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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세계수 고객센터입니다 · 47화
PAYLUA ORIGINAL · 제47화

47화. 기계가 관리자 이름을 훔쳐 썼습니다

세계수 고객센터입니다 · 3,311자

오프라인 책장
오르셀은 진짜로 당황해 보였다. 이것이 내가 그를 곧장 범인이라고 부르지 않은 이유다. 사람이 당황한 척할 수도 있겠지만, 진짜 당황하는 사람에게 억울한 누명을 씌울 수도 있다. 두 가능성을 구분할 방법은 소리 지르기가 아니라 로그였다. “접속 요청을 승인하셨습니까?” 내가 묻자 오르셀은 고개를 저었다. “저녁 회의 이후 아무것도 승인하지 않았습니다.” “그걸 입증할 수 있습니까?” “내 승인패에는 서명 시간이 남습니다.” 그는 은빛 배지를 열어 보여 줬다. 마지막 사용 시각은 오후 네 시. 지금은 저녁 일곱 시였다. 나 혼자 보는 게 아니라 아르웬과 마레인 측 원격 기록관이 함께 확인했다. “배지 기록이 위조되지 않았다는 보장은요?” “별도 수신 장부와 대조할 수 있습니다.” 나는 그를 잠깐 바라봤다. “조정관님, 생각보다 협조적이시네요.” “내 이름으로 한 적 없는 명령이 내려왔는데 기분이 좋겠습니까?” “아주 정상적인 반응입니다. 축하드립니다.” “무슨 축하를…….” “이곳에서는 그 반응이 귀하거든요.” 루루가 내 옆에서 엄지를 들었다. 아무래도 우리 둘은 언젠가 직장에서 쫓겨날 것이다. 오르셀은 자기 배지의 봉인을 풀어 중립 판독대에 올려놓았다. 배지는 작게 윙윙거렸다. 아르웬이 재판부의 원격 입회인을 불렀고, 나는 승인패가 열린 시각을 적었다. “협조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내 이름을 도용하는 사람에게 고마워할 일은 없습니다.” “그 말도 기록할까요?” “하지 마십시오.” 나는 슬쩍 웃었다. 오르셀은 숨을 내쉬더니 덧붙였다. “내 부서에는 아래 사람들에게 모든 정산을 자동 처리하라고 지시하는 상관이 있었습니다. 실무자가 덜 고생하라는 이유였죠.” “그 자체가 나쁜 건 아닐 수도 있겠죠.” “그런데 이제 생각해 보면, 자동으로 처리됐다는 보고를 받은 뒤 실제 현장 의견을 확인한 적이 거의 없습니다.” 그는 말을 멈췄다. 저류실의 물소리가 두 사람 사이를 지나갔다. “본인이 직접 확인해야 할 일을 기계에 맡긴 겁니다.” 나는 손가락으로 기록판을 두드렸다. “그걸 인정하시면 다음부터는 덜 나빠질 수 있겠네요.” “위로를 참 이상하게 하시는군요.” “상담원이라서요.” 안전 점검을 위해 우리는 저류실에 다시 내려갔다. 다엔은 하류 수위가 유지되는지 확인했고, 바스는 기록 순환 속도만 높아진 이유를 조사했다. “수로 압력은 정상 범위요. 그런데 저장체 판독 회로에 외부 명령이 계속 걸리고 있소.” “삭제입니까?” “아니오. 이번에는 소유권 정산 신청이오.” 나는 고개를 저었다. “무슨 시설이 하루에 한 번씩 주인을 바꾸려고 합니까?” 니아가 흔들리는 저장체를 살펴보더니 손가락으로 작은 글씨를 가리켰다. [원천 공명 권리 보유자 변경 신청] [대상: 미확인 원본 일체] [신청인: 중앙 조정관 오르셀] [확인 방법: 사전 위임 서명] 오르셀이 기가 막힌 듯 웃었다. “내가 원본 일체의 권리자가 되겠다고요? 그건 내 직급으로도 불가능합니다.” “그러면 누군가 조정관님의 이름을 빌려 신청했을 수 있겠네요.” “이건 즉시 신고해야 합니다.” “그러시죠. 그리고 이번에는 신청인이 아니라 요청 대상의 권한부터 검증할 겁니다.” 아르웬이 눈을 가늘게 떴다. “사전 위임 서명이라는 건 문서 000의 변경된 사본에서 나온 문구예요. 원본에는 없는 조항이죠.” “정확히 그겁니다.” 나는 기록을 펼쳤다. 원본은 힘을 빌려 주는 사람들의 의사를 다시 확인하도록 되어 있었다. 