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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세계수 고객센터입니다 · 51화
PAYLUA ORIGINAL · 제51화

51화. 긴급 출동에도 야근 수당은 나옵니까?

세계수 고객센터입니다 · 3,239자

오프라인 책장
세상에는 듣지 말았어야 할 말이 있다. ‘우리 잠깐 이야기 좀 하자.’ ‘별일 아니니까 회의실로 와.’ 그리고 방금 들은 말. ‘내일이면 또 늦어요.’ 이건 반칙이다. 퇴근을 결심한 사람에게 저런 말을 하면 도저히 모른 척할 수 없지 않은가. 나는 서랍에서 비상 출동 신청서를 꺼냈다. 열일곱 해 된 편지를 읽으려고 달려온 사람이 도리어 서류에 깔려 죽을 판이었다. “시온 님, 정말 지금 내려가요?” 루루가 접수함 위에 턱을 얹었다. 녀석의 작은 발끝에는 아까 먹던 설탕 과자 가루가 묻어 있었다. “목소리가 아직 들리잖아. 최소한 누가 다쳤는지는 확인해야지.” “그럼 저도 가요!” “좋아. 대신 과자 봉지는 두고.” “과자는 비상식량이에요.” “저기 내려가서 제일 먼저 할 일이 소풍이냐?” “세상이 망할 때 배고프면 슬프잖아요.” 반박할 수 없는 논리였다. 나는 출동 인원 명단에 루루의 이름을 썼다. 직책은 민원 접수 및 비상식량 관리. 인간의 편견에 굴복하지 않는 정령에게 어울리는 자리였다. 문제는 우리의 상사였다. “불허합니다.” 아르웬이 서류를 돌려주었다. 차가운 은빛 머리카락이 등 뒤로 흘렀고, 눈 밑에는 지난 출장 이후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 피로가 남아 있었다. “긴급 구조 신호라고 했잖아요.” “그러니까 불허하는 겁니다. 회선의 위치와 설비 상태가 확인되지 않았어요. 본관 하부에는 관리도에도 없는 공동이 많습니다.” “그럼 길만 확인하고 오면요?” “그것도 확인되지 않은 길입니다.” 아주 훌륭한 답변이었다. 엘프가 말하는 규정의 무한 회귀를 몸소 체험하고 있었다. 나는 투덜거리다가 서류를 내려놓았다. 지난번에도 무리하게 장치를 끊었으면 여러 마을의 물길을 망가뜨릴 뻔했다. 이번에는 내가 조급하다고 다른 사람까지 위험하게 만들 순 없었다. “좋습니다. 안전 조사부터. 출입 인원 최소화, 바깥 연락 담당 지정, 출구 봉쇄 여부 확인. 작업 중단 기준도 정하죠.” 아르웬의 눈썹이 올라갔다. “왜 갑자기 말을 잘 들으세요?” “저도 늙었습니다.” “이 세계에 오신 지 얼마 되지 않았으면서요.” “전생 연차를 인정해 주시면 사십 대입니다.” “인정할 근거가 없습니다.” 참 한결같은 상사였다. 니아가 본관 지도를 들고 들어왔다. 얼마 전 제14 장치에서 풀려난 정령이었다. 금속 심장 속에 갇혀 있던 시간 때문인지, 회선의 미세한 진동을 누구보다 정확히 읽었다. “여기예요. 정규 뿌리 배관 옆에 빈 부분이 있어요. 누군가 도면에서 긁어 낸 흔적이 있습니다.” “긁어 냈다고?” “네. 보통은 폐쇄라고 표시하는데, 여기는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지웠어요.” 나는 지도를 옆으로 기울였다. 푸른 선들이 나무의 혈관처럼 퍼져 있었고, 본관 아래에 손바닥만 한 검은 공백이 있었다. “사무실 바닥에 미등록 공간. 건축물대장 위반이네요.” 루루가 손을 들었다. “그거 벌금 나와요?” “건물주한테 나오겠지.” “세계수한테요?” “……그건 좀 곤란한데.” 우리가 세상을 구하겠다고 시작한 일이 세계수에게 과태료를 물리는 결과로 끝날 순 없었다. 한밤중인데도 지원자는 여럿이었다. 에델은 원격으로 기록 보전 절차를 맡겠다고 했고, 마레인은 출입 전 증거 보전의 범위를 확인해 주었다. 오르셀은 중앙 기술 인력 한 명을 보내겠다고 했다. 