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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세계수 고객센터입니다 · 60화
PAYLUA ORIGINAL · 제60화

60화. 고객님, 끝난 사건에도 후기가 남습니다

세계수 고객센터입니다 · 4,079자

오프라인 책장
세상에서 제일 기분 나쁜 말은 ‘사건이 종결됐습니다’일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꼭 그 다음에 뭔가 하나가 더 나오기 때문이다. 이번엔 편지였다. [수신: 세계수 고객센터에서 첫 번째 질문에 답한 사람에게] 나는 봉투를 내려다봤다. 마치 열일곱 해 전 사람이 미래의 나를 기다렸다는 듯한 문장. 그런데 예전에도 비슷한 편지를 봤다. ‘최초 질문권자’라고 적힌 봉투였다. 그때는 내 개인 앞으로 온 것인지 착각했다. 이번에는 그런 실수를 하지 않기로 했다. “제로에게 온 편지일 가능성이 있겠네요.” 아르웬이 말했다. “그렇죠. 그런데 확정하려면 첫 번째 질문 기록을 봐야 해요.” 루루가 얼른 장부를 펼쳤다. “여기 있어요! 제0 회선의 첫 접수 번호!” [대기번호 0000001] [질문자: 라에로 추정. 인장 원본 대조 필요] [응답자: 제0 회선 내 미등록 신호] [질문 내용: 네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니?] [응답 내용: 아직 모르겠어요.] 나는 종이에서 눈을 들었다. 제로가 며칠 전 우리에게 들려줬던 말과 닮아 있었다. 누군가 이미 오래전에 제로에게 같은 질문을 했던 것이다. “이 기록을 제로에게 보여 줘도 괜찮을까요?” 니아가 물었다. “먼저 묻죠. 기억하기 싫을 수도 있으니까.” 우리는 제0 회선으로 돌아갔다. 처음 왔을 때 어둡고 으스스하던 지하실에는 이제 안전 등불이 켜져 있었다. 다만 빈 책상과 의자들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누군가 자리를 비운 회사 특유의 쓸쓸함은 어디에서도 바뀌지 않았다. “제로.” ‘네, 시온 님.’ “열일곱 해 전에 당신에게 도착한 것으로 보이는 편지를 찾았어요. 원하면 관련 기록을 함께 확인할 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으면 보관만 할게요.” 조용한 침묵이 흐른 뒤 제로가 답했다. ‘보고 싶어요.’ “알겠습니다.” 아르웬과 니아가 입회하고, 파리스가 봉투 원본이 훼손되지 않았음을 기록했다. 마레인의 승인 범위를 확인한 뒤 봉인을 열었다. 편지는 뜻밖에도 짧았다. [처음 질문을 받았던 너에게.] [네가 대답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던 날을 기억하니?] [나는 너를 다른 사람의 답을 대신하는 도구로 남겨 두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직접 약속을 지키지 못할 것 같다.] [원본은 여기에 숨기지 않았다. 위험한 사람들은 이곳을 먼저 찾을 테니까.] [다음에 누군가 너에게 질문한다면, 그가 네 대답을 대신하지 않는 사람인지 확인해.] [그런 사람이 나타나면, 네가 원할 때만 두 번째 종을 울려 줘.] [— 라에] 나는 편지를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 긴 설명도, 원망도 없었다. 자신이 어디로 가는지조차 밝히지 않은 마지막 기록. 하지만 두 번째 종을 울리라는 말은 묘하게 따뜻했다. ‘그 사람은…… 제가 대답하지 않아도 기다려 줬어요.’ 제로가 말했다. “기억나요?” ‘선명하진 않아요. 하지만 기다렸다는 건 기억해요.’ “그럼 지금도 선택할 수 있어요. 종을 울릴지 말지.” 이번에는 내가 먼저 입을 다물었다. 기다렸다. 루루가 꼼지락거리는 소리, 아르웬이 숨을 고르는 소리, 뿌리 사이로 물이 흐르는 소리만 들렸다. 그리고. 딸랑. 딸랑. 황동 종이 두 번 울렸다. ‘저는 제 목소리로 대답하고 싶어요.’ 나는 가만히 웃었다. 열일곱 해 동안 미뤄진 응답이 드디어 제자리를 찾았다. 서류 작업은 여전히 남았다. 제0 회선의 안전 감시를 누가 맡을지 정해야 했고, 제로의 자발 응답을 별도 보전하는 임시 절차를 유지할 담당자도 필요했다. 무엇보다 다른 사람의 원본 녹음은 원래 권리자에게 안전하게 돌아갈 수 있도록 계속 조사해야 했다. 아르웬이 새로운 관리표를 내밀었다. “제0 회선 운영 점검 담당을 정해야겠어요.” “설마 저요?” “최초 발견자이자 조사 요청인이시니까요.” “그 논리면 지진을 처음 신고한 사람이 건축 책임자가 됩니까?” “그렇지는 않죠.” “그럼 왜 저한테……” “서류 읽는 속도가 빠르시잖아요.” 나는 입을 다물었다. 