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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세계수 고객센터입니다 · 33화
PAYLUA ORIGINAL · 제33화

33화. 사백 년 전 영수증이 왜 제 주머니에

세계수 고객센터입니다 · 3,664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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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센터에서 서류를 찾을 때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보관 날짜다. 그다음은 작성자, 마지막은 결재권자. 다만 사백 년 전의 서류를 열려는데 결재권자가 이미 죽었고, 후임은 서류를 폐기하라며 협박하고 있다면 이야기가 조금 피곤해진다. “이제 어떻게 하죠?” 루루가 물었다. “정식 보전 명령부터 받아야지.” “통지가 이미 왔잖아요.” “이건 폐기 권고야. 명령이 아니야. 둘은 달라.” 나는 에델 감사관에게 연락했다. 그녀는 북방 정산소 자산 이동을 감시하느라 잠을 못 잔 얼굴이었다. “새로운 문제라면 간략히 말씀하세요.” “사백 년 된 계약 원본을 찾았습니다. 원본 열람을 신청하려는데 최근 복사본 수정 기록과 폐기 권고가 같이 발견됐어요.” 안경 뒤의 눈빛이 또렷해졌다. “현 관리인에게서 온 권고입니까?” “그렇습니다. 원본은 아직 열지 않았습니다.” “잘하셨습니다. 봉인 상태와 출입 기록부터 보내 주세요. 제가 해당 문서의 변경 금지와 비공개 보전 심사를 요청하겠습니다.” “당장 열면 안 되나요?” “어떤 기록이든 보존 절차를 지켜야 증거가 됩니다. 지금 열면 관리자 측은 오히려 원본이 훼손됐다고 주장할 수 있어요.” 듣기 싫지만 맞는 말이었다. 전 직장에서도 먼저 화를 낸 사람이 반드시 이기는 건 아니었다. 통화 녹음이 있는 사람이 대체로 유리했다. 서피는 보존 신청을 받은 뒤, 서고 한쪽의 얇은 장부를 가져왔다. “원본 자체는 열 수 없어도, 관련 문서의 반출 영수증은 열람할 수 있습니다.” “영수증이요?” “누가 언제 복사본을 만들었는지 남기는 장부지요.” 로딘이 지루해하며 코를 울렸다. “인간, 세계를 구할 비밀이 영수증에 있다고?” “네. 대개 문제는 영수증에 있습니다.” “내 온천 손님들도 영수증을 달라고 하더군.” “그건 정상입니다.” “드래곤의 위엄이 떨어지지 않겠느냐?” “영수증 주는 드래곤이 더 믿음직합니다.” 로딘은 잠시 입을 다물었다가 루루에게 물었다. “간판에 넣으면 좋겠군. 정직한 영수증 제공.” 루루는 즉시 메모했다. 이 정령은 마케팅 업무만 시키면 세상을 정복할지도 모른다. 반출 영수증에는 익숙한 이름이 있었다. [에르윈. 최초 원본 보전 요청] [사유: 원천 동의와 관리자 대리권의 충돌] 그녀가 남긴 글씨는 바스의 정비 안전장치와 닮아 있었다. 무엇보다 단호했다. [관리자의 승인으로 생명의 허락을 대신하지 말 것.] 아르웬은 글씨를 어루만졌다. “할머니가 이런 일을 하셨다는 이야기는 가족 누구도 몰랐어요.” “위험했을 겁니다.” “그래도 저한테는 알려 주셨으면 좋았을 텐데.” 그 말에는 어린아이 같은 서운함이 남아 있었다. 원칙을 중시하는 그녀도 결국 누군가의 손녀였다. “어쩌면 알면 위험했을지도 모르죠. 하지만 지금은 소장님이 찾았잖아요.” 아르웬은 입술을 꾹 다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장부를 더 넘기자 기묘한 분류표가 나왔다. [원초 공동 보전 협약. 참여자: 4개 숲] [남부 세계수 / 북부 루메르 / 동부 물안개 / 서부 붉은 협곡] [관리 기구: 임시 수탁회] [대리권 종료 조건: 원천 대표 전원에게 안전하게 재질문 가능할 때] “잠깐.” 내가 마지막 줄을 가리켰다. “끝나는 조건이 있다고?” “그러네요. 우리가 본 사본에는 대리권이 영구라고 되어 있었어요.” 니아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혹시 삭제된 스물일곱 글자가 바로 이 종료 조건 아닐까요?” “가능성은 있죠. 