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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세계수 고객센터입니다 · 21화
PAYLUA ORIGINAL · 제21화

21화. 고객님, 북방은 출장비가 별도입니다

세계수 고객센터입니다 · 3,893자

오프라인 책장
세계가 멸망할 뻔한 다음 날, 내 책상에는 청구서가 두 장 올라왔다. 첫 장은 천계 원천 신탁의 소환장. 둘째 장은 로딘의 온천 광고비 청구서였다. 둘 중 더 무서운 건 두 번째였다. 첫 번째는 적어도 내 돈으로 내라는 말은 없었으니까. “로딘 님께서 '세계 구한 드래곤의 온천'이라는 이름을 전 대륙에 알리고 싶대요.” 루루가 종이를 흔들었다. “알리세요. 다만 비용은 로딘 님이 내시라고 해.” “드래곤의 공적이 세계적인 공익 사업이므로 고객센터가 부담해야 한다는데요?” “그 논리면 고객센터가 드래곤 간식비도 부담해야 하겠네.” “이미 신청하셨어요.” 나는 손바닥으로 얼굴을 쓸었다. 창밖에는 세계수의 거대한 줄기가 서 있었다. 흰 구름을 꿰뚫고 뻗은 나뭇가지 사이로 아침 햇살이 흘렀다. 전날까지만 해도 죽어 가던 잎 몇 장이 조금씩 빛을 되찾고 있었다. 하지만 회복됐다고 말하긴 어려웠다. 내 책상 위에서 잔여 수명 표시가 번쩍였다. [세계수 건강 평가: 임시 안정] [추정 잔여 수명: 29일] [추가 고리 12개: 조사 미완료] 인생이 게임이라면 첫 보스를 쓰러뜨렸더니 체력바가 열두 개 더 나타난 셈이다. 게다가 우리의 보스는 회계 부서도 운영했다. 아르웬이 방으로 들어왔다. 전날 잠을 못 잤는지 눈 아래가 희미하게 그늘져 있었다. 그러나 걸음은 전보다 단단했다. “천계에서 연락이 왔어요. 신탁 책임 조사는 닷새 뒤에 시작된답니다. 그전까지 관할 구역을 벗어나면 도주로 간주하겠대요.” “좋네요. 그럼 출장은 못 가겠군요.” 나는 기다렸다는 듯 의자에 기대었다. “휴가 대신 구속이라니. 출퇴근 안 해도 되는 건 똑같잖아요.” “문제는 북방 민원이에요.” 아르웬이 펼친 지도에는 세계수에서 북쪽으로 뻗은 거대한 산맥과, 그 끝에 자리한 짙은 숲이 표시돼 있었다. 루메르 숲. 예전에는 한겨울에도 연둣빛을 잃지 않아 '잠들지 않는 숲'이라고 불리던 곳이다. 그런데 보름 전부터 나뭇잎에 하얀 가루가 내려앉았고, 나무들이 동시에 물을 빨아들이지 않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가루 때문에 잎이 마른다고 하네요.” “누가 보냈죠?” “숲 관리인 세라라는 사람이요. 내용은 한 줄이에요.” [숲이 말라 갑니다. 나무들이 밤마다 누군가에게 빚을 갚는다고 합니다.] 나는 그 문장을 세 번 읽었다. “나무가 빚을 갚는다니요?” “모르겠어요. 북방 관할 고객센터는 폐쇄됐고, 문의는 전부 반송됐대요.” “또 폐쇄예요?” “직원 정원은 남아 있어요.” “사람은요?” “없어요.” 이 세계의 공공기관은 직원보다 명패가 오래 사는 모양이다. 니아가 작은 유리등 안에서 몸을 일으켰다. 모아와 함께 지내도록 바스가 만들어 준 임시 보호등이었다. 이전보다 얼굴에 생기가 돌아왔지만 아직 먼 거리는 스스로 움직이지 못했다. “루메르 숲이요?” “아는 곳이야?” “북방 생장 기록을 보관하는 창고가 있어요. 제14 장치가 분리되기 직전, 거기에서 누군가 오래된 기록을 대량 조회했어요.” “누가?” 니아가 고개를 저었다. “이름은 지워졌어요. 대신 작업 분류가 남았어요.” 그녀의 손끝에서 작은 글씨가 떠올랐다. [생장권 정산. 만기 전 강제 회수.] 또 모르는 단어가 나왔다. 나는 사전을 찾아볼 생각부터 했다. 마법 세계에 온 뒤 가장 후회하는 것은 법률 용어가 현실보다 더 많다는 사실이었다. “일단 현장 확인부터 합시다.” “관할 이탈 금지인데요?” 나는 소환장을 다시 집어 들었다. [조사 대상자는 본 관할을 이탈할 수 없다.] “관할은 누가 정해요?” “원천 신탁이요.” “그럼 세계수 뿌리가 닿는 구역은 어디까지죠?” 아르웬이 나를 빤히 보았다. “북방까지 닿기는 해요. 다만 그걸 근거로 출장 허가를 받으려면…….” “신청서가 필요하겠죠?” “아주 많은 신청서가요.” “제 전문이네요.” 나는 루루에게 새 접수함을 가져오라고 했다. 상자에는 '이동식 긴급 민원 창구'라고 적었다. 회계 담당자가 없으니 비용은 내가 냈다. 너무 슬퍼서 금액은 세지 않았다. 출발 인원을 정할 때도 문제가 많았다. 