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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세계수 고객센터입니다 · 17화
PAYLUA ORIGINAL · 제17화

17화. 도움 요청도 검열하십니까?

세계수 고객센터입니다 · 3,963자

오프라인 책장
“언니, 나야. 모아야.” [……여기 오지 마.] 그 목소리는 차가웠다. 하지만 완전히 차갑지는 않았다. 문장 끝이 이상하게 흔들렸다. 누군가 울면서 자동응답기를 흉내 내는 것 같았다. 나는 이런 목소리를 안다. 상담원이 감정을 드러내면 벌점을 받던 시절, 나도 비슷한 목소리를 냈으니까. “니아 씨, 안녕하세요. 세계수 고객센터의 최시온입니다.” [문의 접수는 종료되었습니다.] “접수번호 014로 다시 걸었습니다.” [해당 민원은 처리 불가입니다.] “어떤 사유로요?” [보안 등급 부족.] “그럼 등급 높은 담당자 연결해주세요.” [상담원이 없습니다.] “여기에 있잖습니까.” [……당신은 내가 아니야.] 그 말을 듣고 모아의 눈에서 작은 빛방울이 떨어졌다. “저 애가 원래는 안 저랬어요. 언니는 회로가 위험해질 때마다 정비사한테 알려 줬어요. 웃는 것도 좋아했고요.” “지금은 왜 저렇게 말하죠?” “말을 하면…… 지워진대요.” 나는 조용히 통신판을 내려다봤다. 지워진다. 부품이라면 교체하겠지만 정령은 생명이다. 누군가 자신의 고통을 말할 때마다 존재가 지워진다면, 침묵은 선택이 아니라 형벌이었다. “니아 씨. 지금 녹음하고 계십니까?” [모든 통화는 품질 관리를 위해 감시됩니다.] “좋군요. 그럼 이 대화도 어딘가에 남겠네요.” [그 기록은 제출할 수 없습니다.] “왜요?” [제출 시 관리자 삭제 명령이 실행됩니다.] 아르웬이 저도 모르게 주먹을 쥐었다. “그런 규정이 어디 있죠?” 바스가 한숨을 내쉬었다. “제14 장치는 정령을 회로와 묶어 놓았소. 메모리의 이상 상태를 '불량품'으로 처리하는 규정이 있지. 비밀을 말하면 스스로 결함을 신고한 셈이 되도록 만들어 놓았을 거요.” “고객이 고장 신고하면 고객부터 지우는 회사라니.” 나는 웃지 않았다. “이건 좀 선 넘었죠.” 루루가 내 손목을 잡았다. “시온 님. 시스템을 속일 순 없을까요? 니아 언니가 말한 걸 우리가 대신 말하면…….” “시스템이 기록을 감시한다면 우리가 단어를 바꿔도 결국 알아챌 거야. 우선 말하게 만드는 것보다 안전한 통로를 만들어야 해.” 바스가 반쯤 찢어진 설계도를 펼쳤다. 지하에 작은 점검 통로가 있었다. 제0 근부에서 한참 아래로 이어지는 길이었다. “여기로 들어가면 관리자 접근망을 우회할 수 있소. 단, 비상 전력이 끊기면 통로 문이 닫히오.” “들어가서 정령부터 꺼내면 되겠네요.” “기계를 그냥 끌 수는 없소. 니아의 생명 신호가 제14 장치의 제어 신호와 묶여 있거든.” 나는 입을 다물었다. 무턱대고 구하면 되레 아이를 죽일 수 있다. 손쉽게 멋진 말을 하는 건 대개 책임지지 않는 사람들이 하는 일이었다. “뭐가 필요합니까?” “니아의 신호를 잠시 받을 안전한 작은 그릇. 모아가 들어 있는 것과 비슷하지만 용량이 훨씬 커야 하오. 그리고 관리자 명령을 잠깐 가릴 차폐판도 필요하지.” “재료는요?” “순수한 수액 결정, 절연 구리, 오래된 원천 동의 인장.” 아르웬이 손을 들었다. “인장은 제0 근부의 기록판이 있고, 절연 구리는 던트 씨가 구할 수 있어요. 수액 결정은 세계수에 부탁해야 합니다.” “세계수도 체력이 얼마 없는데 괜찮겠습니까?” “소량이면요. 다만 동의를 먼저 구해야죠.” 일을 잘하는 사람과 함께하면 좋은 점이 있다. 내가 모든 걸 다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예전 회사에서는 상사가 '알아서 하라'면서 이름만 올려 놓았는데, 여기는 파면 직전의 소장님이 직접 재료를 구하러 나섰다. 나는 세계수에 연락했다. “고객님, 또 부탁이 있습니다.” [말씀하세요.] “당신 몸을 붙잡고 있는 장치에 정령 하나가 갇혀 있어요. 그 아이를 안전하게 빼내려면 작은 수액 결정이 필요합니다.” [그 아이도 아픕니까?] “많이요.” 잠시 뒤 잎맥이 밝아졌다. [가져가세요.] 나는 지하에서 올라온 연두색 결정 한 조각을 받아 들었다. 그 안에서는 느린 맥박이 따뜻하게 뛰고 있었다. 세계수의 남은 힘을 나누어 받았다는 사실이 무거웠다. “헛되이 쓰지 않겠습니다.” [괜찮습니다. 서로 돕는 것은 숲이 늘 하는 일입니다.] 왜 나무가 사람보다 말을 잘하는 거지. 던트는 밤새 절연 구리를 만들었다. 