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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세계수 고객센터입니다 · 18화
PAYLUA ORIGINAL · 제18화

18화. 제14 장치의 사용 설명서는 없습니다

세계수 고객센터입니다 · 4,260자

오프라인 책장
지하 깊숙한 곳으로 내려가면 이상한 감각이 든다. 머리 위에 세계수가 있다는 사실을 까먹게 된다. 나무뿌리는 점점 검은 금속관으로 바뀌고, 흙 냄새는 기름과 타는 먼지 냄새에 밀려난다. 여기서는 바람도 기계가 만드는 것 같았다. 제14 장치의 중심은 바닥이 보이지 않는 원형 공간이었다. 공중에는 거대한 검은 심장이 떠 있었다. 수십 개의 쇠사슬이 그 심장을 붙들고 있었고, 사방으로 뻗은 관들이 세계수의 살아 있는 뿌리를 꿰뚫고 있었다. 나는 잠시 말문이 막혔다. “저게…… 전부 숨겨진 겁니까?” 바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설계도를 처음 봤을 때도 믿기 힘들었소. 전력망 안정 장치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원천 에너지가 늘어날수록 더 많이 회수하도록 만든 장치요.” “회복하면 회수하고, 죽어 가면 더 이상 못 회수하니까 방치한다?” “그렇소.” 이 세계의 사악함은 놀랍게도 매우 현실적이었다. 돈을 더 벌 수 있는 사람은 계속 벌고, 아픈 사람은 계속 아픈 구조. 신비로운 마법이 끼어들어도 본질은 바뀌지 않았다. 루루는 바닥에 내려놓은 작은 접수함을 꽉 끌어안았다. “니아 언니는 어디 있어요?” 모아가 병 속에서 손을 뻗었다. 검은 심장 반대편, 투명한 고리 하나가 불규칙하게 깜박였다. 고리 안에는 빛으로 된 작은 여자의 형상이 갇혀 있었다. “언니!” 모아가 소리쳤다. 니아는 몸을 돌리지 않았다. [관리자 접근 감지. 부적격 출입자 발견.] “우리가 만나러 왔어!” [퇴거하세요.] “싫어. 나 혼자 도망쳐서 미안하단 말도 아직 못 했어!” 니아의 어깨가 아주 잠깐 떨렸다. 하지만 그 짧은 움직임도 고리의 붉은 빛을 키웠다. [이상 정서 감지. 관리자 명령 실행 준비.] 바스가 급히 손을 들었다. “더는 말을 걸지 마시오. 감정 반응을 결함으로 판정하오.” 그러자 내가 할 일이 분명해졌다. 말을 하지 않고도 상대를 돕는 것. 솔직히 내 전공 분야는 아니었다. 십이 년 동안 목소리로 돈을 벌었으니까. 나는 바스에게 손짓했다. 그가 뒷벽의 정비함을 열었다. 아르웬은 차폐판을 관리자 연결관 위에 붙였고, 포그는 뿌리 사이에 비상 탈출 경로를 표시했다. 모든 동작을 천천히 했다. 그런데 관리 제어판에 새로운 문구가 떴다. [접근자 신원 검증] [최시온: 원천 제공자 임시 대리인] [권한 승인] “어?” 나는 무심코 말했다. [음성 입력 감지] [사용자 목적을 밝히십시오.] 아르웬이 나를 쳐다봤다. '말하지 말라'는 뜻이었다. 하지만 이미 시스템이 나를 붙잡았다. 침묵하면 보안 차단이 걸릴 수 있었다. 나는 숨을 들이마셨다. “정기 고객 만족도 조사입니다.” [해당 시설은 고객 만족도 조사 대상이 아닙니다.] “원천 제공자 대리인 자격으로 이용 약관 확인 요청합니다.” [이용 약관은 신탁 관리자만 조회할 수 있습니다.] “그럼 계약 원문 열람 요청.” [권한 없음.] “원천 제공자 대리인이라면서요?” [시설 관리자 권한과 원천 제공자 권한은 별개입니다.] “좋습니다. 방금 거절한 사유를 문서로 발급해 주세요.” [……] 시스템이 멈췄다. 뒤에서 루루가 나를 노려봤다. 저 얼굴은 '또 시작이구나' 하고 생각할 때 나오는 얼굴이다. “민원 서류 하나로 보안 장치를 붙잡을 수 있을까요?” 내가 속삭였다. 아르웬이 작게 대답했다. “길어야 몇 분이에요.” “충분하죠. 우리 분야의 몇 분은 꽤 깁니다.” 바스는 기다렸다는 듯 수액 결정을 그릇에 올리고 차폐판을 연결했다. 푸른 빛이 관을 따라 니아의 고리 앞으로 흘렀다. 그 사이 아르웬은 니아에게 접근할 경로를 찾았다. 수정 고리를 둘러싼 얇은 은색 선은 겉보기와 달리 살아 있는 뿌리에 직접 연결돼 있었다. “부수면 안 돼요. 저 선이 떨리면 세계수에게 고통이 돌아가요.” “다른 통로가 있나요?” “네. 아래쪽 점검 마개를 열면 니아의 신호만 분리할 수 있어요. 하지만 관리자 감시가 일 분마다 돌아옵니다.” 바스가 시계를 봤다. “검사가 돌아오는 틈에 해야 하오. 작업 시간은 짧고, 한 번 실패하면 다음에는 잠금이 강화될 거요.” 나는 느릿하게 서류를 요구하는 관리자 화면을 바라봤다. 이제 그 화면은 사람을 괴롭히는 악성 고객이 아니라, 내가 붙잡아 두어야 하는 경비였다. “하하, 잘됐네요. 