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급이 높은 사람은 대체로 두 가지 능력을 갖고 있다.
첫째, 회의 시간을 늘린다.
둘째, 자기가 늘린 회의 시간이 왜 길어졌는지 남에게 묻는다.
“본인은 중앙 계약 관리국 조정관 오르셀입니다.”
회색 외투를 입은 남자가 다시 자기소개를 했다. 조금 전에도 들은 말이다.
“네. 두 번 들었습니다.”
나는 루루에게 속삭였다.
“접수증 줘.”
“왜요?”
“우리 고객센터에서는 두 번 오신 분에게도 번호표를 드려.”
루루가 잎사귀 하나를 내밀었다. 나는 거기에 016이라고 적어 오르셀 앞에 놓았다.
[방문 접수번호 016]
[문의 유형: 저류실 인수 권한 확인]
[예상 대기: 관련 근거 제출 시까지]
오르셀의 입꼬리가 미세하게 내려갔다.
“장난입니까?”
“접수 절차입니다. 선생님이 가져오신 서류를 보면 '중앙 자산'이라고 되어 있는데요. 원래 누구의 자산인지부터 확인해야죠.”
“시설을 설치하고 보수한 주체가 중앙입니다.”
“시설 소유권 얘기와 그 안에 담긴 다른 생명의 목소리에 대한 처분권은 다른 문제 아닙니까?”
“관리국은 원천 공명의 질서를 지켜 왔습니다.”
“그 질서를 설명하는 기록부터 보겠습니다.”
미레와 주민 대표들이 뒤쪽에서 조용히 자리에 앉았다. 회의장의 분위기는 팽팽했지만, 나는 오르셀을 대놓고 쫓아내지는 않았다. 현장 운영이 불안정하다는 그의 주장이 완전히 허무맹랑한 건 아니었다. 방금 전 기록 삭제 사고가 났고, 설비는 오래됐다. 기술 담당자가 안전을 걱정하는 건 당연했다.
문제는 그가 어떤 불안정을 해결하겠다는지 명확히 말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조정관님, 즉시 인수하면 달라지는 게 뭡니까?”
“중앙 표준에 따라 정상 운영합니다.”
“정상이라는 게 구체적으로 뭐죠?”
“정상적으로 정산하고 관리한다는 뜻입니다.”
“아, 그 정상. 그 정상 때문에 지금 민원이 팔만 건 쌓였거든요.”
오르셀이 한숨을 쉬었다.
“기술을 모르는 분과 논의하니 힘들군요.”
“저도 기술을 다 안다고 한 적 없습니다. 전문가들이 지금 안전 검토하고 있어요. 그래서 더더욱 근거를 요청하는 겁니다.”
아르웬이 내 옆에 기록을 펼쳤다.
“즉시 인수 전에 임시 보전 명령과 지역 식수 공급 의무를 함께 검토해야 합니다. 관리권이 변경되더라도 수로는 운영되어야 하니까요.”
오르셀은 잠깐 아르웬을 바라봤다.
“엘프 관리소장께서는 행정 체계를 이해하시는군요.”
“네. 그래서 서류를 가져오셨다면 누락된 첨부부터 확인하겠습니다.”
“……뭘 말입니까?”
“변경 후 책임자 명단, 하류 공급 보장 계획, 원본 인계 목록, 이의 신청 절차요.”
나는 감탄했다.
역시 아르웬은 무섭다. 내가 상대를 성가시게 하는 데에 익숙하다면, 저 사람은 상대의 서류를 합법적으로 죽이는 데에 익숙하다.
오르셀은 가져온 서류를 뒤적였다. 인수 통지만 있었을 뿐 실제 설비 운영 계획은 없었다.
“세부 계획은 인수 후 작성합니다.”
“물길을 넘기고 나서 식수 계획을 세우겠다고요?”
미레가 처음으로 목소리를 높였다.
