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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세계수 고객센터입니다 · 19화
PAYLUA ORIGINAL · 제19화

19화. 세계 멸망 삼 시간 전, 전체 회의

세계수 고객센터입니다 · 4,276자

오프라인 책장
한때 나는 회의가 세상에서 가장 싫었다. 무의미하게 시간을 잡아먹고, 아무것도 결정하지 못하고, 마지막엔 다음 회의 일정만 잡는 행위. 그런데 이번에는 회의를 안 하면 세상이 일부 망한다. [전면 가동까지: 02:58:41] “회의를 시작하겠습니다.” 루루가 고개를 들었다. “장소는요?” “제0 근부.” “참석자는요?” “도움 되는 사람 전부.” “그럼 로딘 님은요?” “안쪽 문턱을 넘지만 않으면 됩니다.” “그 분은 참석 대상이 아니라 출입 금지 대상으로 적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한 장에 같이 적자.” 우리는 제14 장치를 빠져나와 제0 근부의 중앙 제어판 앞에 모였다. 니아와 모아는 각각 보호병 속에서 안정을 찾고 있었다. 바스가 계기판의 움직임을 살폈고, 아르웬은 마을에 비상 통신을 보냈다. 벨리안의 전면 가동 명령은 세계수에서 마지막으로 남은 회복력을 강제로 빼내는 절차였다. 제삼 고리만 문제가 아니었다. 나머지 열두 고리까지 잠금이 걸리면 모든 지역의 전력 배분이 전력청 손에 넘어간다. “그럼 우리가 장치를 부수면?” 로딘이 어둠 저편에서 물었다. “열세 고리가 동시에 역류합니다.” 바스가 답했다. “그래서 여태 못 부순 거요. 부술 수 없어서가 아니라, 부수면 먼저 죽는 사람들이 있어서.” 드래곤은 잠시 입을 다물었다. “알겠다. 그러면 내가 할 일은 없겠군.” “있어요. 방출관이 무너질 때 열을 받아 주세요.” “이 몸을 폐기물 처리장으로 쓰겠다는 것이냐!” “그냥 부탁입니다. 싫으시면 거절하셔도 됩니다.” 로딘은 콧김을 뿜었다. “그런 식으로 말하면 거절하기 더 어렵지 않느냐!” 기분이 좀 좋아졌다. 적어도 한 사람은 설득할 수 있었다. 니아가 작은 손을 들었다. “그 기계를 만든 건 제가 아니지만, 운용 기록은 전부 기억해요. 제가 사라지면 장치는 정해진 비상 절차만 실행하게 돼요. 지금은 벨리안의 긴급 회수 명령을 따르고 있죠.” “명령을 취소할 수 있습니까?” “관리자만 할 수 있어요.” “다른 방법은요?” 니아는 오래 망설였다. 모아가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 “원천 동의권이 관리자보다 상위 권한이에요. 그런데 실제 공급 대상 전체를 보호할 우회 공급 계획이 없으면 명령을 거부하게 설계돼 있어요. 그건 좋은 안전장치였어요. 나중에 관리자가 반대로 이용하기 전까지는요.” “즉, 세계수만 동의하면 되는 게 아니라 다른 마을의 안전도 입증해야 한다?” “네. 정말로 필요한 사람들의 전력부터 보존했다는 기록이 있어야 해요.” 나는 바스에게 시선을 돌렸다. “지금 우리가 확보한 건?” “베르나 병원과 우물, 가까운 두 마을의 야간 결계. 다른 네 마을의 필수 공급은 아직 부족하오. 특히 상류의 필라 치료원은 환자가 많소.” “세 시간 안에 다 보조 공급을 만들 수 있습니까?” “불가능하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건 나쁘지만 필요한 대답이었다. “그럼 대피시킬 곳과 공급을 유지할 곳을 나눕시다. 어떤 시설은 약을 옮겨야 하고, 어떤 시설은 분리 전원이 있을 수도 있으니까요.” 아르웬이 원격 통신망을 열었다. 베르나와 일곱 마을의 대표들이 통신 화면에 차례로 나타났다. 필라 치료원의 원장은 황급히 환자 목록을 펼쳤다. “중환자 열여덟 명은 다른 곳으로 옮기기 어렵습니다. 냉각실과 치료 수정은 계속 살아 있어야 해요.” “보조 발전기는요?” “삼십 분은 버팁니다.” “한 시간 필요하면 어디서 빌리죠?” “서쪽 수로의 제분소에 오래된 수차가 있습니다. 마력 변환기를 붙이면 일부는 가능하겠지만…….” 던트가 화면 속으로 끼어들었다. “변환기는 내가 만들겠소. 마차를 보내 주시오. 다만 달려올 길부터 열어 줘야 하오!” 다음으로 하멜이 손을 들었다. “우리 마을은 야간 결계가 꺼지면 숲의 짐승이 내려오네. 낮에는 대피할 수 있어. 사람들을 광장 밖 언덕으로 옮기겠네.” “좋습니다. 불필요한 조명은 전부 끄고 방어 인원을 안전한 장소로.” “우리 마을 등불 축제는?” 옆에서 누군가 물었다. 하멜이 노려봤다. “살아서 내년에 하게!” 그래. 할아버지는 이제 내가 할 말을 대신 해 준다. 각 마을이 자체 계획을 내놓기 시작했다. 어부들은 수로의 물레방아를 돌렸고, 약초꾼들은 치료원으로 작은 축전석을 실어 보냈다. 힘이 부족한 시설은 비필수 부하를 줄였다. 모든 곳이 완벽하게 보호된 건 아니었다. 