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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세계수 고객센터입니다 · 3화
PAYLUA ORIGINAL · 제3화

3화. 악성 민원인과 지하 출장

세계수 고객센터입니다 · 4,537자

오프라인 책장
사람은 떨어질 때 인생을 되돌아본다고 한다. 나는 식대부터 되돌아봤다. 아침에 먹은 버섯 수프는 맛이 없었다. 점심 식권도 남았다. 죽기 전에 항의라도 할 걸 그랬다. “시온 님! 왼쪽!” 루루가 내 귀를 잡아당겼다. “악! 귀 떨어져!” 몸이 비틀리며 옆으로 미끄러졌다. 바로 옆을 뾰족한 나뭇가지가 지나갔다. 아니, 잘 보니 가지가 아니라 세계수 뿌리의 잔가지였다. 뿌리 하나가 마을의 성벽보다 굵었다. 쿵! 나는 푹신한 이끼 위에 처박혔다. 아르웬은 허공에 마법진을 그려 우아하게 착지했다. 루루는 빙글빙글 돌다가 내 배 위에 엎어졌다. “무사히 착륙!” “고객센터에서 배포한 안전 수칙에는 낙하 사고가 없었는데.” 아르웬이 주변을 둘러봤다. “정식 출입구가 아닌 곳에서 내려왔으니까요.” “정식 출입구가 있긴 했군요.” “폐쇄됐습니다.” 역시나. 지하 공간은 생각보다 넓었다. 머리 위에는 숲만 한 뿌리들이 얽혀 천장을 이루었고, 바닥에서는 푸른 형광 버섯이 은은하게 빛났다. 물방울 소리가 수없이 겹쳤다. 축축한 흙 냄새 사이로 금속을 태운 듯한 냄새도 났다. 지평선 끝에는 거대한 은색 고리 하나가 뿌리를 꽉 조이고 있었다. 고리 바깥쪽에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번개 문장이 새겨져 있었다. [천계 전력청 제삼 취수 장치] “취수?”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물이 아니라 나무 수액을 빨아들이는 거 같은데.” “공식 명칭은 취수입니다.” 아르웬이 대답했다. “생명력과 수액을 법적으로 구분하면 허가 절차가 복잡해지니까요.” “법률 이름부터 수상하네.” 우리가 가까이 다가가자 고리 옆에 박혀 있던 작은 수정판이 켜졌다. [시설 방문을 환영합니다. 귀하의 방문 목적을 선택하십시오.] [1. 정기 점검] [2. 계약 갱신] [3. 감사 응대] [4. 민원 제기] “4번.” [해당 서비스는 현재 지원되지 않습니다.] “이해합니다.” 나는 납득했다. 정말 놀라울 만큼 익숙한 운영 방식이었다. 아르웬이 고리를 살폈다. 그녀의 표정이 굳어졌다. “수액 흐름이 정상치의 세 배입니다.” “얼마나 오래됐나요?” “최근 서른일간 급격히 늘었습니다.” “그럼 딱 서른일 뒤에 세계수가 죽는다는 계산이 어디서 나왔는지 알겠네요.” 나는 고리에 귀를 댔다. 안쪽에서는 일정한 박동이 들렸다. 쿵, 쿵, 쿵. 그 사이로 지친 사람이 기침하는 듯한 소리가 섞여 있었다. 어쩐지 기분이 나빴다. 나무가 아프다는 말이 비유가 아니었다. “여기 고리부터 끊으면 안 됩니까?” “절대 안 됩니다!” 아르웬이 소리쳤다. “고리가 갑자기 끊어지면 이 지역의 마력 순환이 역류할 수 있습니다. 근처 숲과 마을이 먼저 무너질 거예요.” 나는 고리 아래 작은 게이지를 발견했다. 빨간 바늘이 끝까지 올라가 있었다. [추출량 312%] [긴급 정지: 상위 권한 필요] 정지 버튼이 있긴 하군. 