바뀐 사본은 수탁 기관이 계속 처분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했다. 그리고 제14 장치의 보조 원장은 열일곱 해 전에 그 바뀐 사본을 승인한 흔적을 갖고 있었다. 지금은 그 장치가 다시 '사전 위임'이라는 문구로 기록의 주인을 바꾸려 하고 있다. “가만있어 봐.” 나는 오래전 쓸모없는 콜센터 교육이 떠올랐다. 명의 도용이 의심되면 가입자를 탓하기 전에, 도용이 가능한 절차부터 잠가야 한다. “오르셀 님, 본인 명의로 내려오는 요청을 일정 기간 차단할 수 있습니까?” “가능하지만 중앙 승인 절차가 복잡합니다.” “방금 명의 도용 신고를 하신다고 했잖아요.” 오르셀이 씁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긴급 동결 요청을 내겠습니다.” 나는 정산 신청을 재판부에 함께 송부했다. 이름이 실제로 도용된 것인지, 아니면 누군가 정당하게 대리권을 받았다고 주장하는지는 조사 대상이었다. 어느 경우든 당사자 확인 전에는 소유권을 바꿀 근거가 없었다. 하르덴이 외부 장부를 살피고 돌아왔다. “이 승인 경로는 관리국 직권 계정과 연결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럼 어디죠?” “제14 장치 보조 원장이 관리하는 오래된 자동 유지 계정입니다. 인간 관리자가 바뀌어도 남아 있는 계정이오.” “명의는 오르셀인데 사용한 건 오래된 계정이고?” “그렇습니다.” “아주 편하네요. 책임질 사람은 사라지고 직함만 남는 시스템.” 나는 한숨을 쉬었다. 오르셀은 이제 내 편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은 아니었다. 그는 여전히 시설 인수 권한을 주장했다. 하지만 본인 모르게 벌어진 요청을 막는 데에는 이해관계가 같았다. 공통의 사실 하나에서 협력한다고 해서 모든 의견이 같아지는 건 아니다. 그때 니아가 원본들의 가장 아래에 묻힌 오래된 표식을 찾았다. [보조 원장 최초 관리자: A-0] [등록 시각: 17년 전] [현재 실명: 미확인] “이거군.” 나는 낮게 중얼거렸다. 라에의 기록, 문서 000 사본의 변경, 이중 서명, 지금의 자동 권리 이전 시도까지. 모든 경로가 A-0으로 모이고 있었다. “저 표식이 진짜 관리자일까요?” 루루가 물었다. “최초 등록 계정이라는 뜻일 뿐이야. 누가 썼는지는 아직 모르지.” 그때 오르셀이 뜻밖의 말을 했다. “A-0은 사람 이름이 아닐 가능성이 큽니다.” “무슨 뜻입니까?” “관리국의 옛 분류 규칙에서 A는 '대리 집행', 0은 '상위 책임자 미지정'을 뜻합니다.” 나는 그를 빤히 쳐다봤다. “그러니까 책임자 이름이 없는 자동 대리 계정이라고요?”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계정은 원래 긴급 상황이 끝나면 폐기해야 합니다.” 나는 기록판에 한 문장을 적었다. [17년 전 임시 권한의 만료와 연장 근거 확인 필요] 그러자 저장고의 가장 깊은 기둥이 갑자기 회전했다. [긴급 운영 계정 A-0 알림] [자동 동의 확보 실패] [차선 절차 개시: 현장 대표 자동 지정] 저 멀리 마을의 회관 종이 울렸다. 밖에서 회의 준비를 하던 미레가 소리쳤다. “누가 우리 대표를 뽑았다는 거예요? 아무도 투표 안 했는데!” 나는 두 손으로 얼굴을 덮었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선거다. 투표한 사람이 한 명도 없는데 당선자가 있는 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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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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