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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세계수 고객센터입니다 · 40화
PAYLUA ORIGINAL · 제40화

40화. 계약 관리자님, 대리 답변은 반려합니다

세계수 고객센터입니다 · 4,347자

오프라인 책장
누군가 내게 이세계에서 어떤 일을 하느냐고 물으면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나무가 살아 있는지 확인하고, 드래곤에게 방화하지 말라고 부탁하고, 천계 공무원에게 서류를 제대로 읽으라고 잔소리합니다. 듣는 사람은 틀림없이 내가 농담하는 줄 알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세 가지를 동시에 하고 있었다. “로딘 님! 서쪽 협곡에서 함부로 불을 내지 마세요!” 수정 통신기 속에서 거대한 검은 얼굴이 돌아왔다. “인간! 나는 지금 산불을 막고 있다!” “다행이네요. 그쪽은 어떻습니까?” “붉은 협곡 숲의 나무들은 아직 말을 한다. 다만 모두가 같은 선택을 하지는 않는군.” “반대하는 나무들도 있다고요?” “그렇다. 일부는 겨울 저장을 위해 지금 계약을 유지하고 싶어 한다. 다른 나무들은 생명력을 돌려 달라고 한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실제로 그럴 수 있었다. 네 숲 모두가 같은 대답을 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전부 기록해 주세요. 찬성도, 반대도, 아직 결정하지 못한 나무도요.” “아주 귀찮은 일이군.” “제가 드래곤을 믿고 맡겼잖아요.” 로딘이 잠시 말이 없어졌다. “흠. 더 말해 보아라.” “기록을 제일 잘 남기는 드래곤이시잖아요.” “그렇지!” 나는 이 세계가 아직 살 만하다고 느꼈다. 드래곤은 칭찬에 의외로 약했다. 우리는 동쪽 물안개 숲의 물길을 정상 상태로 유지하면서 현장 자료를 먼저 본부에 전송했다. 비리와 미레, 다엔의 증언을 서로 구분해 기록하고, 구조된 관리인 두 사람은 치료사에게 인계했다. 안개 밑의 목소리 창고는 아직 열지 않았다. 비상 가동 중인 설비와 연결돼 있어 안전 계획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 사이 에델에게서 연락이 왔다. “임시 심문이 열립니다. 원본 계약이 현재 동의권을 어떻게 취급했는지, 그리고 동쪽의 자동응답이 유효한 자료인지 먼저 판단할 예정입니다.” “북방의 보전 기간은요?” “만료 전에 연장 신청을 접수했습니다. 다만 아직 본안 판결은 아니에요.” “알겠습니다. 서류에 해결 완료라고 쓰지 않을게요.” 법정은 통신 수정 위에 펼쳐졌다. 이번에는 하늘에 거대한 법정이 열리지 않았다. 마을 수로 관리실 한쪽에 반투명한 의자 셋이 생겼다. 나는 어쩐지 전생의 원격회의가 떠올라 기분이 나빠졌다. 법관 마레인이 차분하게 말했다. “원천 관리 임시 심문을 시작하겠습니다. 오늘의 쟁점은 세 가지입니다. 문서 000의 보전, 현재 계약 사본의 신뢰성, 자동응답을 당사자 동의로 볼 수 있는지 여부입니다.” 하르덴이 관리국 입장에서 먼저 말했다. “원천 전체의 배분을 갑자기 중단하면 병원과 방어 시설에 피해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관리국이 강한 권한을 보유해 온 이유도 공급의 연속성 때문입니다.” 나는 그의 말을 끊지 않았다. 맞는 부분이 있었다. 실제로 우리가 제14 장치를 분리했을 때도 먼저 마을의 필수 공급을 살폈으니까. 마레인이 나를 불렀다. “최시온 씨. 지금 무엇을 구합니까?” “전면 공급 중단을 구하지 않습니다. 원천의 말을 대신하는 자동 동의 조항을 일시 배제하고, 독립된 의사 확인과 원본 보존을 요청합니다. 필수 공급은 안전 계획을 세워 유지해야 합니다.” “관리기관이 주장한 동쪽 숲의 동의에 대한 반박 자료는요?” 니아가 보존등을 열었다. 서로 다른 두 소리가 흘러나왔다. 처음 것은 똑같은 문장을 반복하는 안내음, 두 번째 것은 물소리 사이로 겨우 들리는 비리의 구조 요청이었다. “자동응답 기록에는 살아 있는 공명이 없습니다. 원본으로 보관된 신호를 비교해 봐도 전달망에서 같은 파형이 복제됐습니다. 이건 숲 전체의 동의로 보기 어려워요.” 아르웬은 설비 연결도와 하류 공급 상태를 제출했다. 다엔은 비상 안내 회선을 분리하는 동안 물 공급이 유지됐음을 증언했다. 미레는 마을에서 안내문 승인 절차를 거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 진술이 곧 숲 전체의 의사가 되는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 우리는 비리가 보낸 원본 공명도 따로 제출했다. 관리국 측 기록관이 반론했다. “한 정령의 진술만으로 수천 그루 나무의 의사를 대표할 수는 없습니다.” “맞습니다.” 내가 답했다. “그러니까 지금은 대표 의사가 확인되지 않았다고 판단해야 합니다. 확인 안 된 걸 동의했다고 처리하지 말자는 겁니다.” 