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돌계단을 빠져나오자마자 부표의 회수 팔이 물을 갈랐다.
검은 쇠갈고리가 수면 아래로 내려가는 모습이 꼭 누군가의 주머니를 뒤지러 오는 손 같았다. 문제는 그 주머니가 남의 것이고, 주머니에 뭐가 들었는지도 모른다는 점이었다.
"해스 씨, 하류 수압은요?"
"아직 정상! 하지만 회수 팔이 돌벽에 닿으면 장담 못 하오!"
니아의 계측석에서 숫자가 튀어 올랐다.
'제삼 수로 압력 변화가 감지돼요. 지금은 경계값 안쪽이지만 증가 속도가 빨라요.'
"멈출 방법을 찾아야겠어요." 내가 말했다.
로딘이 기다렸다는 듯 앞발을 뻗었다.
"부수면 된다!"
"그 방법은 마지막에 쓰겠습니다."
"언제까지 마지막이냐!"
"여섯 분 전부터 마지막입니다!"
내 인생에서 드래곤과 하는 언쟁만큼 기력 소모가 큰 운동은 없을 것이다.
도렌은 호각을 꺼내 들었지만 불지 않았다. 중앙 부표가 구식 회수 신호에 반응하지 않는다는 건 이미 시험으로 확인했다. 대신 그는 오래된 근무 규정의 한 페이지를 펼쳤다.
[현장 수로 위험 시, 전달소 관리자는 보관 물품의 안전보다 생명 및 하류 거주지의 보호를 우선함. 중앙 회수 명령에는 이를 우선하는 긴급 중지 절차를 요구할 수 있음.]
"이 조항으로 중지 요청을 다시 올릴 수 있을까요?" 도렌이 물었다.
아르웬이 바로 통신기를 잡았다.
"현장 위험 근거가 충분합니다. 제14 계정이 가진 일반 회수 명령보다 긴급 수로 안전 제어가 우선해야 합니다. 다만 기술적으로 어떤 선을 중지할지 확인해야 해요."
그때 해스가 수문 조합에서 받은 수동 배수 도면을 펼쳤다. 회수 부표의 전력선과 물길 제어용 감지선이 함께 묶여 있었지만, 전력 공급은 서로 다른 접속함을 거쳤다. 무턱대고 전부 끊으면 수위 감시 장치까지 꺼진다.
"감시선은 살리고 회수 팔만 중지할 수 있다는 말이죠?" 내가 물었다.
"설계상은 그렇소." 해스가 답했다. "현장 기술자 도착 전엔 조심해야 하오."
나는 잠시 생각했다. 현장 확인을 기다려야 한다. 다만 기다리는 사이 손상은 막아야 한다.
"로딘 님. 저 회수 팔과 돌벽 사이에 화염 없는 보호막을 칠 수 있습니까? 닿지 않게 거리만 벌려 주세요."
"화염 없는 보호막?"
"네. 온천 끓일 때 온도 조절하시는 실력 믿습니다."
그의 눈이 반짝였다.
"내 기술을 인정하는구나!"
잠시 뒤 투명한 열막이 돌벽 앞에 펼쳐졌다. 완전히 뜨겁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물속의 생물들이 피할 수 있는 간격을 두었다. 회수 팔은 열막 바깥에서 미끄러졌다. 배수문 압력 상승세가 둔화됐다.
"잘했습니다!" 내가 외쳤다.
"당연하지!"
그가 자랑스럽게 가슴을 폈다. 그 모습이 커다란 개 같아서 잠깐 웃음이 나왔다. 드래곤에게 그 말을 하면 아마 개가 멸종할 것이다.
몇 분 뒤 오르셀의 회신이 도착했다. 현장 계측, 안전 요청, 기술실 확인을 근거로 회수 팔의 동력선만 긴급 차단하기로 결정했다는 내용이었다. 해스와 도렌이 현장에서 작동 여부를 확인했고, 니아는 감시선이 살아 있음을 점검했다.
[회수 팔: 정지]
[수위 감시: 유지]
[하류 급수·배수 계통: 정상]
[일괄 수취 완료 처리: 추가 심사 전 대기]
나는 그제야 앉았다.
"이겼어요?" 루루가 물었다.
"오늘은 일단 물에 빠질 위험에서 이겼지."
"그럼 편지는요?"
"남아 있어. 그것만으로도 큰 성과야."
도렌이 내 옆에 앉았다. 달팽이는 다리를 뻗지 못한다. 그래서 앉았다는 표현이 정확한지도 모르겠다.
"그날도 이런 일이 있었어요." 그가 말했다. "강물이 불어나고, 마지막 교대자가 오랫동안 돌아오지 않았죠. 우리는 반송 도장이 찍힌 줄도 모르고 누군가를 기다렸어요."
"그 사람이 누구였습니까?"
"이름을 잃은 건 사람이 아니라 역할이었어요. 첫 봄의 마지막 교대는 세 마을이 함께 맡았는데, 나중에 명부가 한 사람 이름만 남기는 양식으로 바뀌었죠. 그래서 마지막 사람이 아니라 마지막 역할이 사라졌습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공증탑의 제2 서명이 최소 세 갈래의 목소리로 들렸던 일이 떠올랐다. 다만 동일한 사건인지 확인할 증거는 여전히 부족했다.
"그분들, 무슨 일을 하셨습니까?"
"질문을 건네고 돌아오는 대답을 기다렸죠. 하지만 하늘은 반송이라고 적었습니다. 그 사이 우리는 보관함을 수로에 걸어 두었어요. 실제 수신자가 확인할 수 있도록요."
도렌은 작은 금속표를 보여 주었다.
[인계 중단 사유: 받는 쪽의 확인 요청]
"반송이 아니라, 배달을 멈춘 거였군요."
"그랬을지도 모르죠. 그때 정확히 누가 뭐라고 했는지 더 찾아야 하지만요."
나는 종소리가 울리던 수로를 바라봤다. 사람을 살리기 위한 경보가 사백 년 동안 괴담처럼 남아 있었다.
그때 검은 우편선에서 새 우편이 도착했다.
[발신: 세계수]
[전달소의 종소리를 들었습니다.]
[그때 기다리던 답을, 지금 다시 확인하고 싶습니다.]
문장은 짧았다.
달팽이 우체부의 촉수가 조용히 올라갔다.
"오랜만에 진짜 수신 요청이 왔군요."
제187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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