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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세계수 고객센터입니다 · 36화
PAYLUA ORIGINAL · 제36화

36화. 첫 계약은 무료였다고요?

세계수 고객센터입니다 · 3,168자

오프라인 책장
사백 년 된 계약 원본을 확인한 뒤 우리가 처음 받은 안내는 이것이었다. [원천 의사 확인 절차 신청 시 검증 수수료 부과] “아니, 나무가 살아 있다고 확인하는 데 돈을 받아요?” 루루가 소리를 질렀다. “정확히는 검증에 필요한 비용을 받는다는 뜻이겠지.” 내가 답했다. “그럼 정당해요?” “실제 필요한 인력과 장비가 있다면 비용은 들 수 있어. 다만 신청을 막을 정도로 터무니없이 비싸면 문제가 되지.” 아르웬이 청구서를 펼쳤다. [기본 수수료: 원천 단위당 생장력 1000] [공명 검증 실패 시 환불 불가] 나는 종이를 거꾸로 뒤집었다. 눈이 잘못됐나 싶어서였다. “검증하려면 생장력을 내라고?” “그렇습니다.” 하르덴이 말했다. 그는 서고를 떠나지 않았다. 에델이 독립 입회를 허락한 상태였고, 법정 자료를 확인할 권리도 있었기 때문이다. “기관은 거짓 신호를 걸러 내야 합니다. 생명력 보증금은 남용을 막기 위한 장치입니다.” “살아 있는지 보자고 하면서 생명력을 빼앗는 건 이상하잖아요.” “다른 검증 방식은 더 비쌉니다.” “비싼 것과 죽는 건 다르죠.” 나는 서피에게 원본의 검증 절차를 물었다. 그는 오래된 장부를 꺼냈다. [원초 협약 의사 확인: 생장력 부과 없음] [검증 방식: 독립 공명 기록, 현장 보호자 확인, 이의 신청 가능] 루루가 씩 웃었다. “무료였네요!” “원래 무료였다는 말보다는, 나무한테 요금을 받지 않았다는 말이 맞겠지. 사람과 정령이 기록을 유지하는 비용은 따로 들었을 테니까.” “시온 님은 왜 재미없는 말을 덧붙여요?” “나중에 누가 세상 모든 일이 공짜라고 우길까 봐.” 어쨌든 방법은 있었다. 독립 공명 기록과 보호자 확인. 북방에서 이미 검증한 절차였다. 하지만 사백 년간 얽힌 뿌리망 전체에 적용하려면 더 넓은 확인이 필요했다. 나는 에델에게 요청했다. “원본과 현재 규정의 차이를 비공개 심사해 주세요. 생존이 걸린 검증 수수료는 우선 면제 여부를 판단해 주시고요.” “그럴 만한 긴급성이 인정되면 임시 조치를 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네 숲의 의사가 모두 확인된 것은 아닙니다.” “그게 다음 업무겠죠.” 우리는 서고에서 나와 본부의 오래된 통신실로 갔다. 벽마다 가느다란 뿌리가 이어진 곳이었다. 남쪽 세계수는 중앙에, 북방 루메르는 오른쪽에, 동쪽 물안개 숲과 서쪽 붉은 협곡 숲은 멀리 떨어진 두 갈래 끝에 있었다. 바스가 원형 계기판 위에 손을 얹었다. “남쪽과 북쪽은 응답이 있소. 동쪽과 서쪽은 신호가 불규칙하오.” “그럼 네 숲이 모두 동의했다는 말은 아직 할 수 없겠네요.” 아르웬이 말했다. “그렇죠. 동의하지 않은 것도 아니고요.” “이상한 차이네요.” 루루가 중얼거렸다. “아주 중요한 차이야.” 나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침묵은 승인도 반대도 아니다. 누군가 그 차이를 악용해서 여기까지 왔다면, 이번에는 반드시 구분해야 했다. 로딘이 고개를 갸웃했다. “그럼 서쪽 숲부터 내가 다녀오마. 붉은 협곡이라면 내 먼 친척들이 산다.” “가서 불부터 뿜으면 안 됩니다.” “나는 이제 증거를 남기는 용이다.” 그가 작은 수정구슬을 꺼냈다. “기록은 맡겨라.” 