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천계 법정에 가 본 적이 없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천계 법정으로 소환된 적은 있지만, 그때는 안내문만 받았다. 이번에는 심문이 숲 한가운데로 찾아왔다.
하늘에 거대한 원형 창이 열리더니 반투명한 계단과 의자들이 나타났다. 가운데에는 높은 판사석이 있었고, 양옆에는 기록을 남기는 작은 빛들이 떠 있었다.
사람들은 모두 입을 벌렸다.
나는 입을 다물었다.
“왜 그렇게 침착하세요?”
루루가 물었다.
“예전에도 별것 아닌 민원 때문에 화상 회의를 수백 번 했거든.”
다만 그때 회의실 천장은 열리지 않았다.
화면 한가운데 중년 여성처럼 보이는 천계 법관이 나타났다. 은빛 머리를 높게 틀어 올렸고, 목소리는 날카로웠다.
“긴급 보전 심문을 시작합니다. 담당 법관 마레인입니다. 당사자는 확인해 주십시오.”
리오트가 먼저 손을 들었다.
“북방 생장 정산소 소속 정산관 리오트입니다. 적법한 계약에 따른 권리 집행을 위해 출석했습니다.”
세라가 깊게 숨을 들이켰다.
“루메르 숲의 한시적 권리 보호 대리인 세라입니다. 강제 회수 중단을 요청합니다.”
마레인이 나를 바라봤다.
“최시온 씨는?”
“현장 민원 접수 및 기록 담당자입니다. 숲의 권리를 대신 처분할 권한은 없습니다.”
법관이 잠깐 고개를 끄덕였다.
“그 구분은 중요합니다.”
나는 속으로 안도했다. 적어도 이 법정은 자기가 뭘 하는지 아는 것 같았다.
심문은 길지 않았다. 회수 시간이 이미 다가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리오트는 오래된 계약 사본을 꺼냈다. 그의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넘쳤다.
“북방의 생장권은 400년 전 신탁에 양도됐습니다. 최근 구호 지원으로 정산 의무가 발동했고, 계약 대리인인 정산소가 회수할 권리를 갖습니다.”
마레인이 물었다.
“현존 수목과 현재 관리인의 명시적 동의 기록이 있습니까?”
“계약 자체에 포괄 동의 조항이 있습니다.”
“그 조항의 원본을 보여 주세요.”
“기록은 영업상 기밀입니다.”
나는 속으로 박수를 쳤다.
이 사람은 어쩌면 '영업상 기밀'이라는 말 말고 다른 문장을 모르는 것 아닐까.
법관은 눈썹 하나 움직이지 않았다.
“비공개 봉인 제출은 허용합니다. 제출 자체를 거부한다면 그 사정을 판단에 반영하겠습니다.”
리오트의 턱이 굳었다.
이번에는 우리 차례였다.
세라가 손목의 잎 무늬를 보여 줬다. 그리고 루메르 숲의 돌판, 살아 있는 나무들의 의사 기록, 최근 예치금 인출 기록을 차례로 제출했다. 아르웬은 관리상 안전 위험에 관한 보고서를 설명했다.
마레인이 니아를 바라봤다.
“정령. 당신이 작성한 번역은 어떤 과정을 거쳤습니까?”
니아는 손을 떨며 대답했다.
“수액 진동의 원본을 보존하고, 현장 관리인에게 재확인을 받았어요. 뜻이 불확실한 신호는 번역하지 않았어요.”
“그 방법을 피신청인도 검증할 수 있습니까?”
“네. 원본 기록과 도구 구조를 공개했어요.”
“좋습니다.”
리오트가 벌떡 일어났다.
“번역이 틀렸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정령의 개인적 해석일 뿐입니다!”
마레인이 되물었다.
“그래서 반대 측에서 검증할 기회를 드렸습니다. 실제 오류를 찾으셨습니까?”
“아직 분석 중입니다.”
“그럼 그 부분은 확정 사실로 취급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긴급 보전 필요성은 다른 자료와 함께 판단할 수 있습니다.”
정확했다. 누군가 내 편이라고 해서 모든 주장을 다 들어주지는 않았다. 오히려 그래서 믿을 만했다.
법관이 나를 향했다.
“최시온 씨. 기록 담당자로서 확인된 사실만 이야기하십시오.”
“네.”
“지금 회수가 진행되면 어떤 피해가 예상됩니까?”
나는 현장 검사 기록을 펼쳤다.
“회수 대상 삼백 그루 중 이미 중증 건조 상태인 나무가 스물일곱 그루입니다. 정산관의 사전 준비 작업 직후 흰 가루가 증가한 시간 기록이 있습니다. 일부 사람에게 호흡기 증상도 나타났지만 정확한 의학적 원인은 아직 조사 중입니다. 다만 가루 노출을 줄이는 조치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회수를 멈추면 반대로 어떤 피해가 생깁니까?”
“정산소는 북방 저장고가 부족해진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현재 저장량과 우회 공급 능력을 확인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아직 답을 받지 못했습니다.”
마레인이 리오트를 돌아봤다.
“정산소. 저장고와 공급 위험을 소명하십시오.”
리오트가 침을 삼켰다.
“긴급 회수를 멈추면 겨울 보전 사업이 차질을 빚습니다.”