나는 처음으로 그에게 감사 인사를 했다. “대신 중앙에 불리한 자료가 나와도 보전할 겁니다.” “그건 조사 지침에 이미 있습니다.” “말로만 지키는 사람을 많이 봐서요.” “나도 그런 사람을 많이 봤습니다.”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공무원이 자기 조직을 두고 저런 말을 하는 것도 재주다. 마지막으로 로딘에게 연락했다. 용암 온천의 소유주이자, 내가 아는 가장 시끄러운 현장 지원자였다. “인간! 드디어 나의 화염이 필요한가?” “아뇨. 혹시 땅속에서 위험한 열이 새는지 멀리서 확인해 주실 수 있어요?” “화염은?” “절대 금지.” “불꽃은?” “금지.” “따뜻한 숨결 정도는?” “로딘 님 숨결이 마을 하나를 덥힐 수 있잖아요.” “칭찬인가?” “예, 그러니까 입 닫아 주세요.” 그가 만족한 목소리로 협조하겠다고 했다. 언젠가 저 용의 언어 체계를 연구할 학자가 필요하다. 안전 담당을 정하고 본관 지하의 옛 보관실로 내려갔다. 좁은 창고에는 오래된 장부와 부러진 접수 종이 쌓여 있었다. 벽면에 금속 원판이 박혀 있었는데, 가운데 손잡이에는 녹이 슬어 있었다. 니아가 손가락을 가까이 댔다. “전류가 아니라 공명이에요. 아주 오래된 질문과 답변이 이쪽으로 흐릅니다.” “문을 열어도 다른 공급선에 영향 없을까?” “별도의 응답선이에요. 뿌리 배관하고는 간격이 있습니다. 다만 안쪽은 조사해야 확실해요.” 아르웬이 잠금 해제 조건을 읽었다. [제0 접수 회선] [외부 관리자 명령 수신 거부] [최초 질문권자 확인 필요] 루루가 나를 올려다봤다. “시온 님이잖아요!” “아직 몰라. 편지는 그 역할을 가진 사람에게 남긴 거라며.” “그래도 지금 질문을 제일 많이 하는 건 시온 님인데요.” 그건 사실이었다. 전생에는 고객 질문을 받으며 살았는데 여기서는 내가 질문을 쏟아 내고 있었다. 나는 문 앞에 무릎을 꿇었다. “안에 계신 분, 들리십니까? 이쪽은 세계수 고객센터입니다. 구조 요청을 접수했습니다. 가능하면 상태를 알려 주세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그러다가 금속 원판 위로 희미한 글자가 떠올랐다. [질문 접수] [답변 지연: 17년] [대기 순번: 1] 뒤이어 여자아이 같은 목소리가 흘렀다. ‘상담원님.’ 목소리는 분명히 문 너머에서 났다. ‘거기…… 아직도 고객센터예요?’ 나는 목을 가다듬었다. “네. 여전히 고객센터입니다.” 잠시 침묵. ‘그럼…… 아직 누군가 대답해 주는군요.’ 이번에는 웃음도 나오지 않았다. 열일곱 해 동안 답변을 기다린 첫 번째 고객이 그 너머에 있었다. 나는 신청서 뒷면에 작은 글씨로 덧붙였다. [첫 응답 완료. 구조 대상 생존 여부 추가 확인 필요.] 그리고 아르웬을 돌아봤다. “이제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그녀는 잠시 문을 보았다. “안전 결계를 먼저 걸겠습니다. 그리고 한 걸음이라도 수상하면 철수해요.” “알겠습니다.” 출입구가 느리게 열렸다. 오래된 종이 냄새와 비에 젖은 뿌리 냄새가 올라왔다. 바닥 아래로 내려가는 계단 첫 칸에 안내문이 있었다. [접수 업무가 중지된 뒤에도 고객의 질문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나는 작은 등불을 들고 내려섰다. 젠장. 근무 지침부터 마음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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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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