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을 알고 있는 안개는 처음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내 이름을 아는 사람도 별로 반갑지 않은 날이 많았다. 고객센터에서 이름을 부른다는 건 대체로 문제를 해결해 달라는 뜻이니까.
“상담원 최시온 님의 방문을 환영합니다.”
안개가 다섯 번째 반복했다.
“네, 반갑습니다. 우선 담당자 두 분부터 돌려주세요.”
아무 대답도 없었다.
루루가 내 귀에 속삭였다.
“저 안개가 듣고 있는 거예요?”
“듣기는 하는데 대답할지는 모르지.”
미레가 숨을 삼켰다.
“밤이 되면 안개가 길을 바꿔요. 사람을 가둬 놓고 계속 안내 방송만 합니다.”
“그럼 안내 방송이 미로의 일부군요.”
나는 수로 도면을 폈다. 안개를 걷어 낼 방법을 찾기보다 두 관리인이 들어간 위치를 먼저 확인해야 했다. 현장 문제를 해결한답시고 물을 통째로 끊을 수는 없었다.
아르웬이 그늘진 길을 가리켰다.
“남쪽 물레방아가 마지막으로 멈춘 기록이 있어요. 두 사람이 실종된 시각과 맞아요.”
니아가 보호등을 흔들었다.
“안개가 만든 길이 아니라 물소리를 따라가면 될지도 몰라요. 가짜 공명은 문장을 반복하지만 진짜 물길 소리는 계속 변하거든요.”
“좋아. 다엔 씨, 실제 수로의 난간에 길잡이 줄을 묶어 줄 수 있습니까?”
“그건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마을에서 빌린 긴 밧줄을 연결했다. 다엔은 앞에서 수로의 돌을 확인했고, 아르웬은 뒤에서 발판이 움직이는지 기록했다. 루루는 내 어깨에 앉아 이따금 속삭였다.
“여기는 위험해요. 상담원에게 연결하려면…….”
“너까지 안내 방송 따라 하지 마.”
“무서워서 그래요.”
“나도 무섭거든.”
그녀는 잠깐 내 목을 꼭 끌어안았다. 우리 둘 다 잠시 말을 줄였다.
수로 아래에 다다르자 반투명한 벽이 나타났다. 안개가 물기둥처럼 세워진 곳이었다. 그 안에는 작은 그림자 두 개가 갇혀 있었다.
“사람이다!”
다엔이 외쳤다.
나는 곧장 달려가려다가 발을 멈췄다. 앞바닥의 판석은 물 위에 떠 있었고, 가장자리에는 은색 선이 둘러져 있었다.
[무단 접근 시 자동 기상 안정화]
“안정화라면 좋은 거 아닌가요?”
루루가 물었다.
“무엇을 안정시키는지 모르잖아.”
아르웬이 바닥을 살폈다.
“안개 밀도를 높여 길을 고정시키는 장치일 수 있어요. 이걸 밟으면 도망치지 못하겠죠.”
니아가 신호를 더듬었다.
“사람 둘 다 살아 있어요. 약하게 대답하고 있어요.”
그 말에 우리는 숨을 돌렸다. 로딘이 없어서 다행이기도 했다. 그가 있었다면 일단 불로 안개를 말릴 생각부터 했을 것이다.
나는 미레에게 통신을 걸었다.
“하류 물 공급이 안정적입니까?”
“지금까지는요. 빵집이 물레방아 하나를 한 시간 멈춰도 된다고 했어요.”
“좋습니다. 바스 씨, 이 지점에서 안내 회선만 끊고 수로는 살리는 방법을 함께 봐 주세요.”
수정판 너머의 바스가 상세한 배관도를 펼쳤다. 감지관과 공급관이 같은 모양이지만 작은 나사 두 개로 분리되어 있었다. 나는 바스가 가리킨 지점을 세 번 확인했다.
“한 번만 더 여쭤볼게요. 이쪽이 안내 회선 맞죠?”
“맞소. 조작 전에 우회 공급이 살아 있는지도 확인하시오.”
다엔이 옆에서 작은 밸브를 열었다. 하류의 수위 표시가 일정하게 유지됐다.
그 뒤 나는 안내 회선을 잠시 분리했다.
세상이 조용해졌다.
더는 '만족합니다'라는 말이 들리지 않았다.
대신 안개 안에서 떨리는 목소리가 나왔다.
“여기…… 사람 있어요.”
“들립니다!”
나는 소리쳤다.
“움직이지 마세요. 데리러 갑니다!”
다엔이 물길 옆 비상 발판을 펼쳤다. 아르웬은 발판을 고정하는 나무못을 박았다. 그렇게 가까스로 두 사람을 끌어냈다. 실종된 관리인들은 탈진해 있었지만 숨을 쉬고 있었다. 옷에는 물방울 결정이 들러붙었고, 손에는 망가진 장비가 남아 있었다.
