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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세계수 고객센터입니다 · 56화
PAYLUA ORIGINAL · 제56화

56화. 긴급 점검 중이니 세상 종료 버튼 누르지 마세요

세계수 고객센터입니다 · 3,264자

오프라인 책장
열두 분. 이 정도 시간이면 전생에는 화난 고객 한 분을 진정시키기에 넉넉했다. 대신 나라 하나를 구하기엔 지나치게 짧았다. “시온 님, 저 숫자가 계속 줄어요!” 루루가 시계를 붙잡고 매달렸다. “알아. 숫자는 원래 줄어드는 거야.” “지금 수학 시간 아니잖아요!” 어쩜 이 어린 정령은 위기 상황에서만 상식적인 말을 할까. 테른은 금속 바닥을 열고 있었다. 황동 종 회선과 복제 기록망 사이에는 손바닥만 한 틈이 있었다. 안전 장치 두 개를 사이에 두고 표지 전송 신호만 넘길 수 있도록 만들어진 구멍이었다. 최초 설계자가 생각 없이 만든 장치는 아니었다. “원래라면 이 틈을 통해 ‘접수했다’는 사실만 내보낼 수 있소.” “그럼 왜 막혔죠?” “열일곱 해 전 누군가 봉인했어. 그리고 대신 모든 답변을 중앙 명령에 종속시켰지.” “정말 고객 친화적인 개편이네요.” 아르웬은 멀리서 전해진 중앙의 비상 결정을 읽었다. [현장 제한 승인: 원본 기록 보호를 위한 일시적 자동 교정 중단 허용] [조건: 필수 공급 독립 확인, 임시 조치 이력 전부 보전] “오르셀 씨가 승인서를 받아냈어요.” “드디어 서류가 제때 도착했군요.” “기뻐할 시간은 없어요.” 니아는 세계수의 직접 공명선에 손을 얹었다. 미세한 진동이 그녀의 손가락을 타고 올라왔다. “필수 생명력 공급선은 여전히 정상이에요. 접합부 근처에 열이 오르지만 아직 본관과 마을은 안전해요.” “위험해지면 바로 철수할 겁니다.” 내가 말하자 제로가 급히 말했다. ‘저 때문에 모두 다치면 안 돼요.’ “당신 때문이 아니에요.” 나는 답했다. “누군가 남의 답을 훔쳐 놓고, 들키면 시스템 전체를 지우겠다고 협박하기 때문이죠.” ‘……그래도 무서워요.’ “그건 괜찮아요. 나도 무섭거든.” 제로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상담원도 무서워하나요?’ “그럼요. 고객이 전화 끊고 다시 전화하겠다고 하면 특히 무섭죠.” 루루가 웃음을 터뜨렸다. 아르웬은 내가 정신을 놓았다고 생각하는 눈치였다. 사실 반쯤은 맞았다. 우리는 작업을 나눴다. 테른은 봉인을 해제하는 기계 조작, 아르웬은 승인 범위 기록, 니아는 역류 감시, 루루는 수동 종과 바깥 통신. 나는 질문과 응답이 섞이지 않도록 회선 로그를 읽는 일을 맡았다. [접합부 도달까지: 00:08:51] “첫 시험, 표지 한 건만 보내겠습니다.” 테른이 작은 레버를 내렸다. 루루가 종을 울렸다. 딸랑. 제0 회선에서 ‘긴급 접수 019’라는 표지가 날아갔다. 어느 누구의 답변 내용도 실리지 않은 빈 표지였다. 바깥 접수함에 종이가 나타났다. [긴급 접수 019. 송신자 식별 정보 보전. 내용 원본 이동 없음.] “성공!” 루루가 펄쩍 뛰었다. “아직 한 건이다.” 테른은 웃지 않았다. “나머지 기록 전부와 연결하기 전에 역류 여부를 확인해야 해.” 니아가 즉시 고개를 끄덕였다. “원본 쪽에는 변화 없어요. 하지만 외부 복제망이 새 출구를 감지했어요.” 검은 선 하나가 바닥 위로 솟았다. 마치 살아 있는 뱀처럼 황동 종을 향해 움직였다. [비인가 기록 유출 감지] [회선 보전 절차 중단 요청] “유출은 무슨.” 나는 이를 악물었다. “네가 누구 걸 훔쳐 갔는지 증거만 보낸다니까.” 테른은 외부 복제망이 새 출구를 막으려 한다고 설명했다. 