이런 회사들이 그렇다. 버튼은 늘 있는데 누를 권한은 없다. 뒤쪽에서 흙이 무너지는 소리가 들렸다. “찾았다, 인간!” 로딘의 머리가 벽을 뚫고 나왔다. “으아악!” “왜 놀라느냐. 나다.” “그게 문제예요! 건물은 문으로 들어오시라고요!” “드래곤이 다닐 문을 만들든가.” 맞는 말이라 더 화가 난다. 로딘은 뿌리에 묶인 고리를 보더니 웃음을 멈췄다. “……똑같군.” 로딘은 장난처럼 굴던 눈을 감았다가 떴다. “사백 년 전에는 네가 딛고 선 이끼가 붉은 꽃밭이었다. 저쪽 벽은 원래 폭포였지. 내 친구 하나는 그 폭포가 뜨겁다며 들어갈 때마다 비명을 질렀다.” “드래곤도 뜨거우면 비명을 질러요?” “그 멍청이는 차가운 물을 좋아했다.” 로딘이 잠깐 허공을 응시했다. “이름은 나셀. 내가 화염을 너무 세게 뿜는다고 잔소리하던 놈이지.” 나는 말을 아꼈다. 방금 전까지는 저 드래곤이 온천 때문에 화가 난 욕심쟁이인 줄만 알았다. 하지만 이곳은 그의 오래된 친구가 사라진 장소이기도 했다. “나셀은 어떻게 됐습니까?” “기계를 끊으려다 죽었다. 저 고리가 터지면 숲이 먼저 타는 걸 몰랐거든.” 로딘은 앞발을 움켜쥐었다. “그때 내가 조금만 더 빨랐어도.” 아르웬이 고개를 숙였다. 포그는 우리 사이에 아무 말 없이 서 있었다. 나는 목을 가다듬었다. “이번에는 고리부터 부수지 않을 겁니다.” “방법이 있느냐?” “아직 없습니다. 그래서 찾아야죠. 그게 조사라는 겁니다.” 로딘은 나를 바라보다 아주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나도 한 번쯤은 기다려 보마.” 그 직후 로딘은 황동 인형 하나를 발로 밟으며 소리쳤다. “하지만 이 쓰레기들은 기다려 주지 않겠다!” 역시 일관적인 분이었다. “사백 년 전에도 이 시설이 있었나요?” “있었다. 하지만 그땐 하나뿐이었지.” “왜 못 없앴습니까?” “그들도 알고 있었다. 고리를 강제로 부수면 대지가 먼저 다친다는 것을.” 로딘이 발톱을 뻗었다가 거두었다. “우리가 이기고도 철수한 이유다.” 루루는 갑자기 무언가를 보고 내 주머니로 파고들었다. “시온 님. 저쪽에 누가 있어요.” 돌기둥 뒤에서 흙먼지를 뒤집어쓴 작은 존재가 기어나왔다. 몸은 낡은 나무껍질 같았고, 등에는 버섯이 세 개나 자라 있었다. 두 눈만 유독 반짝였다. “민원…… 접수하러 왔느냐?” “누구세요?” “전 뿌리 관리소 야간 경비. 포그다.” “401년째 폐쇄라고 적혀 있던데요?” “폐쇄는 건물에 적용된 것이고, 나는 퇴직 통보를 못 받았다.” 나는 멍하니 포그를 보았다. 동료였다. 사백 년째 퇴근을 못 한, 나보다 훨씬 선배인 동료. “월급은 받으세요?” “사백 년 동안 밀렸지.” “저랑 같이 노동청 갑시다.” “노동청도 사백 년 전에 폐쇄되었다.” 너무 슬퍼서 웃음이 나왔다. 포그는 자기를 따라오라고 손짓했다. 구석진 곳에 오래된 나무 문이 있었다. 문 앞에는 흙으로 덮인 작은 안내판이 붙어 있었다. [관리 기록 보관실] [무단 열람 금지] 아르웬이 앞을 막았다. “권한 없이는 열 수 없습니다.” 포그가 고개를 기울였다. 포그는 문 앞에 무릎을 꿇고 낡은 작업 수첩을 펼쳤다. “마지막 점검을 내가 했지. 그땐 물이 이 근처에서 맑게 솟아났어. 잎도 사람 손바닥만큼 반짝였고. 가끔 어린 정령들이 내려와 물장구를 쳤다.” 루루가 주변의 검은 물웅덩이를 보았다. 