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작품, 이어지는 이야기 · 페이루아에서 다음 페이지를 만나보세요
작품으로세계수 고객센터입니다 · 44화
PAYLUA ORIGINAL · 제44화

44화. 본인 확인을 했더니 관리자님이 두 분입니다

세계수 고객센터입니다 · 3,236자

오프라인 책장
똑. 똑. 똑. 안쪽에서 나는 소리는 정중했다. 보통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이렇게 예의 바르면 좋은 손님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창고의 원본 팔만 건을 지우려던 상대가 있었다. “누구세요?” 내가 외치자 기둥에서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가 울렸다. ‘승인된 관리자입니다.’ “성함을 말씀해 주세요.” ‘승인된 관리자입니다.’ “그건 직함이고요.” ‘승인된 관리자입니다.’ 와. 세 번 반복했다. 전생의 자동응답보다도 더 성의가 없었다. 루루가 내 옷자락을 당겼다. “이거 진짜 관리자예요?” “확인 중이야.” 니아가 판독대에 손을 대자 목소리의 윤곽이 희미한 은빛으로 나타났다. 하나의 형상처럼 보였던 것이 점차 두 겹으로 갈라졌다. “시온 님, 이상해요.” “뭔데?” “같은 명령으로 들어온 관리자 서명이 두 개예요. 한쪽은 오래전 기록이고, 다른 한쪽은 최근에 복제했어요.” 아르웬이 수첩에 적었다. “원본 서명과 대리 서명인가요?” “그것도 확정할 수 없어요. 서명 둘 다 원본이라고 주장하고 있어요.” 내가 헛웃음을 터뜨렸다. “서류에는 분신술도 있나.” 하르덴은 조용히 패널을 살폈다. “관리국 중앙에서는 사전 등록 원초 승인이 계속 유지된다는 설명을 했습니다. 하지만 어떤 관리자가 그 승인을 보유한지는 나도 본 적이 없어요.” “당신 상사도 못 봤습니까?” “우리 부서에서는 서명값만 전달받습니다.” “도장 찍는 사람이 누구인지 몰라도 계약이 굴러간다고요?” “그래서 내가 여기 온 겁니다.” 그의 얼굴이 피곤해 보였다. 처음 만났을 때의 냉정한 표정 대신 오랫동안 이해하지 못한 장부를 마주한 회계사의 얼굴이었다. 나는 두 서명을 섞지 않고 따로 표시했다. [서명 A: 기원 확인 미완료] [서명 B: 서명 A의 일부 파형 재사용 정황] 그리고 양쪽에 각각 본인 확인 질문을 보냈다. [당신이 승인한 명령의 목적과 변경 일자를 서술하십시오.] 첫 번째는 한동안 대답하지 않았다. 두 번째는 즉시 답했다. [본 기관은 안전하고 효율적인 원천 관리에 최선을 다합니다.] “으하하!” 로딘의 목소리가 통신판에서 터져 나왔다. 그는 서쪽 협곡에서 일하고 있었지만 루루가 현재 상황을 전했더니 구경하고 싶어 연결한 상태였다. “인간, 저 정도면 네 고객센터 신입도 답할 수 있겠다!” “저희 신입은 저렇게 대답하면 혼나요.” “그럼 나도 여기 취직할 수 있겠구나!” “절대 안 됩니다.” 루루는 나와 로딘을 번갈아 보다가 한숨을 쉬었다. “여기 직원 선발 기준이 생각보다 까다롭네요.” 나는 두 번째 서명에 다시 질문했다. [원본 삭제가 필요한 구체적 사유를 설명하십시오.] [불필요한 기록 정리로 품질을 향상합니다.] [어떤 기록이 불필요한지 식별 근거를 제시하십시오.] [불필요한 기록입니다.] “그렇구나. 지능이 부족하군.” 내 말에 아르웬이 눈썹을 올렸다. “시온 씨.” “상담원도 가끔 사실을 말할 권리가 있습니다.” 첫 번째 서명에서는 아직 아무런 답이 없었다. 대신 저장체의 안쪽에서 아주 희미한 파형이 흘러나왔다. ‘그것을 지우지 마시오.’ 목소리는 천천히 울렸다. 남자도 여자도, 인간도 정령도 아닌 듯했다. 오래된 기억 속에서 긁어 낸 소리 같았다. 니아가 숨을 멈췄다. “이건…… 저장체에 남아 있던 예전 명령의 잔향이에요. 지금 실시간으로 말한 게 아니에요.” “그럼 첫 번째 서명은 살아 있는 관리자가 아니라 기록일 수도 있겠네.” “가능해요. 