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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세계수 고객센터입니다 · 38화
PAYLUA ORIGINAL · 제38화

38화. 동쪽 안개는 상담 대기음을 틀어 줍니다

세계수 고객센터입니다 · 4,050자

오프라인 책장
동쪽 물안개 숲은 이름만 들으면 아름다운 관광지다. 실제로도 아름다웠다. 강 위로 낮은 안개가 깔렸고, 양쪽의 나무들이 물에 거꾸로 비쳤다. 가느다란 다리에는 이끼가 푹신하게 자라 있었다. 멀리서는 새가 울었다. 그리고 숲 입구에 붙은 안내판이 모든 낭만을 박살 냈다. [원천 의사 확인 종료] [모든 수목은 현행 관리체계에 만족합니다] [불편 사항은 자동 접수됩니다] “민원이 하나도 없을 정도로 만족한다고요?” 나는 안내판을 바라봤다. “그럴 리 없는데.” 루루가 물었다. “왜요?” “민원이 없는 조직은 두 가지야. 정말 잘 돌아가거나, 민원을 넣을 수 없는 조직.” “여긴 어느 쪽이에요?” “우리가 확인하러 왔잖아.” 입구 경비대는 우리를 막아섰다. 물결 무늬 갑옷을 입은 젊은 수인이었다. 그의 눈 밑에는 피로가 깊었다. “숲은 외부인의 접속을 제한합니다.” “현지 담당자를 만나러 왔습니다.” “불편 접수는 안개 안내망으로 하십시오.” “그게 지금 불편한 점입니다.” 젊은 경비병은 한참 나를 보았다. 그가 아주 작게 한숨을 쉬었다. “저도 압니다.” “뭘요?” “안내망이 고장 났어요. 마을 사람들이 고장 신고를 하면 '이미 처리됐습니다'라고 대답합니다. 어제는 치료소 문이 잠겼다고 신고했더니 '좋은 하루 되십시오'라고 하더군요.” 이런 세상에. 고객센터가 고객한테 자동으로 '좋은 하루'라고 하는 건 전생에서도 심각한 일이었다. 치료소 앞에서는 더욱 그랬다. “담당자 성함을 여쭤봐도 될까요?” “다엔입니다. 동쪽 수로 경비대 소속입니다.” 나는 그의 이름과 근무 위치를 기록했다. “다엔 씨. 저희는 장치를 부수러 온 게 아닙니다. 그 안내망의 원본 응답이 어디서 만들어지는지 확인하려고 왔어요.” 그가 잠시 망설이더니 뒤쪽의 낮은 오두막을 가리켰다. “먼저 마을 관리인에게 가 보십시오. 다만 해가 지기 전에는 돌아오셔야 해요. 밤 안개가 짙어지면 길이 바뀝니다.” “길이 바뀐다고요?” “사람이 길을 잃는 게 아닙니다. 진짜로 길이 움직여요.” 나는 수첩을 접었다. “관광 안내 책자에 꼭 들어가야 할 내용이네요.” 숲의 다리를 건널 때 작은 아이 둘이 우리를 졸졸 따라왔다. 둘 다 손목에 길잡이 줄을 묶고 있었다. 한 아이가 내 옷자락을 잡아당겼다. “아저씨, 고객센터에서 왔어요?” “응. 어떻게 알았어?” “여기엔 고객센터 아저씨가 오면 문제를 해결해 준다는 소문이 있어요.” 이런. 벌써 소문이 돌았다.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실망도 클 텐데. “아저씨가 다 해결할 수 있는 건 아니야. 그래도 먼저 들어는 줄 수 있어.” 그 아이가 다리 아래를 가리켰다. “그러면 저 나무가 며칠째 우는 것도 들어 주세요.” 작은 버드나무였다. 가지는 물에 닿을 듯 늘어져 있었고, 잎에서는 맑은 방울이 떨어지고 있었다. “왜 울고 있대?” “예전에는 우리한테 바람 소리로 이야기를 해 줬어요. 그런데 이제는 뭐라고 말해도 똑같은 말만 들려요.” 아이가 서툴게 공중을 향해 말했다. “안녕, 오늘은 어떤 날이야?” 그러자 정말로 안개 속에서 차분한 목소리가 나왔다. ‘물안개 숲은 현재 상태에 만족합니다.’ 아이는 입술을 내밀었다. “봐요. 저건 나무 목소리가 아니에요. 저 나무는 어제도 슬펐고 오늘도 슬픈데 어떻게 항상 만족해요?”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통신 기록보다 더 설득력 있는 말을 어린아이가 해 버렸다. 그렇다고 어린아이의 설명만으로 장치를 뜯을 수는 없었다. 다만 누구 말을 확인해야 하는지는 분명해졌다. “나무한테 별명이 있어?” “울보요.” “좋아. 울보가 진짜로 무슨 말을 하는지 확인해 볼게.” 아이가 처음으로 활짝 웃었다. 루루가 내 어깨에서 속삭였다. “시온 님. 상담원 명패를 하나 더 만들까요?” “뭔데?” “나무 말 통역 전문.” “통역은 니아가 하잖아.” “그럼 시온 님은 불평 전문.” 그 명패라면 누구보다 자격이 있었다. 마을에는 물레방아 세 개가 돌고 있었지만 우물 두 개는 봉인돼 있었다. 물길이 맑은 곳과 탁한 곳이 이상할 만큼 뚜렷하게 갈렸다. 주민들은 손에 작은 줄을 묶고 다녔다. 안개가 짙을 때 서로 떨어지지 않으려고 만든 연결줄이라고 했다. 