나는 잠시 그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서쪽의 온도와 안전 상태를 먼저 확인해 주세요. 현장 나무의 의견은 조사하되 대신 동의하지는 마시고요.” “흐음. 나무에게 직접 물어보는 거군.” “네.” “산불에 대해서도 물어보겠다.” “산불은 내지 마시고요.” “알았다, 알았어!” 그는 창문 밖으로 날아갔다. 지나가며 자기 온천 광고 현수막을 꼬리에 달았다. 저런 건 배워서 하는 행동이 아니다. 타고난 것이다. 동쪽 물안개 숲에는 별도의 통신 조사팀을 보내기로 했다. 니아는 이동이 무리였고 모아 역시 완전히 회복한 상태가 아니었다. 우선 현지 협조인을 찾고, 필요한 경우 우리도 가기로 했다. 동쪽을 향한 수로 지도를 펼치는 동안 하르덴이 떠올린 자료 하나가 있었다. 오래된 물길 이용 현황이었다. 물안개 숲은 단지 수분을 보내는 곳이 아니라 동쪽 여섯 마을의 식수와 치료용 안개를 유지하는 곳이었다. “그러면 통신 장치를 멈추면 물도 끊길 수 있다는 말입니까?” 내가 묻자 바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가동 설비가 서로 물려 있으면 그럴 수 있소. 독립적으로 설계됐다면 괜찮겠지만 확인하지 않고는 모르지.” “예상 위험 목록에 추가해 주세요.” 아르웬이 지도에 붉은 동그라미를 그렸다. “그리고 현지에서 물 사용량부터 확인하죠. 상류와 하류가 어떻게 연결되는지도요.” “그럼 천계가 주장하는 문제도 실제로 있을 수 있다는 거네요?” 루루가 물었다. “물론이야. 천계가 미워도 중간에 사는 사람들은 죄가 없지.” 나는 오래전 상담하던 손님 하나가 떠올랐다. 전화가 끊긴다고 불평하던 노인이었다. 기술팀은 문제가 없다고 했다. 통신기에는 정상이라고만 떴으니까. 그런데 직접 방문해 보니 노인의 집과 기지국 사이에 새 건물이 들어서 있었다. 서류에는 없던 건물이었다. 이번에도 비슷할 것이다. 정상이라고 찍힌 표시는 현장과 다를 수 있다. 그래서 직접 봐야 했다. 문득 동쪽 숲으로 가는 수레의 노선도가 눈에 들어왔다. 상단에는 기상주의보가 붙어 있었다. [물안개 숲. 최근 야간 시야 확보 어려움] [수로 안내망 이상 신고 누적] “다들 정상을 주장하는데 현장은 전혀 정상 같지 않네요.” 아르웬이 씁쓸하게 웃었다. “그래도 현장 기록은 아직 남아 있어요. 확인할 사람만 있다면요.” 그때 세계수의 통신이 들어왔다. [동쪽에서는 내 말을 듣지 못하고 있어요.] “왜요?” [안개가 너무 두꺼워요.] “안개 때문에 통신이 끊겼다는 뜻입니까?” 세계수는 잠시 침묵했다. [아니요. 누군가 안개를 말 대신 보내고 있어요.] 니아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공명 신호를 가로채서 다른 내용으로 바꾼다는 뜻일지도 몰라요.” 그 순간 동쪽 통신판에서 맑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물안개 숲은 현재 상태에 만족합니다. 추가 조사를 원하지 않습니다.’ 기계는 그 문장을 세 번 반복했다. 억양과 쉼표까지 똑같았다. 루루가 고개를 갸웃했다. “나무가 저렇게 또박또박 같은 말만 하는 것도 가능해요?” 나는 답하지 않았다. 예전 회사에서 자동응답 시스템을 관리해 본 사람이라면 안다. 정말 살아 있는 고객이 화가 나면, 같은 문장을 세 번이나 똑같이 말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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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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