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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세계수 고객센터입니다 · 6화
PAYLUA ORIGINAL · 제6화

6화. 엘프 소장님의 불법 서류함

세계수 고객센터입니다 · 4,315자

오프라인 책장
아르웬의 집에는 침대보다 서류장이 많았다. 침대 하나, 의자 둘, 찬장 하나. 서류장 열일곱. 그중 다섯 개에는 자물쇠가 걸려 있었다. 게다가 거실 창문에는 금빛 액자가 줄지어 있었다. [올해의 모범 관리소장] [민원 오분 내 회신 우수상] [규정 위반 제로 기록] 나는 거실을 둘러보고 조심스럽게 물었다. “소장님, 취미가 뭡니까?” “기록 정리.” “좋아하는 음식은요?” “상온 보관이 가능한 것.” “친구는요?” “그게 사건과 무슨 관련이 있죠?” 아, 없구나. 우리는 베르나 분지에서 돌아오자마자 그녀의 집으로 왔다. 감사관 도착까지 이제 하루 남짓. 사백 년 전 계약의 원본을 확인할 수 있는 곳은 에르윈의 후손인 아르웬이 보관한 개인 기록뿐이었다. 아르웬은 가장 오래된 서류장 앞에 섰다. 자물쇠에 손을 대기까지 한참 걸렸다. “할머니는 제게 한 번도 이 일에 대해 설명하지 않으셨어요.” “말 못 할 사정이 있었겠죠.” “그래도 기록을 남겼어야 해요.” “그래서 소장님은 기록을 이렇게 많이 남기나 봅니다.” 그녀는 나를 흘끗 보았다. 평소 같으면 규정집을 꺼낼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짧게 웃었다. “어쩌면요.” 아르웬은 할머니의 책상 서랍을 가리켰다. 옆면에 작은 흠집들이 빼곡했다. “제가 어릴 때 저기서 놀곤 했어요. 할머니는 늘 책상에 앉아 편지를 쓰셨죠. 저는 제 생일 축하 편지인 줄 알고 좋아했는데……” 그녀는 말을 멈췄다. “한 번도 보낸 적이 없으신 걸까요?” “보냈을 겁니다.” 나는 낡은 서류함의 고리를 살폈다. 종이 아래에는 반송된 봉투가 수십 장 묻혀 있었다. 모두 같은 주소로 발송된 것이었다. [천계 전력청 제0 계약 담당] 그리고 모두 같은 붉은 도장이 찍혀 있었다. [접수 주체 부적격] 에르윈의 손글씨는 갈수록 작아지고 있었다. 처음에는 길고 자세했다. 나중에는 ‘정식 해지 절차를 알려 달라’는 짧은 문장만 반복됐다. 아르웬은 편지를 한 장 들어 올렸다. 어린 시절 할머니에게 보냈던 자신의 그림이 뒤에 붙어 있었다. 어린 엘프가 커다란 세계수 아래에서 손을 흔드는 그림이었다. “할머니가 이것까지 갖고 계셨네요.” 그녀가 웃었지만 목소리가 흔들렸다. 나는 생각했다. 어떤 사람은 한평생 무너진 계약을 바로잡으려 하고, 어떤 사람은 그 모든 시간을 단지 무기력했다고 평가한다. 기록이 남아 있지 않으면 후자가 역사에 남을 것이다. “소장님, 이번에는 우리가 반송 도장을 찍어드립시다.” “누구에게요?” “천계에서 보내는 부당한 명령에요.” 그녀가 잠깐 웃었다. “그런 조항은 없을 텐데요.” “찾아보죠. 소장님 특기잖아요.” 자물쇠가 열렸다. 안에는 낡은 편지 묶음과 작은 나무 인장이 들어 있었다. 겉에는 할머니의 필체로 ‘에르윈의 마지막 업무 기록’이라 적혀 있었다. 첫 장에는 사백 년 전 도시들을 구한 기록이 있었다. 검은 폭풍이 결계를 무너뜨렸고, 천계는 세계수의 힘을 잠시 빌리겠다고 제안했다. 에르윈은 마을 아이들이 죽어가는 것을 두고 볼 수 없었다. 두 번째 장은 전혀 달랐다. [갱신 거부 의사 전달: 수신처 반송] [원천 동의서 열람 요청: 처리 기한 미정] [직접 민원 전달 시도: 접근 거부] 끝없이 이어지는 거절 문구. 나는 서류를 넘기다가 아르웬의 손이 떨리는 것을 보았다. 그녀의 할머니는 세상을 팔아넘긴 사람이 아니었다. 한 번의 구조 계약을 끝내기 위해 평생 싸웠던 사람이었다. “이건……” 아르웬이 마지막 편지를 읽었다. ‘나무가 나를 원망해도 괜찮다. 다만 다음 세대가 나를 믿지 않아도, 원본만은 남겨야 한다. 계약서 첫 장에서 원천 소유주 서명란이 공란이었다.’ 그 아래에는 짙은 잉크로 문장이 하나 더 적혀 있었다. ‘그들은 빈칸을 허가로 해석했다.’ “서명도 안 받았다는 거네요.” “……네.” “그럼 무단 대여 아니에요?” “할머니의 서명은 관리 대리인의 것이고, 세계수 본인의 동의는 없었습니다.” “이게 말이 됩니까?” 나는 계약서를 들고 서류장 사이를 오갔다. “에르윈은 관리자였잖아요. 관리자면 고장 난 시설을 대신 고치는 사람이지, 나무의 생명 자체를 팔아넘길 권한을 가진 건 아니잖아요.” “문제는 원천 소유주가 발언할 방법이 없다는 점이었어요.” 아르웬이 창가에 선 채 말했다. “그래서 대리 서명을 허용한 특별법이 생겼고, 그 특별법을 만든 기관이 전력청이었죠.” “지네가 만든 법으로 지네가 받아 가는 거군요.” “그런 셈이에요.” 