“지금부터 사흘간 멈추는 것만으로 즉각적으로 피해가 발생합니까?”
“계획상 문제가…….”
“수치로 답하십시오.”
그는 입을 다물었다.
법정에 짧은 침묵이 흘렀다.
그리고 예상치 못한 일이 생겼다.
로딘이 갑자기 입을 벌린 것이다.
“이 몸이 증언하겠다!”
나는 손을 뻗었다.
“로딘 님, 차례를 기다리세요!”
“저 자의 정산 기계가 숲을 죽이는 걸 내 두 눈으로 봤다!”
“증거 자료가 있습니까?”
마레인이 물었다.
“있다!”
로딘이 입을 크게 벌렸다. 사람들은 움찔했다. 그러나 화염 대신 수정구슬 하나가 굴러 나왔다.
구슬 속에는 정산소 직원들이 채취관을 설치하던 장면이 생생하게 담겨 있었다. 시각과 위치 표식도 보존돼 있었다.
나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언제 그런 걸 찍었어요?”
“온천 광고를 찍으려고 산 수정구슬이라 하지 않았느냐! 현장도 기록했다!”
저 용이 드디어 광고 장비를 제대로 썼다.
법관이 구슬을 확인했다.
“시간 기록은 독립 표식으로 검증됩니다. 증거로 임시 채택합니다.”
로딘이 당당하게 고개를 들었다.
“어떠냐, 인간! 화염을 뿜지 않고도 해결했다!”
“정말 훌륭합니다.”
나는 진심으로 대답했다.
그때 리오트가 마지막으로 손을 들었다.
“신청인들은 정산소가 공급을 유지하기 위해 비용을 지출했다는 점을 의도적으로 숨기고 있습니다.”
세라가 발끈했다.
“숨긴 적 없어요. 지난겨울에 받은 지원도 제출했어요!”
나는 그녀의 팔을 가볍게 잡았다. 법관이 질문할 때 대답해도 늦지 않았다.
마레인은 자료를 넘겼다.
“그 부분은 확인했습니다. 지원 내역이 실제 존재합니다. 다만 지원 비용이 얼마이고 회수 금액이 얼마인지는 별도 심사가 필요합니다.”
리오트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러니 정산을 지금 계속해야 합니다.”
“그 논리가 자동으로 성립하는 것은 아닙니다.”
법관의 대답은 짧았다.
“채무가 존재한다는 주장과 생명력 회수를 즉시 강행할 권리는 다른 사안입니다. 오늘 저희가 결정하는 건 당장의 회수를 잠시 멈출 이유가 있는지입니다.”
그 말에 세라가 나를 돌아봤다.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가 원하던 거예요. 아직 전체 판결은 아니어도 돼요.”
“사흘 뒤에는 어떻게 해요?”
“그 전까지 더 확인해야죠. 원장도, 저장고도, 겨울 공급도요.”
그녀는 손목의 잎 무늬를 만졌다.
“제가 대리인이 된 게 잘한 일인지 모르겠어요.”
“제대로 하고 있어요. 모르는 건 모른다고 했잖아요.”
그때부터 내 심장이 빨리 뛰기 시작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설명은 여기까지였다. 판결문은 이제 우리 손을 떠났다.
마레인은 모든 자료를 다시 살폈다. 판사석 옆의 빛들이 작은 소리를 냈다.
그때 숲 바닥에 붉은 글씨가 나타났다.
[강제 회수 시작까지: 00:00:30]
시간이 다 됐다.
리오트가 불안한 표정으로 법정을 올려다봤다.
“판결 전까지는 적법한 집행을 계속할 수 있습니다.”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마레인의 목소리가 울렸다.
“신청인의 보호 필요성과 현재 기록으로 확인된 위험이 인정됩니다. 피신청인이 주장한 즉각적인 공급 피해는 소명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본안 판단 전 임시 보전 조치를 명합니다.”
그녀가 은빛 망치를 내리쳤다.
[루메르 숲 강제 생장력 회수: 72시간 정지]
[분쟁 대상 예치계정 자산: 보전]
[정산소: 원장 및 공급 자료 봉인 제출]
[수목 보호 대리인: 독립 검사 협조]
숲이 거대한 숨을 들이쉬는 것처럼 흔들렸다.
루루가 나를 꽉 껴안았다.
“됐어요! 됐다고요!”
“아직 72시간뿐이야. 판결이 아니라 급한 불을 끈 거지.”
“그래도 됐잖아요!”
“그래.”
나는 웃었다.
“우선 삼백 그루는 오늘 살았어.”
그러나 리오트는 이상할 만큼 조용했다.
그는 자기 손목의 은빛 고리를 누르더니 누군가에게 짧은 신호를 보냈다.
니아가 그 신호를 포착했다.
[백색 온실: 예치 자산 긴급 이전 요청]
내 웃음이 사라졌다.
법정에서 회수를 멈추자마자, 저 사람은 돈부터 빼돌릴 생각인 모양이었다.
“에델 씨.”
나는 통신판을 켰다.
“긴급 보전 명령 위반 시도 정황이 있습니다. 계정 보전부터 확인해 주십시오.”
법정의 종소리가 다시 울렸다.
이번에는 심문이 끝난 소리가 아니었다.
압류가 시작되는 소리였다.
제29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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