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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세계수 고객센터입니다 · 24화
PAYLUA ORIGINAL · 제24화

24화. 우리 숲의 성장률은 마이너스입니다

세계수 고객센터입니다 · 3,958자

오프라인 책장
사람은 누구나 자기 분야의 전문가를 만나면 반가워한다. 나도 그랬다. 아주 잠깐. “최시온 상담원님, 업무 구분을 분명히 하죠.” 리오트는 테이블에 서류 세 장을 가지런히 놓았다. 왼쪽부터 계약 요약, 이용자 불편 접수 절차, 위험 부담 면책 확인서. 아주 익숙한 순서였다. 중요한 것은 맨 뒤에 두고 앞쪽에는 쓸데없이 친절한 말만 가득하다. “본 정산소는 계약에 따라 수목의 생장점을 정산할 뿐입니다. 유안이라는 소년의 증상과는 법적 인과관계가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맞습니다. 아직 검사가 끝나지 않았죠.” 그가 만족스럽게 웃었다. “그러니 현재로서는 저희에게 책임을 물으실 수 없습니다.” “그 말도 맞을 수 있죠.” 루루가 내 옆구리를 찔렀다. “시온 님, 왜 자꾸 맞다고 해 줘요?” “아직 확인 안 된 걸 확정이라고 말하면 우리만 손해니까.” 나는 리오트 쪽으로 돌아섰다. “다만 회수 장치가 작동한 시간과 가루가 생긴 시간을 대조하게 설비 기록을 요청합니다. 나무가 죽은 뒤 청구된 이유도 설명해 주세요.” “영업상 기밀입니다.” “기밀인 건 이해하겠습니다. 그럼 감사관에게 봉인 제출하시죠.” “담당 권한이 없습니다.” “좋아요. 거부 사유와 담당자 성함을 적어 주세요.” 그의 미소가 조금 얇아졌다. “상담원님은 사람을 매우 피곤하게 만드시는군요.” “일이 직업병이라서요.” 그는 잠시 입을 다물더니 말했다. “당신들이 회수를 막으면 북방의 저장고가 고갈됩니다. 겨울이 오면 숲과 마을이 함께 얼어 죽을 수 있어요. 그 책임도 지시겠습니까?” “그럼 어느 저장고가 얼마나 부족한지 수치를 보여 주세요.” “그건 기밀입니다.” “대화가 원점으로 돌아왔네요.” 리오트는 결국 서류를 챙겨 일어났다. 떠나기 전에 세라에게 작은 은화 주머니를 밀어 놓았다. “마을의 불편을 덜기 위한 위로금입니다. 받아 주세요.” 세라가 손을 뻗는 순간, 나는 주머니 아래에 깔린 종이를 발견했다. [위로금 수령 시 기존 계약의 적법성과 정산 결과를 인정함.] “세라 씨. 글씨도 같이 읽으세요.” 리오트의 손이 멈췄다. 세라는 종이를 읽더니 주머니를 밀어냈다. “우리 숲은 당신들한테서 돈을 받으려고 아픈 게 아니에요.” 그 말이 방 안을 조용하게 만들었다. 리오트는 더 이상 웃지 않았다. “후회하실 겁니다.” “거기 서명도 필요합니까?” 내 말에 루루가 킥킥 웃었다. 하지만 리오트는 끝내 돌아보지 않았다. 리오트가 내민 위로금 주머니는 결국 세라의 집 탁자 위에 남았다. 우리는 손도 대지 않고 종이와 함께 사진을 남겼다. “정산관이 미운 건 알겠는데 왜 이렇게 꼼꼼하게 찍는 거예요?” 세라가 물었다. “나중에 그 사람이 '우리가 먼저 보상하겠다고 했다'고 주장할 수 있거든요. 그 말이 틀린 건 아니에요. 하지만 무엇을 포기하는 조건이 붙었는지는 빠뜨릴 수 있어요.” “그럼 돈이 필요해도 못 받아요?” “그건 세라 씨의 선택이에요. 다만 조건을 알고 선택해야죠. 긴급 지원을 받을 다른 길도 찾아봅시다.” 우리는 마을 창고의 식량과 장작을 확인했다. 사흘은 버틸 양이 있었지만, 겨울 전체를 견디기엔 부족했다. 집마다 저장량도 달랐다. 혼자 사는 노인의 집에는 장작이 거의 없었다. 세라는 자기가 왜 정산소를 믿었는지 이야기했다. 지난해 큰 바람 때문에 산길이 막혔을 때 정산소가 식량 마차를 보내 줬다고 했다. 주민들은 그 일을 잊지 못했다. 그중에는 지금도 리오트가 좋은 사람이라고 말하는 이가 있었다. “그분들이 틀렸다고 하실 거예요?” “아니요. 도움받은 기억은 진짜니까요.” 나는 잠시 생각하고 덧붙였다. “하지만 좋은 일을 한 적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지금 하는 나쁜 일까지 눈감아 줄 필요는 없어요.” 아르웬이 내 말을 듣고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관리소에서 상을 받을 때마다 기뻐하던 그녀에게도 어쩌면 필요한 말이었을 것이다. 