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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세계수 고객센터입니다 · 57화
PAYLUA ORIGINAL · 제57화

57화. 금고에 넣은 민원은 금고가 책임집니까?

세계수 고객센터입니다 · 2,839자

오프라인 책장
잠을 세 시간밖에 못 잤다. 그런데 꿈속에서도 숫자 하나가 나왔다. 7. 전생에 행운의 숫자라고 믿었던 사람들은 사기를 당했을지도 모르겠다. 내게 7은 기록국 금고 번호이자 출근하자마자 확인해야 할 사고 현장 주소였다. “시온 님! 일어나세요!” 루루가 내 이마에 차가운 물방울을 떨어뜨렸다. “으악! 뭐야!” “지각이에요!” “몇 시인데?” “출근 시간 십 분 전이요!” “그럼 지각 아니잖아!” “앞으로 지각할 가능성이 있으니까 미리 깨웠어요.” 이 녀석의 예방 행정은 가끔 사람을 죽인다. 세계수 본관은 지난밤의 소동을 수습하느라 분주했다. 제0 회선의 원본 접합부는 보호 상태로 유지됐고, 테른과 니아가 교대로 안전 지표를 확인하고 있었다. 제로는 구식 황동 종을 통해서만 우리와 말할 수 있었다. “좋은 아침이에요.” 내가 종 앞에 인사했다. ‘좋은 아침이에요, 시온 님.’ “어제 잠은 잘 잤어요?” ‘저는 잠을 자지 않아요.’ “……부럽네요.” ‘하지만 기다리면서 종을 세었어요.’ “뭐 하고 기다렸는데요?” ‘다른 사람이 무슨 말을 할지 생각했어요. 그건 잠이랑 비슷한가요?’ 나는 잠깐 생각했다. “글쎄요. 사람마다 다를 거예요. 일단 제가 확인할 수 있는 건 당신이 혼자 생각한 걸 말씀했다는 거네요.” 황동 종이 작게 울렸다. 아르웬이 회의실에서 손짓했다. 오르셀, 에델, 그리고 중앙 기록국의 문서 담당자가 수정 통신으로 기다리고 있었다. 마지막 사람은 자신을 파리스라고 소개했다. 수염이 단정한 중년 인간이었는데, 표정이 마치 봉투에 붙은 밀랍처럼 딱딱했다. “제7 금고는 국가 중요 기록 보관 시설입니다. 원칙적으로 현장 상담원이 조회할 수 없습니다.” “현장 상담원이요?” 나는 억울했다. “저희가 어제 그 금고에서 나온 명령 때문에 본관 지하를 날릴 뻔했는데요.” “관련성은 현재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명령에 주소가 써 있었습니다.” “주소와 책임은 구분해야 합니다.” 이건 맞는 말이었다. 택배 상자에 적힌 주소가 물건의 주인이라는 보장은 없지 않은가. 그래도 누가 보냈는지 확인할 때는 꽤 유용하다. “그러면 이렇게 합시다. 누가 서명했는지 단정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금고와 연결된 원격 인증 요청의 원본 로그만 보전해 주세요.” 파리스의 눈썹이 움직였다. “금고 운영 기록은 비공개입니다.” “공개하라는 게 아니라 지우지 말자는 겁니다.” “보전에도 승인이 필요합니다.” “좋습니다. 승인 담당자 이름을 알려 주세요. 승인 안 되면 거절 사유까지 기록하죠.” 오르셀이 입을 열었다. “파리스 기록관. 이미 독립 조사 중인 원본 훼손 위험과 관련된 자료입니다. 일반 민원 공개 절차와 증거 보전 절차는 구분해야 합니다.” “조정관님, 그건……” “필요한 것은 금고 내부 전체 열람이 아니라 특정 시각의 인증 흔적 보전입니다. 법정에 제한적 보전 신청을 올리겠습니다.” 잠깐 조용해졌다. 나는 종이컵에 든 쓴 잎차를 마셨다. 맛이 끔찍했다. 회의실 음료가 나쁜 것은 차원이 달라도 똑같다. 에델이 말했다. “제0 회선의 독립 기록과 원격 실행 흔적을 분리해서 제출해야 합니다. 특히 제로의 자체 응답은 타인의 원본 녹음과 뒤섞지 마세요.” “이미 나눴습니다. 제로가 보존에 동의한 말만 제출할 예정입니다.” “좋습니다. 다만 그 존재가 법적으로 어떤 지위를 갖는지는 이 자료만으로 확정할 수 없어요.” “네. 저희도 그렇게 주장하지 않을 겁니다.” 아르웬은 한숨을 쉬었다. “시온 씨가 이렇게 정확히 대답할 줄은 몰랐어요.” “제가 원래 정확한 사람입니다.” “어제 출장비 계산서에 ‘마음고생 3시간’을 적으셨던데요.” “정확하게 세 시간입니다.” 회의가 끝난 뒤 우리는 지난밤의 경고 시간을 대조했다. 제로의 응답이 외부 보존된 시각, 교정 명령이 가속된 시각, 제7 금고의 재인증 요청이 나온 시각. 세 기록은 맞물렸다. 하지만 기묘한 부분이 하나 있었다. “명령 발신 표시가 처음부터 금고는 아니네요.” 테른이 말했다. “첫 자동 교정은 오래된 제14 장치 보조 원장에서 왔고, 가속 요청 이후에야 금고의 재인증 경로가 나타납니다.” “그럼 누가 금고를 썼는지는 별도로 찾아야겠군요.” “맞소. 심지어 금고 주소를 흉내 낸 장치가 있을 수도 있어.” 내가 머리를 긁었다. “좋아. 처음부터 범인을 아는 척할 뻔했네.” 루루가 서류를 한 장 들고 왔다. “시온 님, 그럼 민원 제목을 바꿔요?” “뭐라고 썼는데?” “제7 금고의 나쁜 놈을 혼내 주세요.” 나는 잠시 감탄했다. 이 녀석은 대체 언제부터 나를 그렇게 정확히 배웠을까. “이렇게 바꾸자. 제7 금고 관련 인증 경로와 실행자를 확인해 주세요.” “너무 재미없는데요.” “공문은 원래 그래. 재미있어지면 누군가 감옥에 가거나 내가 감봉당해.” 그때 바깥 연락선으로 마레인의 결정 통지가 도착했다. [특정 시각 원격 인증 기록 긴급 보전 승인] [제7 금고 운영 기록 중 관련 구간 별도 봉인] [원본 열람 여부: 추가 심문에서 결정] 루루가 환호했다. 나도 작게 주먹을 쥐었다. “이겼어요!” “반 발짝. 이번에는 반 발짝.” 하지만 승리를 축하하기도 전에 파리스에게서 보충 문서가 왔다. [관련 시각 제7 금고 출입자: 0명] [관련 시각 제7 금고 개폐 기록: 없음] [원격 인증 기록: 존재] 나는 기록을 세 번 읽었다. “출입자가 한 명도 없는데 누가 인증을 했다는 거지?” 테른이 낮게 중얼거렸다. “금고 안에서 인증 요청이 나간 거라면……” “설마.” 나는 서류를 내려다봤다. 누군가 금고에 들어가 명령을 내린 것이 아니다. 어쩌면 누군가가 금고 안에 명령을 내리는 무언가를 오래전에 넣어 뒀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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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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