마레인이 기록을 내려다봤다. “현재 자동응답의 원본성이 부족하다는 점은 확인됩니다. 다만 동쪽 숲의 최종 선택이 무엇인지는 추가 조사가 필요하군요.” “네.” “서쪽 협곡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는 보고가 왔습니다.” “맞습니다. 그래서 네 숲이 모두 계약을 끝내고 싶어 한다고 주장하지 않겠습니다.” 그녀가 나를 바라보았다. “그런데 왜 오늘 관리자 권한을 제한해야 한다고 봅니까?” 나는 원본의 문장을 다시 읽었다. [원천의 의사 확인이 다시 가능해진 때에는 수탁 권한을 반환한다.] “반환할지 말지 결정하기 전에, 주인이 말할 기회를 가로막아서는 안 되니까요.” 긴 침묵이 흘렀다. 그동안 수로 밖에서는 물레방아가 돌았다. 사람들은 오늘도 빵을 구웠고, 병원은 물을 썼다. 거대한 계약을 따지는 사이에도 세계는 살아 움직였다. 마레인이 판정문을 읽었다. [문서 000 원본: 보전 계속] [원본과 다른 현행 계약 사본: 변경 경위 독립 조사] [자동응답을 원천의 포괄 동의로 간주하는 관행: 본안 판단 전 잠정 배제] [필수 공급: 현행 안전 기준 아래 유지] [북방 루메르 보전 명령: 추가 심사 전까지 임시 연장] [동부 물안개 숲: 현장 의사 확인 및 안전 점검 명령] 루루가 내 어깨 위에서 팔을 번쩍 들었다. “이겼어요!” “한 걸음 나간 거야.” “한 걸음도 이긴 거잖아요!” 그 말에는 반박할 수 없었다. 나는 조금 웃었다. 법정 통신이 곧바로 닫히지는 않았다. 마레인이 우리에게 마지막으로 당부했다. “중대한 점을 분명히 하겠습니다. 오늘 명령으로 관리국의 모든 운영이 불법이라고 확정된 것은 아닙니다. 안전한 공급을 이어갈 의무와 서류를 조사할 의무는 동시에 존재합니다.” “이해했습니다.” 나는 대답했다. “기록에도 임시 조치라고 표기하겠습니다.” “그리고 동쪽 숲의 실제 의견을 수집할 때는 반대 의견과 침묵도 각각 구분하십시오. 도중에 주민이나 원천이 위험해지면 절차를 멈추고 안전을 먼저 확보해야 합니다.” 그 말은 당연했다. 하지만 이렇게 당연한 것이 사백 년 동안 지켜지지 않았다는 사실이 무거웠다. 통신이 끊기자 루루가 내 손가락에 작은 종이 띠를 묶었다. “뭐야?” “오늘 기념이에요. 서류를 열고도 아직 살아남은 상담원.” 띠에는 별 하나와 나뭇잎 하나가 삐뚤게 그려져 있었다. “별이 너무 작은데?” “한 걸음 이긴 거라고 하셨잖아요. 한 걸음짜리 별이에요.” 나는 그 띠를 떼지 않았다. 하르덴은 서류를 받아 들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자기 기관의 주장이 일부 받아들여지지 않았는데도 난리를 치지 않았다. 오히려 피곤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이제 중앙 관리국에서 직접 움직이겠군요.” “그건 무슨 뜻입니까?” “지금까지 상대하신 사람은 대부분 실무자였습니다. 오래된 계약을 실제로 관리해 온 것은 다른 곳이에요.” “어디요?” 하르덴은 바로 답하지 않았다. 대신 내게 작은 자료 하나를 건넸다. [문서 000 복사본 최종 수정 승인 흔적] [수정 시각: 17년 전] [승인 경로: 제14 장치 보조 원장] 나는 눈을 의심했다. 제14 장치는 사백 년 전 원초 계약 당시에는 없었다. 그런데 열일곱 해 전 누군가 그 장치를 이용해 최초 계약의 사본을 고쳤다는 뜻이었다. “누가 승인했는지는요?” “그 부분은 가려져 있습니다. 나도 해제 권한이 없어요.” 니아가 자료를 살펴보다가 손을 떨었다. “이 표식…….” “알아?” “제14 장치에서 저를 가둔 명령과 같은 서체예요. 그런데 명령어 맨 앞의 관리인 번호가 지워져 있어요.” 아르웬이 창백한 얼굴로 말했다. “할머니가 숨긴 계약의 수정과 제14 장치의 강제 회수가 연결돼 있었던 걸까요?” “확정하려면 원본 명령을 찾아야겠죠.” 나는 자료를 조심스럽게 접었다. 그때 루루의 접수함에서 종소리가 났다. [긴급 민원 접수] [발신지: 동부 물안개 숲 지하 창고] [민원인: 다수. 신원 보호 요청] [내용: 우리 목소리를 돌려주세요.] 통신판 아래에는 작은 표시가 하나 더 있었다. [현장 위치: 수로 제0 저류실] [연결 설비: 제14 장치 보조 원장] 나는 긴 숨을 내쉬었다. “좋아. 계약서 다음에는 녹음 파일이구나.” 루루가 고개를 갸웃했다. “이번에도 고객센터 일이에요?” “그렇지.” 나는 수첩을 폈다. “고객 목소리가 사라졌으면 찾으러 가야지. 다만 이번에는 안전 점검부터.” 창밖의 안개가 천천히 갈라졌다. 그 아래로 오래된 수로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아무래도 지하실은 어디에나 있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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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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