상대를 지치게 만드는 게 제 전문이거든요.” 루루는 그 말을 듣더니 혀를 찼다. “그러니까 시온 님은 좋은 상담원인데, 상대 고객한테는 나쁜 사람이군요.” “용도에 따라 다르다고 해 주렴.” 아르웬과 바스가 손짓을 주고받았다. 마개를 여는 순간 주변 금속이 차갑게 울렸다. 작업은 시작됐고, 나는 다시 관리자 화면 앞에 섰다. 그때 검은 심장 안에서 무거운 음성이 울렸다. [원천 회복률 증가. 필수 회수 작전 승인.] [제14 장치 준비율: 54%] 준비율이 뛰었다. 나는 아르웬을 봤다. “이거 우리가 움직여서 오르는 거예요?” “아니요. 외부에서 회복률을 과장해 입력하고 있어요. 누군가 이 장치를 강제로 깨우는 겁니다.” 벨리안. 떠오르는 이름은 하나였지만, 나는 아직 확정하지 않았다. 증거가 없는 확신은 오래가지 못한다. 고리의 작은 정령이 입술을 열었다. [모아.] 작은 목소리였다. “언니!” [내가 너를 기억한다는 걸…… 들키면 안 돼.] 그 순간 고리 위로 붉은 글씨가 떠올랐다. [정서 이상 반응 확인] [기억 초기화까지: 60초] “안 돼!” 모아가 울었다. 바스는 즉시 손을 뻗었다. 하지만 그가 만든 차폐판은 관리자 명령의 일부만 막았다. “저쪽 주전원이 살아 있소! 먼저 분리해야 하오!” “분리하면 세계수에 역류하지 않습니까?” “맞소. 그래서 임시 저장로가 필요하오!” 임시 저장로. 우리가 가져온 건 정령을 담을 그릇 하나뿐이었다. 세계수의 힘이 폭발하듯 흐르면 그 그릇조차 깨질 것이다. 나는 머릿속으로 계산했다. 60초. 처음으로 고객 상담에서 시간 끌기가 해결책이 아니라는 사실이 두려웠다. “로딘 님한테 연락해!” “여기엔 못 들어오잖아요!” “들어오라는 게 아니야. 지상에 남겨 둔 열 저장통을 잠깐 비워 달라고 해!” 바스가 이해했다. “반대 방향으로 열을 흘려서 방출구로 쓸 생각이오?” “맞아요. 단, 병원 열관은 건드리면 안 됩니다!” 그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표정은 어두웠다. “그렇게 해도 전부 받아낼 수는 없소. 준비율이 계속 올라가고 있으니.” “니아만 먼저.” 나는 그릇을 들었다. 이제 고리까지 두 걸음. [기억 초기화까지: 34초] 아르웬은 차폐판에 자신의 마력을 흘려 넣었다. 그녀의 양손이 떨렸다. 포그가 옆에서 고정 못을 박았다. 금속 벽이 우그러지는 소리가 났다. [기억 초기화까지: 21초] 니아가 고개를 들었다. 푸른 눈동자가 나를 바라봤다. [저를…… 구하면…… 저 기계가……] “말 안 해도 됩니다. 일단 나와요.” [도망치면…… 준비율이……] “안 됩니다. 더 말하면 지워진다면서요.” 니아가 아주 작게 웃었다. [상담원님…… 말이 정말 많네요.] “그건 맞습니다.” [기억 초기화까지: 10초] 나는 수정병을 고리에 대었다. 모아는 울면서 언니의 이름을 불렀다. 니아의 형상이 빛줄기로 쪼개져 병 안쪽으로 흐르기 시작했다. [9. 8. 7.] 천장 위에서 굉음이 울렸다. 로딘이 화맥을 열었고, 바스의 임시 저장로가 과잉 동력을 받아 냈다. 구리관이 붉게 달아올랐지만 병원으로 향하는 관은 아직 안정적이었다. [6. 5. 4.] 마지막 푸른 빛 한 조각이 병 안으로 들어왔다. 차폐판에 금이 갔다. [3.] 아르웬이 소리쳤다. “시온 씨, 병을 떼요!” 나는 두 손으로 병을 품에 안았다. [2.] 검은 심장으로부터 붉은 번개가 쏟아졌다. 바스가 절연 손잡이를 내리자 번개가 빈 저장통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1.] 순간 병 안에서 아주 가느다란 소리가 났다. “……모아?” 모아가 병에 달려들었다. “언니!” 검은 심장의 고리가 텅 비었다. [관리 정령 신호 소실] [자동 긴급 가동 시작] [제14 장치 준비율: 70%] 나는 식은땀을 닦았다. 정령은 구했다. 이제 기계가 화가 났다. 루루가 내 어깨를 붙잡았다. “시온 님, 저희가 잘한 거 맞죠?” 나는 병 안에서 서로를 끌어안은 두 정령을 봤다. “그럼.” 거기까지는 확신할 수 있었다. 그러나 우리가 지상으로 돌아가기 전, 벽의 검은 판에서 한 줄의 글씨가 떠올랐다. [관리자 개입 승인: 벨리안] [원천 강제 회수 단계 진입] 드디어 이름이 나왔다. 문제는 이름만 나온 게 아니라 시한도 함께 떴다는 것이었다. [전면 가동까지: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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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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