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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세계수 고객센터입니다 · 42화
PAYLUA ORIGINAL · 제42화

42화. 팔만 사천 건의 통화 녹음을 돌려주세요

세계수 고객센터입니다 · 3,307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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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만 사천이백열한 건. 숫자만 보면 대단한 업적 같았다. 상담센터에서 통화 녹음을 이렇게 쌓았다면 인사팀은 내게 상을 줬을지도 모른다. 문제는 저 숫자가 한 번도 제대로 전달되지 못한 목소리의 개수라는 점이었다. “시온 님, 저걸 전부 들어야 해요?” 루루가 물었다. “전부 듣는다고 해결되는 건 아냐. 누가 말했고 언제 녹음됐고 어떤 답으로 바뀌었는지 연결해야 해.” “그럼 전부 분류해야 해요?” “……그런 말은 왜 항상 더 무섭게 들리지?” 저류실 안은 거대한 물방울 속에 갇힌 도서관 같았다. 투명한 기둥 수백 개가 물속에서 천천히 돌고 있었다. 기둥마다 나뭇잎 모양의 조각이 붙어 있었고, 조각 안쪽에는 살아 움직이는 물결이 보였다. 니아는 첫 번째 기둥의 가장자리를 바라봤다. “정령의 공명을 굳혀 만든 저장체예요. 그런데 안쪽에는 원본뿐 아니라 원본을 밖으로 내보낼 때 거치는 편집 기록도 남아 있을 거예요.” “그럼 거짓 답변이 만들어진 과정을 확인할 수도 있겠네.” “네. 다만 저장체에 직접 손대면 내부 순환이 깨질 수 있어요.” 아르웬이 곧바로 말했다. “기록과 설비를 동시에 보전해야 합니다. 전원 차단은 금지예요.” “누가 전원을 끊겠다고 했습니까?” 그녀가 조용히 나를 바라봤다. “왜 저를 봐요?” “전생의 이야기를 할 때마다 기계를 발로 차셨다고 하셔서요.” “잘 안 될 때 살짝 두드렸다고 했지 발로 찼다고는 안 했어요.” “차이가 있습니까?” 있다. 인류 문명 전체가 그 미묘한 차이 위에서 발전했다고 나는 믿는다. 다엔이 수로의 압력계 옆에 임시 감시석을 만들었다. 수위가 조금이라도 흔들리면 종을 치기로 했다. 미레는 주민 대표로 들어왔다. 그런데 들어오자마자 첫 번째 저장체를 보고 얼굴이 굳었다. “이 문양…… 우리 마을 할아버지가 쓰던 표식이에요.” 그녀는 오래전 길잡이 역할을 했던 토머스라는 사람을 기억했다. 나무와 물길을 잘 아는 노인이었고, 열일곱 해 전 저류실의 소리가 달라졌다고 증언한 뒤 사람들 앞에서 말을 아끼게 됐다고 했다. “지금 어디 계십니까?” “삼 년 전에 돌아가셨어요.” 목소리를 되찾아도 말을 했던 사람이 없을 수 있다. 나는 그 사실을 수첩에 적었다. 늦었다는 말을 가볍게 해서는 안 되겠다. 천장에서는 가느다란 물줄기가 떨어졌다. 바닥의 물길은 돌로 만든 원을 따라 움직였는데, 이상하게도 한 바퀴를 돌 때마다 각각 다른 소리가 났다. 어떤 것은 낙엽 스치는 소리였고, 어떤 것은 먼 곳에서 비가 내리는 소리 같았다. “이 소리들이 기록이라면 정말 어마어마하네요.” 내가 말하자 니아가 웃었다. “정령들은 글을 쓰기 전에 파문으로 기억을 남겼어요. 어느 방향에서 어떤 바람이 불었는지, 물이 얼기 전에 어떤 맛이 났는지까지요.” “그럼 아까 내 신발에 물이 들어간 것도 기록됩니까?” “그걸 누가 기록하고 싶어 할까요?” 루루가 곧장 손을 들었다. “저요! 시온 님은 물 한 방울 들어가도 세상을 잃은 얼굴이 돼요!” “고객님, 사적인 정보입니다.” 그녀가 까르르 웃었다. 나는 젖은 신발을 슬쩍 벗었다가 아르웬의 눈길에 다시 신었다. 증거 보전 현장에 맨발로 앉는 상담원은 신뢰도가 낮다고 했다. 저 기둥들이 어쩌면 몇십 년 전의 비와 바람까지 기억하고 있을지도 몰랐다. 