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계로 가는 길은 보통 구름 사다리라고 한다.
오늘 우리가 탄 것은 낡은 우편 승강기였다.
문짝에는 벗겨진 금박으로 ‘반송 전용’이라고 쓰여 있었고, 내부에는 사람이 앉을 의자 대신 커다란 우편 자루가 매달려 있었다. 바닥에는 누군가 그린 화살표가 있었다.
[위: 정상 배송]
[옆: 주소 확인]
[아래: 분실물]
우리 목적지 화살표는 없었다.
“이거 타도 안전합니까?”
내가 물었다.
테른이 승강기 이음매를 두드렸다.
“구조 자체는 튼튼합니다. 다만 목적지가 고정돼 있지 않군요.”
“뭘 믿고 타라는 겁니까?”
“타면 도착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믿으시오.”
“저는 그걸 도박이라고 배웠습니다.”
니아가 바닥의 낡은 고리를 가리켰다. 저번에 제14 장치에서 구출된 뒤로 그녀는 기계가 발하는 공명의 변화를 남보다 빨리 알아챘다.
“여기 질문의 결을 따라가는 장치가 있어요. 주소가 없어도 수취되지 않은 문장을 들으면 경로가 열리는 것 같아요.”
아르웬이 내게 고개를 끄덕였다.
“사본을 읽어 보세요. 신원 정보는 제외하고요.”
나는 접수 내용을 읽었다.
“오래전 접수한 질문을 누가 보류했는지 밝혀 주세요.”
덜컹.
승강기가 옆으로 움직였다.
“으악!”
루루가 내 옷깃을 붙잡았다.
“어째서 위로 안 가요!”
“주소 확인은 옆이라고 써 있잖아!”
“옆은 천계가 아니잖아요!”
“나도 그렇게 생각해!”
구름을 가르며 달리던 승강기는 세계수의 가장 높은 가지 끝을 지나 회색 하늘의 틈으로 미끄러졌다. 창밖에는 다른 승강기들이 보였다. 누군가 읽다가 덮은 편지처럼 반쯤 접혀, 어딘가에 걸려 있었다.
옆을 지나던 붉은 봉투 하나가 우리 창문에 철썩 달라붙었다.
[수신인: 내일의 나]
[발신인: 어제의 나]
[내용: 비밀]
루루가 그것을 보고 침을 삼켰다.
“저 편지는 대체 무슨 내용일까요?”
“모르지. 비밀이라고 써 있네.”
“아니, 열면 알잖아요!”
“남의 편지는 열면 안 돼.”
“궁금해 죽겠는데요?”
“그럼 궁금한 채로 살아.”
루루는 무슨 끔찍한 형벌이라도 선고받은 듯 입을 벌렸다. 그사이 붉은 봉투는 창문에서 떨어져 제 갈 길을 갔다. 바로 그 뒤로 크고 작은 편지가 흰 물고기 떼처럼 구름을 헤엄쳤다. 일부는 수취인 이름이 반쯤 지워져 있었고, 일부는 끈으로 스스로 묶여 있었다.
니아가 창틀에 귀를 가까이 댔다.
“문장들이 서로 부딪치지 않으려고 길을 비켜 가요. 마치 살아 있는 것 같아요.”
“편지들끼리 신호등이라도 있나 보네.”
그 말이 끝나자 머리 위에 진짜 신호등 같은 구름이 나타났다.
[미전달 우편 밀집 구간 — 일시 정지]
승강기가 우뚝 멈췄다. 우편 자루가 좌우로 흔들리더니 내 머리 위로 쏟아졌다. 나는 몸을 숙였고 아르웬은 손목을 돌려 마법 방패를 펼쳤다. 루루는 그 와중에도 자기 과자 봉지가 무사한지부터 확인했다.
“보호 대상이 확실하구나.”
“생존에 필요하거든요!”
나는 자루를 제자리에 걸고 창문 밖을 보았다. 저 멀리 구름 위로 작은 우체국 하나가 나타나 있었다. 수많은 편지들이 그 지붕 위에 내려앉았다가 다시 날아올랐다.
한참 뒤 승강기가 멈추고 문이 열렸다.