우리는 지원받은 내역과 당시 주민들이 서명한 문서를 따로 목록으로 만들었다. 누구도 그때 받은 지원을 부정하지 않기로 했다. 사실관계를 잘라 내는 순간, 우리 주장 역시 약해질 테니까. 그가 떠난 뒤 우리는 숲의 중앙으로 향했다. 세라가 보여 주고 싶다는 곳이 있었다. 멀리서 보면 바위처럼 보였지만, 가까이 가자 거대한 나무 그루터기였다. 지름이 작은 집 한 채보다 넓었고, 둘레에는 바늘처럼 날카로운 흰 결정들이 돋아 있었다. “할머니 나무예요.” 세라가 말했다. “마을에서 가장 오래된 나무였어요. 지금은 아무 소리도 안 내요.” “이름이 있었어요?” “어릴 때부터 '할머니'라고 불렀어요. 그걸 좋아하셨죠.” 내가 이세계에서 적응한 것 중 하나는 나무가 사람처럼 불린다는 사실이었다. 놀랍게도 지금은 별로 이상하지 않았다. 이상한 것은 그 나무가 살아 있는지조차 확인하지 않고 청구서부터 보내는 행정이었다. 아르웬이 그루터기 표면을 살폈다. “잘린 자국이 아니에요. 내부부터 수액이 마른 뒤 스스로 무너진 거예요.” 니아가 뿌리 가까이에 빛을 비추었다. “여기 기록이 있어요. 예치금 원장은 이 나무 아래에 보관됐을 가능성이 커요.” 나는 무릎을 꿇고 흙을 파기 시작했다. 세라가 삽을 가져왔다. 흙은 놀랄 만큼 건조했고, 조금만 건드려도 희뿌연 먼지가 날렸다. 한참 만에 납작한 돌판이 드러났다. 중앙에는 세 개의 원이 겹쳐 있었고 둘레에는 오래된 글씨가 새겨져 있었다. [겨울을 견딜 생장력 공동 예치] [수탁자: 북방 주민과 루메르 숲] [수탁 목적: 대흉년 시 생존 보전] 아르웬은 돌판을 읽다가 멈췄다. “공동 예치라는 건 나무와 사람이 함께 맡겼다는 뜻이에요. 그런데 원본 계약에는 대여 계약으로만 표시돼 있던데…….” “원본이 아니라 사본일 수도 있겠네요.” 나는 겹친 원의 한쪽을 손가락으로 문질렀다. 먼지가 떨어지자 아래에 작은 홈이 보였다. 니아가 말했다. “여기에 예치 증표가 들어 있었을 거예요. 관리인이 실제 잔액을 볼 때 쓰는 열쇠 같은 거죠.” “지금은 비었네요.” “네. 누군가 빼 갔어요.” 루루가 눈을 가늘게 떴다. “리오트가 가져간 거 아닐까요?” “가능성은 있지만 아직 단정하진 말자.” 나는 홈의 크기를 종이에 옮겼다. 작은 잎사귀 모양이었다. 가장자리에 여섯 개의 톱니가 있었다. 그때 세라의 팔 안쪽에서 희미한 초록빛이 났다. “어?” 그녀가 소매를 걷었다. 손목에는 갓 생긴 잎 모양 무늬가 떠올라 있었다. 돌판의 홈과 비슷했다. 세라가 당황했다. “이건 처음 봐요. 왜 제 손에…….” 니아의 표정이 변했다. “관리인 계승 표시예요. 숲이 지금 새 보호자를 선택하고 있어요.” “그게 좋은 일이야?” “계승 권한이 열렸다는 뜻이에요. 하지만 정산소가 그걸 알아차리면 세라 씨의 의사를 무시하고 강제로 계약을 갱신하려 할 수도 있어요.” 세라는 잠시 손목을 바라봤다. 그리고 손을 꼭 쥐었다. “숲이 저를 골랐다는 거죠?” “그럴 가능성이 커요. 다만 동의할지는 본인이 결정해야 해요.” “저는 이 숲을 지키고 싶어요.” “그럼 우선 권한이 정확히 뭔지부터 살피죠.” 나는 돌판을 사진 수정에 기록했다. 증표 홈의 깊이, 돌판 글씨, 주변 생장점수까지 모두 남겼다. 그때 멀리서 종소리가 울렸다. 쿵. 쿵. 쿵. 숲의 나무들이 일제히 잎을 떨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낙엽이 아니라 흰 가루가 눈처럼 흩날렸다. 루루가 날아올랐다. “시온 님! 숲 전체에 새 안내가 떠요!” [생장률 하락에 따른 자동 구조조정 실시] [저생산 수목 300그루 회수 예정] [집행까지: 12시간] 나는 하늘을 올려다봤다. 기업에서는 생산성이 낮다는 이유로 직원을 자른다더니, 여기서는 나무를 뽑아 버릴 생각인가 보다. “아르웬 소장님.” “네.” “이 숲의 직원 대표는 누구죠?” 세라가 나를 돌아봤다. “그런 건 없어요.” “그럼 만들어야겠네요.” “뭘요?” “나무들한테도 의견을 묻는 창구요.” 나는 루루에게 커다란 빈 민원서를 내밀었다. “자, 오늘부터 수목 집단 민원 접수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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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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