그걸 누군가 한 문장으로 압축해 '만족합니다'라고 내보냈다. 세상은 가끔 정말로 바보 같은 방향으로 효율을 추구한다. 우리는 기록 저장체에 직접 닿지 않는 외부 판독대를 만들었다. 바스가 원격으로 물의 진동을 보정하고, 니아가 공명 결을 읽었다. 아르웬은 출력물을 원본과 분리해 번호를 붙였다. 첫 번째로 무작위 확인한 것은 일곱 달 전 젊은 나무의 목소리였다. ‘제 아래 뿌리에 물이 너무 적어요. 잎이 마르고 있어요.’ 그런데 밖으로 송출된 답변은 이랬다. [현행 수자원 배분 정책에 만족함.] 두 번째는 더 심각했다. ‘아이들이 마시는 물에서 쇳맛이 나요.’ [현재 수질에 불만 없음.] 루루가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이건 오역이 아니잖아요.” “그렇지. 원본과 반대야.” 세 번째 저장체를 선택하려는 순간 봉인판에 경고가 떴다. [열람 권한 제한] [요청인: 중앙 계약 관리국 정산실] [사유: 기록의 상업적 가치 보호] 나는 눈을 가늘게 떴다. “민원인의 말이 상품입니까?” 봉인판은 당연하다는 듯 답했다. [본 기관은 원천 공명 정보를 관리합니다.] “관리하면 주인이 됩니까?” [처리 권한이 있습니다.] “처리 권한이 있다면서 왜 원본과 정반대로 답합니까?” [문의 사항은 정산실로 접수하십시오.] 와. 원점으로 돌려보내는 실력이 예술이었다. 아르웬은 내 손을 막았다. “판을 부수면 안 됩니다.” “아직 아무 말 안 했거든요.” “표정으로 하셨습니다.” 내 표정이 요즘 너무 많은 정보를 제공하는 모양이다. 우리는 합법적으로 열람할 수 있는 현장 표본만 추출했다. 비리의 원본과 미레의 동의를 받은 주민 기록, 구조된 관리인들이 직접 참여한 사고 당시 기록이었다. 저장체의 위치와 파형, 시간대를 각각 남기고 두 명 이상이 확인했다. 누구도 녹음을 몰래 가지고 가지 않았다. “시온 씨.” 미레가 내 이름을 불렀다. “저 목소리들, 밖에 공개해 주실 수 있나요?” “원하시는 마음은 알아요. 하지만 모두가 공개를 원한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증언을 남긴 당사자가 누군지 확인하고 동의를 구해야 해요.” “나무들에게도요?” “네. 지금까지 다른 사람들이 대신 말한 게 문제였잖아요.” 미레는 내게 한참 시선을 두었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판독대에서 가느다란 종소리가 울렸다. 새 원본 하나가 나타났다. [기록 시각: 17년 전] [구분: 관리 명령에 대한 현장 이의] 니아의 얼굴이 굳었다. “이건 보통 민원이 아니에요. 제14 장치와 연계된 명령이에요.” “읽을 수 있어?” “부분만요.” 판독대 위에 다섯 글자가 떠올랐다. [변경 승인 반대] 그리고 그 아래에는, 낯익은 이름이 있었다. [작성자: 에르윈 계승 기록 보관인] 아르웬이 한 걸음 물러섰다. “할머니가 돌아가신 뒤에도 그 기록을 보관하던 사람이 있었어요.” 나는 조심스럽게 기록 번호를 베꼈다. 그 순간 저장고 전체의 등이 붉게 변했다. [일괄 정리 시작 시각 변경] [내일 새벽 → 1시간 후] 루루가 입을 벌렸다. “누가 새벽 배송을 당일 배송으로 바꿨어요!” “그러게. 참 고객 친화적이네.” 나는 판독대에서 손을 뗐다. “우선 삭제부터 막자. 아무도 원본에 손대지 말고.” 이제 한 시간이 남았다. 그리고 내 상사는 세계의 심장보다 서류 보관법을 더 걱정하고 있었다. 놀랍게도, 이번에는 그게 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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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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