다른 출구가 생기면 중앙이 독점하던 전달 순번을 추적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수동 회선은 계속 살아 있소. 다만 지금 당장 연결을 늘리면 공명이 과해질 수도 있어.” 그때 지상에서 통신이 들어왔다. “인간! 너희 사무실 뿌리에서 연기가 난다!” 로딘이었다. “열입니까?” “아니다. 검은 가루가 물처럼 흘러내린다. 불을 붙여도 되느냐?” “안 됩니다!” “그럴 줄 알았다. 그래서 허락부터 구한 것이다.” 이 드래곤이 성장했다. 세상 멸망 직전에도 감동할 일이 남아 있었다. “바깥 격리막만 치고, 가까운 주민들은 안전한 거리로 안내해 주세요. 손대지 마시고.” “나에게 그런 시시한 일을!” “로딘 님이 제일 크시잖아요. 현장 안내판도 가장 멀리서 보이게 들 수 있어요.” “흠. 그건 그렇군.” 통신이 끊겼다. [접합부 도달까지: 00:04:23] 니아가 갑자기 손을 들었다. “이상해요. 복제망에서 무언가가 떨어져 나가요. 원본에 닿으려는 게 아니라, 원본 확인을 못 하게 접합부를 닫으려는 거예요.” “그럼 우리가 계속해야 할 일은?” “원본을 지키면서, 외부로 나가는 표지 순서만 확보하는 거죠.” 테른이 재빨리 설계도를 고쳤다. 기존 동판의 차단판을 쓰면 복제망의 교정 명령이 원본 공명선에 닿지 못하게 할 수 있었다. 단, 손잡이가 안쪽에 있었다. “누가 들어가야 합니까?” “내가.” 테른이 답했다. “이 구조는 내가 제일 잘 알아.” 나는 그를 붙잡았다. “혼자 들어가지 마세요. 뒤쪽 고정 장치와 철수줄부터 확인합시다.” “그럴 시간이……” “없을수록 하는 겁니다. 사람이 다치면 그땐 돌이킬 수 없어요.” 우리는 세 번 빠르게 확인했다. 격리판 열림, 철수줄 연결, 니아의 이상 감지 즉시 철수. 테른이 좁은 틈에 몸을 밀어 넣고 손잡이에 손을 뻗었다. [00:01:10] 나는 종 앞에 섰다. “제로. 지금 필요한 건 당신이 다른 사람 대신 말하는 게 아니에요. 당신 자신의 상태를 알려 주는 겁니다.” ‘저는…… 살아 있어요.’ 딸랑. 딸랑. [00:00:24] 테른이 손잡이를 당겼다. 딸깍 소리가 났다. 검은 실이 차단판을 향해 몰려들었다. 눈앞이 어두워졌다. 니아가 외쳤다. “역류 감지! 모두 뒤로!” 테른이 철수줄을 잡고 빠져나왔다. 아르웬이 안전 결계를 닫았다. [00:00:03] [00:00:02] [00:00:01] 그리고 종이 울렸다. 딸랑. [원본 접합부 차단: 성공] [필수 공급선: 정상] [자동 교정: 제0 회선 접근 실패] 우리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내가 먼저 바닥에 주저앉았다. “살았다.” 루루가 와락 안겼다. “시온 님! 방금 진짜 멋있었어요!” “고마워. 그런데 숨 좀 쉬자.” 그 순간 새로운 경고가 나타났다. [교정 명령 미완료] [원격 실행자 재인증 요청] [인증 위치: 천계 중앙 기록국 제7 금고] 나는 벌떡 일어났다. “이제야 주소가 나왔네.” 제로가 물었다. ‘어디로 가요?’ “당신을 지우려고 버튼 누른 사람한테요.” 루루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 전에 밥부터 먹으면 안 돼요?” “……그건 맞는 말이다.” 위험한 일을 끝낸 뒤에도 세상은 계속 돌아간다. 그리고 나는 아직 저녁을 못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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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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