붉은 기름 막이 물 위에 떠 있었고, 거기 떨어진 이끼들은 색을 잃어가고 있었다. “제가 태어나기 전에는 정말 그랬어요?” “그럼. 네 선배들은 이끼 위에서 경주도 했다.” 포그가 웃었다. 하지만 웃음이 오래가지 않았다. “설비를 설치한 뒤 물이 줄었어. 처음에는 며칠만 빌리겠다고 했지. 전쟁이 끝날 때까지만이라고. 그런데 한 해가 지나고 백 년이 지나도 담당자는 오지 않았다.” “왜 보고하지 않았죠?” 아르웬이 물었다. “보고했지. 처음 백 통은 직접 썼고 다음 천 통은 밤새 도장을 찍었다. 그런데 보고를 받는 기관이 뿌리 관리소를 폐쇄했어.” 그는 수첩의 마지막 장을 내게 내밀었다. 지저분한 글씨가 적혀 있었다. ‘오늘은 마른 뿌리 셋을 잘라냈다. 어제는 넷. 다 자르면 나무가 다시 자랄까?’ 나는 수첩을 덮었다. 내 눈앞의 기계가 단순한 쇠붙이로 보이지 않았다. 매일 조금씩 누군가의 몸을 갉아먹는 기계였다. “포그 씨, 혼자서 많이 버티셨네요.” 포그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어깨를 들썩였다. “경비는 문을 지키는 사람이니까.” “그래도 퇴근할 때가 됐습니다.” “문 앞에서 언제 그런 소릴 들어봤는지 기억도 안 나는군.” 나는 포그의 수첩 옆에 ‘추가 증거’라고 적었다. 누군가가 그냥 보고서라고 부르는 종이에, 누군가의 사백 년이 들어 있었다. “여기까지 와서도 규정 타령이냐?” “규정은 지켜야 합니다.” “그 규정 때문에 뿌리 관리소가 닫혔다는 건 아느냐?” 공기가 싸늘해졌다. 포그는 내게 마른 열쇠 하나를 건넸다. “마지막 근무자가 맡겼다. 언젠가 민원을 진짜로 읽는 사람이 오면 주라고.” “제가 그 사람인지 어떻게 아는데요?” “보통은 긴급 경보가 뜨면 위에 보고하지. 넌 직접 내려왔잖아.” 그 말을 듣자 약간 부끄러워졌다. 사실은 바닥이 꺼져서 내려온 거다. 열쇠를 꽂으려는 순간, 고리 쪽에서 기계음이 울렸다. [비인가 인원 탐지] [현장 정화 절차 개시] 철제 고리 아래로 새빨간 빛이 번졌다. 뿌리 사이에서 사람 형태의 황동 인형들이 솟아났다. 손에는 낫처럼 휘어진 칼날이 들려 있었다. 루루가 비명을 질렀다. “살균 인형이에요! 발견한 오염원을 전부 제거해요!” “우리가 오염원인가?” “비인가 인원은 시설 기준으로 오염원입니다!” 나는 한숨을 쉬었다. “고객을 세균 취급하는 기업이라니.” 황동 인형 열둘이 일제히 우리를 향해 달려왔다. “로딘 님.” “왜!” “오래 기다리셨죠?” “그래!” “화풀이하실 기회를 드리겠습니다. 단, 뿌리는 건드리지 마세요.” 로딘의 입꼬리가 천천히 올라갔다. “그 요청은 접수해 주마.” 드래곤의 화염이 어둠을 찢었다. 그리고 나는 열쇠를 문에 꽂았다. 안쪽 기록실에서 작은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이번에는, 늦지 않았나요?” 문 너머에는 사람이 없었다. 그런데 누군가 울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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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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