 구름 다리 세 개를 더 건너야 한다고 했다. “출장 와서 다시 출장이라니.” 아르웬이 작은 통신판을 펼쳤다. “마레인 재판관에게 현장 보전 범위를 요청하겠습니다. 강제 보류 근거의 외부 표지만 분리 검증하고 싶다고요.” 그때 세 번째 창구에 낯선 그림자가 드리웠다. 검은 제복, 은색 모자, 말끔한 장갑. 젊지도 늙지도 않은 남자가 구름 위에서 내려섰다. “그럴 필요 없습니다.” 그가 말했다. “이 구역은 폐쇄 예정입니다.” 보르가 허리를 꼿꼿이 폈다. “유스틴 감찰관. 폐쇄 지시는 들은 바 없습니다.” “지금 전달하죠.” 남자가 문서를 내밀었다. [미전달 민원 보관 구역 폐쇄 예고] [사유: 장기 미처리 자료의 안전한 이관] [이관 예정: 사흘 뒤] [기존 자료 열람: 제한] 나는 문서의 날짜를 확인했다. 오늘 발행된 명령이었다. 더 놀라운 것은 이관 예정지가 ‘중앙 공통 보관고’라는 것이었다. 어디인지 정확히 적혀 있지 않았다. “안전한 이관이라면 이관 전후 원본 대조 계획이 있어야겠죠?” 유스틴이 나를 바라봤다. “누구십니까?” “세계수 고객센터 최시온입니다.” “이 보관소의 감독기관이 아니군요.” “네. 그런데 민원 020의 담당입니다.” “담당이면 담당 민원만 처리하세요.” “그래서 질문드립니다. 이관하면 원래 발신자가 답신을 받을 수 있습니까?” 유스틴이 말없이 나를 봤다. “새 보관고의 운영 규정에 따릅니다.” “그 규정은 공개돼 있나요?” “내부 문서입니다.” “그럼 알 수 없다는 뜻이군요.” 그가 눈썹을 찌푸렸다. “직원 하나가 지나치게 많은 것을 묻는군요.” 전 직장에서도 많이 듣던 말이다. 다만 그때는 상무였고, 이번에는 천계 감찰관이다. 직함만 바뀌었지 반응은 놀랍도록 비슷하다. “질문이 많아서 죄송합니다.” 나는 웃었다. “하지만 질문이 적었으면 이 구역이 생기지도 않았겠죠.” 보르가 고개를 돌려 웃음을 감췄다. 유스틴은 씁쓸한 얼굴로 설명했다. “오래된 질문 중에는 사적인 비밀도 있습니다. 어떤 것은 봉인이 약해지면 지역 전체에 과거의 공명을 퍼뜨릴 수 있죠. 이관을 막겠다면 그 위험에 대한 대안도 제시해야 합니다.” 그건 타당한 문제였다. 마구 봉투를 열자는 뜻은 애초에 없었다. “안전 이관 자체를 반대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출발 전 건수와 봉인 상태, 도착 후 대조 절차, 발신자 선택권의 지속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는 겁니다.” “당신은 뭘 할 수 있습니까?” “아직은 검증을 요구할 수 있죠.” 유스틴이 짧게 숨을 내쉬었다. “사흘 드리겠습니다. 그 안에 적법한 이의가 접수되지 않으면 예정대로 이관합니다.” 그가 돌아서자 보르가 작게 중얼거렸다. “십칠 년 동안 아무도 닫지 못한 창고를 사흘 만에 닫는다니.” 루루가 내 옷소매를 잡았다. “시온 님. 어떡해요?” 나는 아직 열람 대기 중인 답신을 보았다. 내가 쓴 편지를 누군가 읽을지, 영영 읽지 않을지는 알 수 없다. “우선 사흘 안에 뭘 지킬지 정하자. 창고 건물보다 중요한 건 안에 있는 사람들의 선택권이니까.” 그때 답신 기계에서 아주 작은 종소리가 났다. [민원 020: 발신인 답신 열람 완료] [추가 선택 접수됨] 루루가 몸을 들썩였다. “뭐라고 했대요?” 나는 서두르지 않고 종이를 꺼냈다. [제 질문 내용은 공개하지 마세요. 다만 그 질문을 보류한 사람의 결재 기록은 밝혀 주세요.] 좋다. 드디어 우리가 조사해도 되는 범위가 분명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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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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