바스는 제14 장치에서 손을 뗄 수 없었다. 잠금쇠를 교체하기 전까지 밤낮없이 감시가 필요하다고 했다. 포그는 지하로 내려가 새로운 역류가 없는지 확인하기로 했다. 모아와 니아는 여전히 회복 중이었으므로 무리한 마법을 쓰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아야 했다. “저는 안 가면 안 돼요?” 모아가 물었다. “물론이지. 몸부터 회복해.” “아뇨. 북방에 안 가면 언니 혼자 갈까 봐요.” 니아가 동생을 바라보았다. 모아는 고개를 숙였다. “그때처럼 혼자 남겨 놓기 싫어요.” 나는 두 정령 앞에 의자를 끌어다 놓았다. “한 번 물어볼게. 둘 다 안전하게 여행할 자신이 있어?” “보존등 안에서 쉬면 괜찮을 거예요.” 니아가 대답했다. “좋아. 대신 이상이 생기면 즉시 돌아와. 내가 필요한 건 네 능력이 아니라 네가 살아 있는 거니까.” 모아가 한참 내 얼굴을 보더니 작은 손을 내밀었다. “약속이에요?” “약속.” 정령과 새끼손가락을 걸었다. 작은 빛이 내 손톱 위에 떨어졌다. 따뜻했다. 그날 처음으로 나는 우리 팀의 명단을 정식으로 작성했다. 직함은 제각각이었다. 상담원, 전 관리소장, 정령 둘, 정비사 원격 지원, 드래곤 임시 운송 담당. 세상에서 제일 이상한 출장조였다. 그런데 인명 구조 임무에는 가장 잘 맞는 인원일지도 몰랐다. 각자 못 하는 걸 서로 메워 주고 있었으니까. 정오 무렵 우리는 천계 전력청의 임시 대리 감사관 에델과 통신이 연결됐다. 전날에는 내 적이었던 사람이었다. 지금은 적인지 동료인지 애매한 사람이다. “최시온 씨. 외부 출장을 신청했다고요?” “네. 관할 내 현장 조사입니다.” “북방은 관할 밖입니다.” “세계수 뿌리가 이어진 곳입니다.” “행정구역상 다릅니다.” “그러면 뿌리 하나에 행정구역 두 개가 걸쳐 있을 때, 나무가 어느 쪽으로 병가를 내야 합니까?”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나는 서류 한 장을 더 내밀었다. “시설 고장이 확산될 가능성이 있고, 현장 증거가 사라지는 중입니다. 동행 인원과 경로를 제출했고 매일 위치도 보고하겠습니다. 도주 위험이 걱정되시면 이동식 창구를 감사망에 연결하시죠.” 에델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런 주장을 해 본 사람은 당신이 처음입니다.” “그럼 민원 처리 선례를 하나 만들어 보죠.” 잠시 뒤 통신판에 파란 글씨가 떴다. [관할 연계 긴급 현장 조사: 조건부 승인] [귀환 기한: 4일] [자료 삭제 및 계약 변경 금지] “감사합니다.” “착각하지 마십시오. 당신 편을 드는 게 아닙니다. 증거가 없어지는 게 싫을 뿐입니다.” “저도 그쪽이 제 편이라고는 생각 안 합니다. 간식도 안 주시잖아요.” 에델이 통신을 끊었다. 루루가 눈을 반짝였다. “출장 허가 났어요!” “그래. 북방으로 가자.” “그런데 로딘 님은요?” “이번엔 온천 때문에 못 오겠지.” 바깥에서 우렁찬 목소리가 들렸다. “누가 못 간다고 했느냐!” 나는 창밖을 보았다. 거대한 드래곤이 짐마차 두 대를 끌고 서 있었다. 마차에는 '세계 구한 드래곤의 온천—출장 무료 시음'이라고 적힌 현수막이 펄럭였다. “온천을 시음하면 어떻게 됩니까!” “마셔 보고 마음에 들면 목욕하러 오라는 뜻이다!” 저 용은 마케팅 수업부터 들어야 한다. 그렇게 우리 일행은 북방으로 출발했다. 저녁 무렵 산맥을 넘자 숲이 나타났다. 가지마다 흰 가루가 내려앉았고, 나무 아래에는 말라붙은 이끼가 켜켜이 쌓여 있었다. 이상하게도 눈은 한 톨도 없었다. 입구의 낡은 안내판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루메르 숲. 나무가 잠들어도 깨우지 마십시오.] 그 아래 누군가 최근에 붉은 글씨를 덧칠했다. [미납액 정산 전까지 본 숲의 생장을 금지합니다.] 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이 동네 나무들은 물도 못 마시고 돈부터 내야 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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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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