더 확인해야죠.” 나는 괜히 그 목소리에게 묻고 싶어졌다. 사백 년 전에도 이런 짓을 했느냐고. 하지만 지금 중요한 건 추궁보다 기록을 보전하는 일이었다. 두 서명은 판독대에서 가느다란 실처럼 이어졌다 끊어졌다 했다. 한쪽은 울퉁불퉁했고 다른 한쪽은 믿기 어려울 만큼 반듯했다. “어느 쪽이 진짜예요?” 루루가 묻자 니아가 손을 흔들었다. “모양이 깨끗하다고 진짜는 아니에요. 오래된 기록은 저장 과정에서 손상될 수도 있고, 최근에 만든 가짜는 더 깔끔할 수 있거든요.” “그럼 뭘 봐야 해요?” “처음 만들어진 시각, 원본에서 누구에게 전달됐는지, 중간에 어떤 장치를 거쳤는지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상담 내용 녹음 하나도 편집 시각이 달라지면 어떤 문장이 왜 잘렸는지 다시 확인해야 한다. 처음에 화내던 고객의 말만 남기고, 그 뒤에 사과한 부분을 지워 버리면 사람 하나를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만들어 버릴 수 있다. “사람의 목소리를 그런 식으로 쓰면 안 되지.” 내 중얼거림에 아르웬이 물었다. “뭐라고 하셨어요?” “이 일 끝나면 우리 고객센터도 녹음 보관 규정을 다시 만들자는 얘깁니다.” “좋은 생각입니다. 초안을 작성해 주세요.” “제가요?” “말씀하신 분이니까요.” 이런. 나는 늘 입으로 업무를 창조하고 있었다. 본인 확인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자동 정리는 멈춰 있었다. 그러나 외부에서 새 관리자가 접속하면 절차가 달라질 수 있었다. 하르덴은 즉시 이중 서명 사실을 재판부에 보고했다. 마레인의 통신이 들어왔다. “현장 절차 기록을 확인했습니다. 두 서명 모두 권한을 확정할 수 없으니 삭제 명령은 계속 정지 상태로 두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다만 저장소가 계속 가동 중인 이유를 조사할 필요가 있습니다. 어느 한쪽을 범인으로 미리 단정하지 마세요.” “물론이죠.” 나는 그 말을 진심으로 받아들였다. 누가 악당인지 맞히는 놀이보다, 악당이 다시는 같은 일을 못 하게 만드는 게 중요했다. 그런데 루루가 저장체 아래에서 아주 작은 문장을 발견했다. [새로운 재생 요구] [요청인: 본인 확인을 요청받은 당사자] [대상: 기록 000-17] “시온 님, 이건 삭제가 아니라 듣게 해 달라는 요청이에요.” 니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열일곱 해 전 기록이군요. 그런데 이상해요. 요청인 서명이 두 개 다 아니에요.” “그럼 누군데?” [발신자: 보관 원본 내부] 아르웬이 숨을 들이켰다. “기록 안에 있는 사람이 직접 요청한 걸까요?” 나는 잠시 생각했다. “일단 요청 대상이 되는 기록의 권한부터 확인하자. 과거의 목소리를 함부로 재생하면 다른 사람의 비밀까지 공개될 수 있어.” 그때 저장고 한가운데서 낯선 물방울이 천천히 떠올랐다. 안에는 아주 작은 손바닥 자국이 있었다. 니아가 그것을 보자 눈물을 글썽였다. “저 표식…… 정령이 도움을 요청할 때 남기는 거예요.” 그 순간 처음으로, 녹음이 단지 증거가 아닐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아직 끝나지 않은 대화일지도 몰랐다.

PAYLUA 소설 본문은 인쇄가 제한되어 있습니다.

제44화 끝

읽은 위치는 이 브라우저에 저장되며 로그인 중에는 계정에도 동기화됩니다.
READER DISCUSSION

제44화 댓글 0

댓글·공감·신고는 로그인 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전 익명 댓글은 그대로 표시됩니다.

댓글을 남기려면 로그인해 주세요.로그인회원가입

댓글을 불러오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