“저 아래…… 숲의 목소리를 모으는 창고가 있어요.”
한 관리인이 떨며 말했다.
“나무들이 말하는 걸 전부 받아 놓고, 밖으로는 다른 말을 내보내요.”
“그 기록은 남아 있습니까?”
“안쪽에요. 우리가 가져오려다 갇혔어요.”
나는 곧장 창고로 들어가고 싶었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해야 할 일이 있었다.
“일단 치료소로 옮기세요. 증거는 안전을 확보한 뒤 찾겠습니다.”
두 관리인이 치료소로 옮겨지는 동안, 다엔은 물길 옆에 기대 앉았다. 아직 다리가 떨리는 듯했다. 나는 그에게 따뜻한 물을 건넸다.
“괜찮습니까?”
“네. 그런데 조금 전까지는 정말 겁이 났어요. 안개가 우리 목소리까지 흉내 낼까 봐요.”
“저도요.”
“상담원님은 안 무서운 줄 알았는데.”
“아닙니다. 여기 와서 무서웠던 순간만 세면 열 손가락으로는 부족해요.”
루루가 내 어깨에서 끼어들었다.
“열 손가락이요? 드래곤 만났을 때만 일곱 번 놀라셨는데요?”
“넌 왜 그런 걸 세?”
“기록 정령이잖아요.”
“넌 접수 정령이지.”
“오늘부터 겸직할래요.”
나는 다엔을 보며 웃었다. 그도 조금 웃었다.
그때 미레가 치료소에서 연락했다. 구조한 두 사람은 기력이 많이 떨어져 있었고 당분간 안정을 취해야 하지만, 지금 당장 생명이 위태로운 상태는 아니라는 보고였다. 나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다만 한 관리인이 가져온 공구 주머니가 마음에 걸렸다. 안에는 둥근 유리 조각 세 개가 있었다. 각각에 작은 글씨가 새겨져 있었다.
[응답 원본 보관용]
[저류실 하부 기억창고]
[일괄 삭제 예정]
“삭제 예정?”
나는 조각들을 보여 달라고 요청했다. 다엔이 말했다.
“안내망을 점검할 때 쓰는 기억 저장판입니다. 저도 이게 왜 사람을 가두는 안개 안에 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삭제가 실제로 진행될 수 있을까요?”
“네. 정기 점검 주기가 지나면 오래된 원본은 자동 정리돼요.”
이런. 거짓말을 하려면 진짜 녹음은 없애는 게 좋겠지.
나는 서둘러 보전 요청을 작성했다. 아직 창고 안으로 들어갈 수는 없지만, 누가 무엇을 지우려고 하는지부터 막아야 했다. 그게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그때 비리가 작은 물방울 하나를 내게 건넸다. 안쪽에서 나뭇잎 모양의 빛이 흔들리고 있었다.
‘물길을…… 막지 말아 줘.’
비리가 겨우 말했다.
“막지 않을게. 대신 네 목소리를 들을 수 있게 하고 싶어.”
‘그러면…… 다른 나무들도…….’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수로 바깥쪽에서 거대한 바람이 불었다. 지금까지 잠잠하던 안개가 밀려왔다. 안내 회선을 끊자 다른 시설이 비상 모드로 전환된 모양이었다.
[응답망 장애 감지]
[대체 동의 채널 자동 가동]
니아가 외쳤다.
“새 채널이 열려요! 이번에는 동쪽 숲 이름으로 관리계약에 자동 동의하려고 해요!”
나는 눈을 질끈 감았다.
설비에 문제가 생기면 고치는 게 아니라, 더 큰 설비를 켜서 문제가 없다고 말하게 하는 곳.
아주 훌륭한 관료주의였다.
“루루! 본부와 법정에 보내. 지금 이 숲의 동의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그렇게만요?”
“그리고 우리가 실제 주민 두 명을 구조했고, 정령의 반대 신호도 받았다고. 증거는 분리 보관한다고.”
아르웬은 곧장 두 채널의 차이를 기록했다. 하나는 물과 나무에서 오는 진짜 떨림, 하나는 중앙에서 내보내는 똑같은 문장. 같은 장소의 같은 시간에 나타난 두 기록은 서로 달랐다.
나는 세계수 통신판을 꺼냈다.
“고객님, 지금 들리세요?”
잠깐의 침묵.
그리고 아주 느린 답장.
[들려요.]
“동쪽도 다시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고마워요. 하지만 조심해요. 저 안개 아래에는 아직 빼앗긴 말이 많아요.]
나는 고개를 들었다.
누군가 수천 그루 나무의 목소리를 빼앗아 창고에 쌓아 놓았다.
정말 지독한 고객센터였다.
이번에는 우리 쪽에서 환불을 요구할 차례였다.
제39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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