원본을 확인해야 확정할 수 있습니다.” 나는 성급한 결론을 수첩에 적지 않았다. 상대가 틀렸다는 걸 보여 주려면 우리가 먼저 정확해야 했다. 나는 반출 영수증의 옆 장도 살폈다. 날짜가 없는 종이 몇 장이 끼워져 있었다. 보관소를 닫으려 했던 기록이었다. [제1차 폐쇄 요청: 보류] [제2차 폐쇄 요청: 보류] [제3차 폐쇄 요청: 담당자 부재로 자동 취소] “담당자가 없으면 폐쇄도 못 해요?” 서피는 허리를 쭉 폈다. “그렇습니다. 제가 담당자입니다. 자리를 비운 적이 없거든요.” “그럼 담당자가 계셨잖아요.” “폐쇄를 요청한 기관이 말하는 담당자는 저를 뜻하지 않습니다.” “왜요?” “정령은 시설 구성물이라고 분류했기 때문이지요.” 나는 입을 다물었다. 그 말이 불편했다. 서피는 사백 년 동안 원본을 지켰다. 방문자를 맞이하고 기록을 정리했으며, 먼지 한 톨도 남기지 않았다. 그런데 서류에는 그가 담당자가 아니라고 적혀 있었다. “서피 씨. 이 서고를 지킨 분은 누굽니까?” “저입니다.” “그럼 그 사실을 그대로 쓰겠습니다.” 루루가 자신의 장부에 글씨를 적었다. [최초 민원 보관소 현장 관리인: 기록 정령 서피] [근무 기간: 확인되는 범위에서 400년] [현장 본인의 진술 확보] 서피는 몇 번이나 눈을 깜박였다. “근무 기간을 인정받아 본 적이 없는데.” “사백 년 밀린 수당 계산하려면 바스 씨가 필요하겠네요.” “수당도 받을 수 있습니까?” 서피가 자리에 벌떡 일어났다. 루루는 킬킬 웃었다. 웃다가 내게 귓속말을 했다. “우리 둘 중에 누가 선배예요?” “서피 씨가 사백 년 선배지.” “그럼 저는 막내인가요?” “너는 어제도 접수함을 잃어버렸잖아.” “아, 그건 하필 드래곤 코에 붙어서…….” 우리는 잠깐 웃었다. 그렇다고 이 문제가 농담으로 끝난 것은 아니었다. 정령을 구성물로 취급했다면, 다른 정령들의 서명과 반대 의견도 이런 식으로 지웠을지 모른다. 그때 서피가 서고 뒤쪽으로 걸어가더니 작은 천 봉투를 가져왔다. “에르윈이 남긴 개인 소지품입니다. 최초 민원 회신자를 위해 보관해 달라고 했습니다.” 안에서 나온 것은 나무껍질로 만든 얇은 표와 낡은 귀마개였다. “왜 귀마개죠?” 서피가 대답했다. “원본을 들을 때 자기 생각을 잃지 말라는 의미랍니다.” “귀마개를 하면 못 듣잖아요.” “들어야 할 목소리와 듣지 말아야 할 목소리를 구분하라는 뜻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아르웬이 귀마개를 집어 들더니 웃었다. “할머니답네요. 설명은 늘 세 문장 부족했거든요.” 표의 뒷면에는 작은 문구가 남아 있었다. [증인은 소유자가 아니다.] [문서 000 열람권은 첫 민원 회신자에게 이동한다.] 나는 그제야 모든 게 조금 이해됐다. 처음부터 내 이름이 계약에 쓰인 것이 아니었다. 사백 년 전에 누군가 만들었던 빈 열람권 자리로, 세계수의 구조 요청을 처음 접수한 내 이름이 들어간 것이다. “그러니까 제가 계약 당사자가 아니라 증인 후보라는 거네요.” “그럴 가능성이 높아요.” 아르웬이 대답했다. “원본을 들은 뒤 사실을 기록할 사람.” 솔직히 안도했다. 사백 년 전의 빚을 떠안는 것보다는 낫다. 그러나 증인이 된다고 책임이 없어진다는 뜻은 아니다. 서고 밖에서 금속성 구두 소리가 들렸다. 서피가 굳었다. “이 층을 아는 사람이 더 있습니까?” 나는 물었다. “오늘 전까지는 저와 에르윈의 기록뿐이었습니다.” 계단 위에서 누군가 차분하게 말했다. “그렇다면 이제 셋이군요.” 은빛 외투를 입은 남자가 내려오고 있었다. 가슴에는 천계 원천 신탁의 문장이 붙어 있었다. “계약 관리국 특별 감독관 하르덴입니다.” 그가 미소 지었다. “최시온 씨. 그 서류는 위험합니다. 제게 넘기시면 여러분 모두를 보호하겠습니다.” 나는 영수증을 천천히 접었다. “보호해 주신다는 분들이 왜 늘 신분증보다 회수증부터 내미실까요?” 하르덴의 미소가 조금 흔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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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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