“우리 마을은 내일 아침에도 물을 마셔야 합니다.”
오르셀은 미레에게 시선을 돌렸다.
“정상적인 절차를 따르면 공급이 끊길 일은 없습니다.”
“지금까지도 정상이라고 하셨잖아요. 그런데 우리 우물은 두 개나 막혔어요.”
회의장이 조용해졌다.
나는 접수증에 한 줄을 더 적었다.
[현장 확인 결과와 중앙 설명의 불일치: 해소 필요]
오르셀이 내 글씨를 보고 말했다.
“당신은 상담원 주제에 무엇을 결정할 수 있습니까?”
그 말에는 가시가 있었다.
나는 잠시 그의 눈을 보았다.
“저 혼자 결정할 수 있는 건 많지 않습니다.”
“그렇겠죠.”
“그래서 마음대로 결정하지 않는 겁니다. 그게 저와 조정관님의 차이일 수도 있겠네요.”
루루가 작게 박수를 쳤다. 아르웬은 팔꿈치로 내 옆구리를 찔렀다. 도발하지 말라는 뜻이다. 늦었다.
회의장 뒤쪽에서는 치료소 직원이 손을 들었다. 작은 아이를 안고 있던 여성은 하얀 앞치마 위에 물자국이 남아 있었다.
“저는 법을 잘 모릅니다.”
그녀가 말했다.
“하지만 우리 치료소는 지난달에 두 번이나 물이 끊겼어요. 중앙에 신고하니까 '정상 운영 중'이라고 왔죠. 실제로 물이 끊기는 동안에도요.”
오르셀은 종이를 받아 적었다.
“두 번의 중단 시각을 알려 주시면 기록을 확인하겠습니다.”
“기록에는 없을걸요. 다들 저희가 착각했다고 했거든요.”
“그렇더라도 확인하겠습니다.”
나는 오르셀의 펜 끝을 바라봤다. 그는 처음으로 중앙 자산이라는 말 대신 실제 일어난 일을 적고 있었다. 물론 그것만으로 잘못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하지만 사람을 상대로 대화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은 의미가 있었다.
아이에게서 아주 작은 기침 소리가 났다. 여성이 아이를 안은 팔에 힘을 주었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누가 소유자냐는 말보다 내일 치료소 수도꼭지에서 물이 나오느냐는 답입니다.”
아르웬은 그녀의 말을 회의록에 그대로 남겼다. 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세상이 고급 용어로 포장돼도 결국 중요한 질문은 저렇게 단순했다.
오르셀은 다음 날 아침 정식 권한 심사를 요구했다. 심사 전까지는 즉시 인수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저류실 출입 기록을 모두 보전해야 한다는 조건을 붙였다. 그 조건만큼은 우리도 동의했다.
그날 밤, 마을 회관 바깥에서 다엔이 다급하게 달려왔다.
“시온 씨! 저류실 아래쪽 압력이 올랐습니다!”
“얼마나요?”
“물길은 안정적인데 기록 저장체의 순환만 갑자기 빨라졌어요. 외부 접속 흔적이 있습니다.”
니아가 통신판을 펼쳤다.
[접속 요청: 중앙 조정관 임시 감독권]
우리는 동시에 회의장 안을 돌아봤다.
오르셀은 여전히 자리에 앉아 서류에 서명하고 있었다.
그가 실제로 무엇을 했는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의 이름을 내건 접속 요청이 현장에 들어온 건 사실이었다.
“조정관님.”
내가 물었다.
“지금 저류실에 접속하셨습니까?”
그는 펜을 멈췄다.
“내게도 보고되지 않은 자동 절차가 있습니다.”
그 말은 묘하게 들렸다. 거짓말인지, 본인도 모르는 일인지 아직 판단할 수 없었다.
나는 그의 접수증 뒷면에 시간을 적었다.
기계가 자기 주인의 이름을 빌려 행동한다면, 본인 확인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제46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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