그의 작업장에서는 쇠를 두드리는 소리와 마을 사람들이 자재를 나르는 발소리가 섞였다. 빵집 주인이 뜨거운 수프를 가져왔고, 치료사가 화상을 입지 않도록 붕대를 쥐여 줬다. 나는 작은 수정병을 완성하는 손길을 지켜봤다. 손가락 하나 다치면 생계가 어려워지는 사람들이 다른 생명을 위해 움직이고 있었다. “이 마을 분들은 좀 이상하네요.” 내가 던트에게 말했다. “어째서?”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일까지 신경 쓰잖아요.” “그게 마을이지. 내 집 앞이 무너지면 옆집도 다치거든.” 그는 뜨거운 구리판을 물에 담갔다. 하얀 증기가 피어올랐다. “당신은 다른 데서 살았소?” “네. 사람은 엄청 많은데 옆집 이름은 모르는 데서요.” “불편하겠구먼.”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익숙해지면 잘 모릅니다.” 루루는 옆에서 수정병에 꼬리표를 붙였다. [임시 보호 용기: 니아용] [관리 책임자: 최시온] “왜 책임자가 저예요?” “처음에 니아 언니 구하자고 하신 분이잖아요.” “그래도 그렇지. 직장 내 책임 전가라는 말 알아?” “시온 님한테 배웠어요.” 내가 애 교육을 잘못했다. 니아를 옮길 보호 용기가 완성되자 시험부터 했다. 바스가 작은 수정 불꽃을 만들어 용기 안쪽에 넣었다. 불꽃은 한 번씩 흔들렸지만 깨지지 않았다. 다음에는 모아가 잠깐 자신의 빛을 흘려보냈다. “따뜻해요. 안쪽은 안전한 것 같아요.” 아르웬은 흐름을 측정하고 기록했다. 보호병 벽의 균열 가능성, 최대 수용량, 차폐 시간을 적었다. 나는 그 종이에 마지막으로 한 줄을 보탰다. [구조 대상 본인이 동의하지 않으면 강제 이전 금지.] “이건 꼭 필요할까요?” 바스가 물었다. “갇혀 있는 사람을 구한다면서 그 사람 의사를 무시하고 끌어내면 우리도 똑같아지니까요.” “하지만 위험하면 기다릴 수 없을 수도 있소.” “그때는 최선의 보호 조치를 해야겠죠. 그래도 물어볼 수 있을 때는 물어봅시다.” 모아는 보호병 표면을 쓰다듬었다. 반투명한 유리 안에 작은 꽃무늬가 생겼다. “언니가 꽃 좋아하거든요. 깨어났을 때 이걸 보면 좋겠어요.”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루루가 미소 지었다. “정령이 정령한테 선물하는 건 오랜만에 봐요.” “왜?” “다들 바쁘게 일만 하니까요.” 이 세계의 정령계도 근로감독이 한 번 필요하겠군. 이튿날 새벽, 우리는 다시 제0 근부로 내려갔다. 로딘은 출입문에 머리를 끼워 보려다 또 실패했다. “드래곤도 평등하게 출입할 권리가 있다!” “건축 구조상 안 됩니다.” “그러면 문을 넓혀라!” “예산이 없습니다.” 로딘은 인생 최대의 적이 문과 예산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분개했다. 포그는 낡은 감시 지도와 비상 통로 열쇠를 가져왔다. 마력등 아래에서 두 눈이 반짝였다. “이 길로 가게. 삼백 년 전에 막아 둔 통로지.” “왜 막았어요?” “직원들이 자꾸 무급 야간 정비에 호출돼서.” “직원들 보호하려고요?” “아니. 관리자들이 야간 수당을 주기 싫어했거든.” 놀랍도록 일관된 세계관이었다. 우리는 발을 디뎠다. 좁은 통로 벽마다 오래전 정비사들의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그중에는 일부러 긁어 지운 흔적도 있었다. 나는 손가락으로 가장 깊은 상처를 만졌다. “저 사람들 모두 지워진 겁니까?” 바스가 조용히 답했다. “기록에서만이라도. 내가 그 이름을 기억하는 이유요.” 저 아래 어둠에서 니아의 목소리가 희미하게 울렸다. [누구십니까.] 나는 수정병을 품 안에 꼭 넣었다. “고객센터에서 왔습니다.” [여기는 고객센터 업무 구역이 아닙니다.] “저도 알아요.” 발아래 계단이 끊어졌다. 끝없는 구멍 아래, 검은 금속 심장이 매달려 있었다. 나는 그 심장을 바라보며 웃었다. “하지만 잘못 설치된 설비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 출장 가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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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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