우리가 확보한 것은 특정 시각에 특정 시설에 필요한 최소한의 전력을 보장할 계획과 그 계획을 실제로 실행할 사람들이었다. 그때 접수함이 울렸다. [전력청 최종 경고] [비인가 공급 재배치 행위를 즉시 중단할 것.] “비인가?” 나는 통신판을 똑바로 세웠다. “이분들이 자기 마을의 등불을 끄고, 자기 물탱크를 빌려주고, 자기 가족을 대피시키는 데 전력청 허가가 필요한가요?” 벨리안이 화면에 모습을 드러냈다. 뒤에는 굉장히 화려한 전력청 중앙실이 보였다. “최시온. 당신은 천계 전체가 붕괴할 가능성을 간과하고 있소.” “아닙니다. 그래서 부하를 하나씩 확인하고 있어요.” “세상에는 지킬 수 있는 숫자의 한계가 있소. 내가 결정하지 않으면 어느 쪽도 살아남지 못할 수 있어.” “그래서 왜 상급자 별장 전력은 끝까지 보호하는데요?” 그가 입을 다물었다. “상급 계약을 무너뜨리면 투자자와 공급 협약이 무너집니다. 다음 겨울을 견딜 돈이 없어지지.” 처음으로 나는 그의 두려움이 어디서 오는지 알 것 같았다. 그는 정말로 전력망이 무너지는 걸 두려워했다. 그러나 그 두려움 때문에 사람을 숫자 아래로 밀어 넣고 있었다. “그럼 투자자들에게 위험을 밝히고 새 계획을 받아야죠. 환자를 먼저 끊는 건 해결책이 아닙니다.” “이상론이군.” “아뇨. 지금 마차가 출발했고, 발전기가 돌아가고, 환자는 옮길 곳을 찾았습니다. 이상론은 여기서 아무것도 안 된다는 말씀이고요.” 벨리안의 눈빛이 차갑게 굳었다. “그렇다면 결과를 책임져 보시오.” “지금 그러고 있습니다.” 연결이 끊겼다. 나는 손바닥이 식은땀으로 젖어 있는 걸 발견했다. 사실 내가 이런 말을 할 자격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누군가 다치면 모두가 내게 책임을 물을 테니까. 그때 아르웬이 내 옆에 섰다. “혼자 책임지려 하지 마세요. 우리는 각자 맡은 일을 알고 결정했습니다.” “소장님.” “그리고 정리해 보니 저는 이 계획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참 신기한 일이었다. 나는 규정만 외우던 그 엘프가 제일 든든한 사람이 될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니아가 보호병 안에서 조용히 입을 열었다. “하나 더 있어요. 제14 장치에 관리자 명령을 보류시키는 단추가 남아 있어요. 오래된 정비사 보호 기능이라서 아직 지워지지 않았어요.” 바스가 놀라 물었다. “그런 기능을 누가 만들었지?” “에르윈이라는 이름이에요.” 아르웬이 숨을 멈췄다. 그녀의 할머니, 사백 년 전 계약의 비밀을 추적했던 바로 그 엘프였다. “할머니가?” 니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정비사가 죽으면 안 된다고…… 관리자보다 생명 보호 명령이 우선한다고 했어요.” 나는 아르웬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그녀는 금방 울 것 같은 얼굴로 웃었다. 그렇게 시간을 잊을 뻔했다. 각 마을에서 작업 보고가 들어오는 동안에도 불안한 소식은 있었다. 필라 치료원의 수차가 떠내려온 가지가 물길을 막아 제대로 돌지 않았고, 하멜 마을에서는 대피용 마차 한 대의 바퀴가 부러졌다. 우리는 당장 마을을 떠나 직접 고칠 수는 없었다. 대신 연결된 사람들을 찾았다. 제분소 주인은 남는 수차 날개를 내줬고, 뱃사공은 얕은 물길을 뚫어 물의 흐름을 바꿨다. 하멜은 목수들을 보내 바퀴를 고쳤다. “이제 되는 거요!” 던트의 목소리가 숨 가쁘게 들렸다. “수차 발전기를 치료원 건너편까지 붙였소! 다만 실제 부하를 걸어 봐야 하오!” “시험부터 해 주세요. 실패하면 환자 전원 계획으로 바로 전환하고요.” 내 목소리가 지나치게 차분했다. 긴장할 때면 이러는 버릇이 있었다. 전화기 너머에 진상 고객이 있으면 목소리가 더 부드러워지는 것처럼. 아르웬이 내게 물 한 잔을 건넸다. “입술이 하얘졌어요.” “물 마실 시간 있어요?” “한 모금은요.” 나는 컵을 받았다. 따뜻하지도 차갑지도 않은 물이었다. 겨우 한 모금인데 조금 살 것 같았다. “고마워요.” “전보다 말을 적게 하시네요.” “생각할 게 많아서요.” “그럼 나중에 웃기세요.” 역시 이 엘프는 많이 변했다. 내 농담을 참아 줄 줄 알았는데, 이제는 먼저 요구한다. [전면 가동까지: 00:47:12] 회의를 너무 오래 했다. “좋습니다.” 나는 재빨리 접수함을 닫았다. “이제 회의 종료. 실행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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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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