마을 관리인 미레는 노년의 인간 여성이었다. 머리에는 물방울 모양 나무 장식을 달았고, 말투는 단호했다. “천계에서 왔다고요?” “아뇨. 세계수 고객센터입니다.” “그럼 더 이상하네요. 우리는 민원을 넣은 적이 없는데.” “그게 이상해서 왔습니다.” 나는 안개 안내판을 보여 줬다. 미레는 표정을 굳혔다. “저건 마을에서 동의한 적 없는 문구예요.” “숲의 나무들도요?” “지난달부터 나무들이 말을 잃었어요. 바람이 불어도 공명이 없죠. 그때부터 안내판이 혼자 말을 하기 시작했고요.” 니아가 보호등 안에서 속삭였다. “비리가 이 근처에 있을 거예요.” 우리는 미레의 안내로 오래된 수로 관리실에 들어갔다. 벽에는 뿌리망 배관이 얽혀 있었고 천장에는 물방울들이 거꾸로 매달려 있었다. 니아가 한 방울을 만지자 푸른 선이 잠깐 나타났다. ‘여기…… 있어.’ 낯선 목소리였다. 모아가 바로 알아들었다. “비리!” 물방울들이 한데 모였다. 작은 정령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하지만 몸이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았다. 눈이 있어야 할 자리에 희미한 구멍이 있었고, 말을 하려 할 때마다 주변 안개가 다른 음성을 내보냈다. ‘물안개 숲은 현재 상태에 만족합니다.’ 비리는 그 문장을 듣더니 몸을 움츠렸다. “이러는 이유가 있어요.” 니아가 말했다. “비리의 목소리가 나오려고 하면 안내망이 먼저 가로채요.” 나는 수로 계기판을 살폈다. 원래는 물길을 관리하는 설비였다. 그런데 최근에 얇은 은색 관이 추가돼 있었다. 그 관이 나무의 공명을 읽고, 여과한 다음, 안개 속으로 다시 내보내고 있었다. [원천 응답 편의화 장치] [민원 처리 효율: 100퍼센트] “효율이 백 퍼센트라고?” 루루가 감탄했다. “엄청난데요!” “민원을 하나도 받지 않으면 처리율이 백 퍼센트가 되지.” “아.” “거기서 감탄하면 안 돼.” 아르웬이 장치 설명을 읽었다. 민원을 접수하기 전에 비슷한 내용을 자동으로 병합하고, 원천이 침묵하면 이전 답변으로 대신 처리하도록 설정돼 있었다. 가장 큰 문제는 마지막 줄이었다. [원천 응답 없음 = 기존 관리계약 유지 동의] “침묵을 동의로 바꾸는군요.” 아르웬이 낮게 말했다. “그것도 기계가.” 바스에게 원격 통신을 걸었다. 그는 계기판을 보더니 곧장 머리를 저었다. “저 관을 함부로 끊으면 안 되오. 물길 조절과 연결돼 있소. 상류 저장고에 역압이 생기면 하류 식수가 탁해질 수 있소.” “그럼 기록선만 분리할 수 있을까요?” “가능성이 있소. 다만 현장 압력과 우회 경로를 먼저 확인하시오.” 우리는 미레와 다엔의 도움을 받아 수로를 조사했다. 이웃 물레방아의 회전수와 치료소에서 쓰는 물의 양을 따로 기록했다. 물레방아 하나를 잠깐 멈출 수 있는지 주민에게 묻자, 빵집 주인이 손을 들었다. “한 시간은 괜찮습니다. 오늘 반죽은 끝냈어요.” 물길을 잠깐 바꾸기 위해 빵집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사실이 마음에 들었다. 나무에게도 이렇게 물었어야 했는데. 해가 저물 무렵, 수로 끝의 관을 따라가던 다엔이 외쳤다. “여기서 갈라집니다!” 은색 관 하나가 통신탑으로, 다른 하나가 안개 생성 시설로 이어져 있었다. 두 번째 관은 수로 바닥의 깊은 구멍 속으로 내려갔다. 그때 미레가 내 팔을 붙잡았다. “저 아래는 들어가지 마세요. 지난달 조사하러 갔던 관리인 두 명이 아직 돌아오지 않았어요.” “어디로 갔는지 기록은요?” “안내망에는 이렇게 떠요.” 그녀가 서류를 내밀었다. [조사 완료. 현장 담당자 만족도: 매우 높음] 나는 그 종이를 한참 바라봤다. 이렇게 정중한 거짓말이라니. “좋아요. 먼저 두 사람부터 찾겠습니다.” 루루가 내 팔을 잡았다. “시온 님, 밤 안개가 짙어져요.” 창밖에서 길들이 움직이고 있었다. 다리의 끝이 보이지 않는 곳으로 천천히 옮겨졌다. 그러고는 안개 전체가 같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상담원 최시온 님의 방문을 환영합니다.’ 이번에는 이름까지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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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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