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방 숲에서 가장 먼저 우리를 맞이한 것은 새도, 다람쥐도 아니었다.
독촉장이었다.
바람에 날린 종이 한 장이 내 얼굴에 철썩 붙었다.
[생장권 사용료 연체 16일]
[채무자: 루메르 제42수목]
[미납 시 다음 생장 주기 회수]
“아니, 나무한테 사용료를 받는다고?”
종이를 떼어 내자 루루가 어깨 위에서 읽었다.
“생장권은 나무가 햇빛과 땅의 원기를 사용해 자라는 권리래요.”
“그걸 누가 팔았는데?”
“천계 생장 정산소라고 적혀 있어요.”
“나무가 자기 땅에서 자라는 걸 유료로 바꿨다고?”
“약관을 봐야 알겠죠.”
아르웬이 어느새 펜을 꺼내 들었다.
나는 그 펜을 빼앗아 주머니에 넣었다.
“소장님, 일단 나무가 살아 있는지부터 봐요. 약관은 도망가지 않아요.”
“그 말이 맞네요.”
예전의 아르웬이었다면 종이부터 찾았을 것이다. 이제는 나무 밑동에 손을 대고 수액이 흐르는지 살피고 있었다.
숲 안쪽으로 들어가자 넓은 공터가 나왔다. 작은 집 스무 채가 울퉁불퉁한 뿌리 사이에 붙어 있었다. 지붕마다 흰 가루가 쌓였지만 굴뚝에서는 얇은 연기가 올라왔다.
가장 큰 집 앞에서 갈색 머리의 여자가 장작을 패고 있었다. 도끼질이 거칠었다. 손바닥에는 오래된 물집이 보였다.
“세라 씨?”
여자는 도끼를 멈추고 우리를 위아래로 훑었다.
“세계수 고객센터?”
“네. 민원 때문에 왔습니다.”
“드디어요?”
그녀가 한숨을 내쉬었다.
“접수한 지 열여섯 날이 지났어요. 그동안 숲의 우물 세 개가 마르고, 울타리 나무 열네 그루가 쓰러졌고, 우리 동생이 치료원에 누웠어요.”
나는 말을 잃었다.
불만 고객에게는 먼저 공감하라는 교육을 받았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공감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일이 많았다. 나는 주머니에서 수첩을 꺼냈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지금까지 생긴 피해를 빠짐없이 확인하겠습니다. 그리고 동생분부터 뵐 수 있을까요?”
세라가 잠깐 눈을 깜박였다. 곧 우리를 마을 가장자리의 작은 치료소로 안내했다.
침대 위에는 열두 살쯤 된 소년이 누워 있었다. 손가락 끝이 하얗게 변해 있었고 숨을 쉴 때마다 작은 기침이 터졌다. 머리맡의 약초 화분도 잎이 축 늘어져 있었다.
“이름은 유안이에요. 나무를 돌보다 쓰러졌어요. 치료사는 숲의 숨을 지나치게 들이마셨다고 하더군요.”
니아가 보호등 안에서 조용히 말했다.
“흰 가루가 수액의 마지막 방어 반응일지도 몰라요. 사람에게도 좋지 않을 수 있어요.”
“확실해?”
“아니요. 검사해야 해요. 병명을 모르는 채 치료하면 더 위험해요.”
나는 세라에게 증상을 기록한 날짜를 물었다. 아르웬은 소년의 호흡을 방해하지 않도록 창가의 가루를 젖은 천으로 닦고, 루루는 근처 치료사에게 정밀 검사를 요청했다.
로딘은 창밖에서 얼굴을 들이밀었다.
“필요하면 내가 불로 태워 없애 주마.”
“무엇을요?”
“하얀 가루를.”
“아이도 병원도 함께 태우려고요?”
“인간, 네 말은 언제나 불쾌할 만큼 구체적이구나.”
“화염은 대기해 주세요.”
세라가 처음으로 희미하게 웃었다.
치료소를 나와 숲속을 조사했다. 나무뿌리 사이를 흰빛의 가는 관들이 따라다니고 있었다. 맨눈에는 잘 보이지 않았지만 니아의 보호등을 가까이 가져가면 작은 숫자가 떠올랐다.
[42번 수목 잔여 생장점수: -118]
[자동 정산 대기]
아르웬의 얼굴이 굳었다.
“이건 오래된 생장 보전 계약의 표시예요. 큰 한파가 들 때 숲이 죽지 않도록 저장한 생명력을 빌려 쓰게 하는 제도였어요.”
“좋은 제도 아니에요?”
“원래는요. 빌린 양보다 더 많은 생명력을 회수하지 않는다는 조건이 있어야 해요.”
“지금은?”
니아가 숫자를 가리켰다.
“회수량이 빌린 양을 넘었어요. 그런데 정산은 계속되고 있어요.”
마치 대출금을 다 갚았는데 원금을 다시 청구하는 꼴이다. 나보다 경제 공부를 덜 한 나무가 무슨 죄냐.
마을 사람들에게 먼저 물을 나눠 주기 시작했다. 우물이 세 개나 말랐다는 말이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다.
하나 남은 우물 옆에는 긴 줄이 늘어서 있었다. 어린아이들은 작은 양동이를 들고 있었고, 노인 한 명은 자기 차례가 오자 물 절반을 옆 사람에게 넘겼다.