루루가 조심스럽게 손을 들었다. “소장님. 저희 접수함에도 비슷한 규정이 있어요. 누군가 자기 이름으로 민원을 보냈다는 걸 입증하려면 본인 확인을 받아야 하는데, 본인 확인을 받으려면 민원이 접수돼 있어야 해요.” “그럼 아무도 접수 못 하는 거야?” “낯선 사람들은요.” 나는 깊이 한숨을 쉬었다. 법조문을 만든 천계 귀족에게 하루만 우리 센터에 앉아 보라고 하고 싶었다. 고객의 사정을 듣기도 전에 형식 미비라며 문을 닫아 버리는 것이 얼마나 쉬운지, 그 문 밖에 누가 서 있는지 깨달을 때까지. 아르웬은 내 손에서 계약서를 받아 들었다. “저는 이런 것을 방지하려고 규정을 외웠어요.” “규정을 외웠기 때문에 이제 고칠 구석도 보이는 거죠.” 그녀는 조금 놀란 얼굴이었다. “그 말은…… 위로인가요?” “아마요. 저도 위로를 잘하는 사람은 아닙니다.” “그런 것 치고는 제법 합니다.” 루루가 옆에서 입을 틀어막았다. 왜 저러지. 우울한 사람 좀 위로해 주는 게 그렇게 신기한가. 나는 허탈하게 웃었다. 우리 회사에도 그런 계약이 많았다. 부모님 동의가 필요하다면서 정작 빈칸을 승인으로 처리하는 이상한 시스템. 이세계는 첨단 마법이 있으면서도 양심은 옛날 버전이구나. 루루가 오래된 서류 사이로 머리를 들이밀었다. “그런데 문제가 있어요! 이 계약으로 천계의 등불이 켜지고 있잖아요. 갑자기 멈추면 천계뿐 아니라 지상의 결계 병원들도 꺼질 거예요.” “나도 알아.” 아르웬이 말했다. “그래서 할머니는 무조건 끊지 못했어요. 다른 공급 체계를 만들 시간이 필요했으니까.” 로딘은 창밖에서 코를 들이밀었다. 집이 작아 머리만 겨우 넣은 상태였다. “인간. 서류로는 사백 년을 못 이겼다. 이제는 불이 필요하다.” “불도 좋은데, 불을 어디에 지를 건지부터 정해야죠.” “천계.” “그건 너무 범위가 넓잖아요.” 로딘의 콧김에 휘장이 타기 시작했다. 아르웬은 무심히 물을 뿌렸다. “제 집에서 화염 사용은 금지입니다.” “규정에 있느냐?” “제가 집주인입니다.” “……알겠다.” 드래곤이 순순히 물러났다. 아, 저 방법을 배워야 하는데. 나는 서류 더미에서 한 장을 꺼냈다. 계약서의 뒷면에 짧은 주석이 붙어 있었다. [실물 원본 이의 신청 기한: 추출 설비 재인증 전] [재인증 예정일: 세계수 임계치 도달 시] “잠깐만요.” 머릿속에서 무언가 맞아떨어졌다. “설비 재인증이 세계수의 생명이 다할 때면, 원본 제출 기한은 언제죠?” 아르웬이 계산했다. “현재 기준…… 스물다섯일 뒤.” “이들은 나무가 죽기 직전까지 이의 신청을 기다리고 있군요. 죽으면 신청인 부재를 이유로 끝내겠죠.” 루루가 안경을 붙잡았다. “그건 너무 나쁘잖아요!” “응. 법적으로 아주 공들여서 나쁘게 만든 구조야.” 나는 에르윈의 편지 마지막 장을 펼쳤다. ‘원본은 하늘이 아니라 땅에 있다. 제0 근부. 열세 고리의 가운데, 누구도 뿌리를 보지 않는 곳.’ 아르웬은 인장을 꺼내 내게 내밀었다. “할머니의 관리 인장입니다. 저는 이걸 공식 기록으로 인정받을 수 있어요.” “소장님께 불이익은 없을까요?” “할머니의 기록을 은폐한 채 모범 관리소장으로 사는 것이 더 부끄럽습니다.” 그녀의 목소리는 떨렸지만 눈은 곧았다. 조금 전까지 나는 아르웬을 규정밖에 모르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틀렸다. 그녀는 규정을 믿었기 때문에, 규정이 사람을 버렸다는 사실을 더 아프게 받아들이는 사람이었다. 나는 인장을 받지 않았다. “소장님이 직접 들고 계세요.” “왜죠?” “이 서류는 소장님이 증명하셔야죠. 저는 옆에서 꼬투리 잡겠습니다.” 아르웬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방문 밖에서 아주 공손한 노크 소리가 들렸다. 똑. 똑. 똑. “천계 전력청 소속 현장 감사관 에델입니다. 정식 감사를 시작하겠습니다.” 루루가 얼굴이 새파래져 속삭였다. “도착까지 하루 남았다면서요?” 문틈 아래로 봉투 하나가 밀려 들어왔다. [긴급 감사 일정 변경] [사유: 피감사기관의 증거 인멸 가능성] 나는 문 너머를 바라봤다. “죄송하지만 지금 퇴근 시간이라서요.” 잠시 침묵. “귀하는 사흘 전에 퇴직 신청이 반려됐습니다.” 젠장. 저쪽도 우리 인사 기록을 조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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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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