눈앞에는 작은 우체국이 하나 있었다. 지붕은 푸른 기와, 문은 붉은색. 사방으로 흐르는 구름 속에서 이 건물만은 낮은 언덕에 붙박여 있었다.
[미전달 민원 보관 구역 — 외부 접수실]
[방문객은 아직 읽히지 않은 말을 소중히 다뤄 주십시오.]
창구에는 커다란 안경을 쓴 노인이 앉아 있었다. 귀가 길고, 수염은 짧고, 모자는 머리보다 컸다.
“반송 사유.”
그가 우리를 보지도 않고 말했다.
“방문 목적부터 물어보셔야 하는 것 아닙니까?”
“나간 게 돌아왔으면 반송이지.”
“저희는 처음 왔습니다.”
“처음 온 놈도 돌아가게 돼 있네.”
이분, 서비스 마인드가 참 인상적이다.
나는 신분증을 내밀었다.
“세계수 고객센터 조사 담당 최시온입니다. 보르 안내인 맞으십니까?”
그가 안경을 조금 내렸다.
“맞네. 아직도 직원이 있는 모양이군.”
“네. 사직서는 받아 주질 않아서요.”
노인은 처음으로 미소를 지었다.
“그런 점은 여기와 비슷하네.”
그가 먼지가 수북한 출입 장부를 펼쳤다.
[업무 종료 대기: 17년]
[마지막 정상 발송: 17년 전]
[현재 보관 건수: 집계 중]
“집계 중이라니요?”
“자네가 세 보게. 끝을 보면 모를까.”
보르는 창구 뒤를 가리켰다. 그곳에는 문이 수십 개 있었다. 어떤 문은 봉투처럼 네모졌고, 어떤 문은 잎맥처럼 갈라졌고, 어떤 문은 누군가의 입 모양으로 닫혀 있었다. 바람이 불 때마다 문마다 다른 숨소리가 났다.
니아가 귀를 기울였다.
“전부 목소리가 들어 있어요.”
“목소리도 있고, 입 밖에 나오지 못한 질문도 있지.”
보르가 말했다.
“다만 함부로 열면 안 되네. 보내는 사람이 숨기기로 한 말도 있고, 받을 사람이 사라진 편지도 있거든.”
“그럼 누가 보류했는지 알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원본 봉투의 바깥쪽 기록부터 봐야지. 내용물이 아니라 운송 경로를.”
옳은 말이다. 민원 020의 발신자도 본인이 비공개를 선택했다. 그걸 알아내겠다고 봉투를 찢으면 우린 조사관이 아니라 도둑이다.
보르는 우리에게 창구 세 개를 보여 줬다.
[수신인 부재]
[발신인 보류 요청]
[관리자 강제 보류]
세 번째 창구만 검은 천으로 가려져 있었다.
“저건 왜 가렸습니까?”
“사용 중지 명령이 내려왔지. 아주 오래전에.”
“누가 명령했나요?”
“그걸 묻는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네.”
그는 오래된 보관표 하나를 내밀었다.
[강제 보류 최초 발생: 17년 전]
[승인 계정: A-0]
[결재 근거: 현장 질문의 자동 해석 완료]
나는 눈을 질끈 감았다.
저 계정은 지금까지 가는 곳마다 따라왔다. 어쩌면 내가 이세계에 오기 전부터, 민원 처리에 중독된 유령처럼 날 기다리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자동 해석 완료라면 질문에 답했다는 뜻 아닙니까?”
보르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지. 답을 하지 않아도 되는 질문으로 바꿨다는 뜻이네.”
그때 검은 천 아래에서 딸랑 하고 종이 울렸다.
낡은 창구의 표시판에 한 문장이 떠올랐다.
[상담원 도착 확인]
[미전달 질문 1건, 수취인 확인 대기]
보르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졌다.
“이상하군. 저 창구는 십칠 년 동안 아무에게도 먼저 말을 걸지 않았는데.”
나는 천천히 번호표를 받았다.
[방문 번호: 0000001]
제0 회선에서도 1번이었다.
우연치고는 참 끈질긴 숫자였다.
제62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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