“왜 안 가져가세요?”
내가 묻자 노인은 어깨를 으쓱했다.
“우리 집 나무는 벌써 말랐어. 저 집은 아직 살아 있거든.”
물 한 통의 가치가 집마다 달랐다. 누구는 마실 물이 필요하고 누구는 간신히 살아 있는 나무를 지키기 위해 뿌리를 적셔야 했다. 우리는 사람의 식수와 치료소에 필요한 물을 먼저 확보하고, 남는 물로 나무 주변의 습도를 지키기로 했다.
로딘이 그 장면을 보고 고개를 갸웃했다.
“내 산에 있는 온천을 퍼 오면 되지 않느냐.”
“그건 뜨겁잖아요. 게다가 마셔도 되는지도 모르고요.”
“식히면 될 것 아닌가!”
“불순물 검사도 해야 한다고요.”
로딘은 기가 막힌다는 듯 날개를 털었다.
“인간들은 물 하나 마시는 데도 허가가 필요하냐?”
“요즘은 그게 현명할 때도 있습니다.”
세라는 내게 작은 지도 한 장을 내밀었다. 말라 버린 우물 위치와 처음 흰 가루가 발생한 나무를 표시한 지도였다.
“이상하게 전부 옛 예치 관로 근처예요.”
“그렇군요. 원인이 확정된 건 아니지만 조사 순서는 정할 수 있겠어요.”
나는 지도에 우선 조사 지점을 표시했다. 숲을 살리는 일은 거창한 마법보다, 어디서부터 망가졌는지 확인하는 작업에서 시작되고 있었다.
우리는 큰 느릅나무 아래로 향했다. 나무 밑동에는 구멍이 여러 개 뚫려 있었다. 그 안쪽으로 청구서가 돌돌 말려 쌓여 있었다.
“보세요.”
세라가 종이 하나를 꺼냈다.
“42번은 사흘 전에 죽었어요. 그래도 청구서가 와요.”
나는 종이의 날짜를 확인했다. 죽은 날짜 다음 날이었다.
[채무자 부재에 따른 수목권 승계 예정]
[승계 대상: 인접 수목]
잠시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죽은 나무의 빚을 옆 나무에게 넘기다니.
“이건 돈보다 훨씬 나쁜데요.”
“뭐가요?”
“상환 능력이 없다고 죽였는데, 죽어서도 채무를 전염시키잖아요.”
아르웬은 곧장 기록을 대조했다. 마을이 보관한 첫 계약서는 400년 전의 것이었다. 하지만 요금이 오르기 시작한 건 불과 보름 전이었다.
이상한 점이 하나 더 있었다.
모든 독촉장 아래의 관리자 도장이 같았다.
[북방 생장 정산소. 자동갱신 관리권자: 리오트]
“리오트는 누구죠?”
세라가 입술을 다물었다.
“이번 겨울에 새로 온 정산관이에요. 처음에는 아주 친절했어요. 수액이 부족하면 보충해 주겠다고 하고, 구호물자도 보내 줬죠.”
“그다음에는?”
“나무가 계속 자라려면 이용료를 내야 한다고 했어요. 거부하면 원래 받아야 했을 생명력을 돌려받겠다면서.”
이런 고객은 익숙했다.
무료 서비스를 권하고, 계약서를 바꾸고, 나중에 취소하려면 수수료를 내라고 하는 사람. 전 직장에서 그들에게 당한 상담 전화만 천 통은 넘게 받았다.
그때 큰 느릅나무의 뿌리가 미세하게 움직였다.
루루가 비명을 질렀다.
“시온 님! 나무가 말해요!”
나는 귀를 기울였다. 바람 소리 아래로 작고 갈라진 목소리가 들렸다.
‘빚이…… 아니야.’
“뭐라고요?”
‘우리가…… 맡겨 둔…… 것인데…….’
나무껍질 아래에서 작은 열쇠 모양의 무늬가 빛났다.
니아가 숨을 삼켰다.
“저건 채무 표시가 아니에요.”
“그럼?”
“예치금 표시예요. 이 숲은 400년 전에 생장력을 빌린 게 아니라, 거꾸로 천계에 맡겼어요.”
나는 청구서를 다시 펼쳤다.
그러니까 돈을 맡긴 사람에게 은행이 빚쟁이라고 독촉장을 보낸 셈이다.
“좋아.”
나는 펜을 들었다.
“접수 내용을 정정하죠. 수목 대출 연체 민원에서 예치 재산 무단 인출 의혹으로.”
루루가 신나게 적었다.
그 순간 나무 아래의 모든 흰 관이 동시에 붉게 변했다.
[미인가 정산 검증 감지]
[채무자 42번의 자산 대체 회수 개시]
죽은 나무 옆에 서 있던 어린 자작나무가 갑자기 휘청거렸다.
세라가 달려갔다.
“안 돼! 저 나무는 이제 막 새싹이 났단 말이야!”
나는 외쳤다.
“루루! 긴급 중지 요청 접수해!”
그러나 접수함에는 차가운 답장이 먼저 도착했다.
[본 청구에 대한 이의 신청은 후불 서비스입니다.]
이 세계는 민원인에게도 과금하려는 모양이다.
제22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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