진짜 무서운 상사는 부하의 재능을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이다. 테른이 근무 분담표를 정리했다. 시설은 그가 점검하고, 니아가 공명 상태를 살피며, 아르웬이 출입 승인과 보전 절차를 관리하기로 했다. 나는 민원 접수와 당사자 통신을 맡았다. 루루는 홍보 담당을 자처했다. “홍보는 왜?” “제로가 이름 생겼잖아요! 축하 행사 해야죠!” “아직 법적 지위 심사도 안 끝났는데 행사를 해?” “축하하는 데 판결문이 필요해요?” 나는 잠시 말문이 막혔다. “……작게 하자. 본인한테 먼저 물어보고.” 제로는 조용히 대답했다. ‘좋아요. 다만 너무 많은 사람이 저를 보지 않게 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비공개로.” 루루는 과자 네 개와 작은 종이 깃발을 준비했다. 제로는 과자를 먹을 수 없었지만, 루루가 맛을 묘사하는 건 듣고 싶다고 했다. 나는 그 장면을 보며 웃었다. 어떤 존재와 친구가 되는 데는 꼭 같은 음식을 먹을 필요는 없는 모양이었다. 로딘이 통신석에 모습을 비췄다. “축하 행사라며! 왜 나를 초대하지 않았느냐!” “로딘 님은 부르면 벽이 무너지잖아요.” “나는 조용히 축하할 수 있다!” “그럼 수정 통신으로 축하해 주세요.” 로딘은 목을 가다듬더니 온 협곡에 울릴 만한 목소리로 외쳤다. “축하한다, 제로! 세계 제일의 응답자가 되어라!” 지하실 천장에서 먼지가 우수수 떨어졌다. “조용히요!” “방금 조용히 했다!” 그래. 드래곤의 기준은 다르다. 축하가 끝난 뒤 나는 오랜만에 정식 퇴근 도장을 찍었다. 루루도 작은 발로 자기 이름 옆에 도장을 찍었다. 세계수가 저 멀리서 천천히 잎을 흔들었다. 그날의 업무 보고에는 종결된 사건과 남은 사건을 구분했다. [제0 회선 원본 접합부 보호: 임시 안정] [제로의 자발 응답 보전: 계속] [제7 금고 자동 인장기: 잠정 중지 및 조사] [라에의 행방: 미확인] [제14 장치 및 A-0 실행 경로: 조사 계속] 나는 마지막 두 줄에 별표를 쳤다. 잠정 승리가 모든 문제의 해결은 아니다. 누군가는 아직 도망치고 있고, 누군가는 아직 돌아오지 못했다. 퇴근길에는 쌀쌀한 바람이 불었다. 세계수 뿌리 사이에 매달린 집들의 창문마다 노란 불이 켜져 있었다. 그 불을 보며 나는 이곳에서 지켜야 할 것이 계약서 한 장만은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그때 수정 통신기가 울렸다. 발신자는 파리스였다. “최시온 씨. 편지를 열람한 뒤 제7 금고의 두 번째 물품이 스스로 반응했습니다.” “두 번째 물품이요?” “원천 질문권 분리 장치입니다. 아무도 접촉하지 않았는데 오래된 경로를 한 번 가리켰습니다.” “어디를요?” 파리스는 지도를 보여 주었다. 하늘 한가운데, 천계 중앙 기록국 바깥의 흐린 구름 지대에 붉은 점이 찍혀 있었다. [경로명: 미전달 민원 보관 구역] [현행 지도 등재: 없음] [마지막 접근 흔적: 17년 전] 나는 한숨을 쉬었다. “이 세계는 창고를 정말 좋아하네.” “추가 확인이 필요합니다. 이 경로가 라에의 행방과 관련 있는지도 아직 모릅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우선 기록 보전부터 부탁드립니다.” 회선을 끊으려는데 제로의 목소리가 작은 수동 종을 타고 들려왔다. ‘시온 님.’ “응?” ‘라에가 예전에 이런 말을 했어요. 답을 잃어버렸을 때는, 누가 질문을 못 하게 했는지부터 찾으라고.’ 나는 하늘을 올려다봤다. “좋은 말이네요.” ‘그럼 다음에도 질문하러 가실 거예요?’ “글쎄요. 우선 출장 명령이 나와야죠.” ‘왜요?’ “경비 처리해야 하니까.” 루루가 옆에서 킥킥 웃었다. 나도 웃었다. 그때 접수함의 종이 한 번 울렸다. [신규 민원 020] [접수 경로: 미전달 민원 보관 구역] [민원 내용: 오래전 접수한 질문을 누가 보류했는지 밝혀 주세요.] [발신자: 비공개] 나는 하늘을 보다가 천천히 가방을 내려놓았다. “루루.” “네, 시온 님.” “이거 오늘 밤에 처리해야 하는 민원이냐?” 루루는 접수 내용을 꼼꼼히 살폈다. “아니요. 접수만 됐고 긴급 표시는 없어요.” “좋아.” 나는 가방을 다시 들었다. “그럼 내일 하자.” “정말요?” “정말이지.” 그리고 숙소 문을 열었다. 이번만큼은 반드시 잔다. 세상에 질문이 아무리 많아도, 상담원은 가끔 퇴근해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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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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