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증탑 기술실의 긴 복도를 달리면서 나는 한 가지 사실을 확신했다.
하늘나라는 계단이 많다.
엘리베이터는 층마다 멈추고, 가장 급할 때는 꼭 점검 중이다. 결국 우리는 아홉 층을 뛰어 내려가야 했다. 아르웬은 정확한 보폭으로 내려갔고, 루루는 내 머리 위를 날았다. 로딘은 계단 하나에 앞발이 끼는 바람에 천장에서 내려오는 짐 운반용 통로로 돌아갔다.
"인간! 먼저 가거라!" 그의 목소리가 울렸다.
"이미 가고 있습니다! 고객님도 안전하게 오세요!"
기술실에서는 휘엘이 오래된 장치의 설계도를 펼치고 있었다. 벨토와 공증탑 기술자 두 명은 냉각계와 자동 목적 정정계를 구분해 표시했다.
[원음 보존 냉각: 계속 가동 필요]
[제2 서명 목적 정정: 임시 보류 명령]
[공통 경보: 별도 감시]
"잠금 장치가 작동하면 정정 회선에만 영향을 줍니다. 다만 오래돼서 손잡이를 끝까지 돌리면 원음 기록을 흔들 수 있어요." 기술자가 말했다.
"그럼 끝까지 돌리지 말고 중간 잠금 위치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까?"
"가능합니다. 그 대신 잠금 위치를 유지하는 수동 걸쇠가 필요합니다."
나는 걸쇠를 보았다. 장난감처럼 작았다. 하지만 그걸 붙잡는 사람이 있으면 자정 동안 작동 상태를 눈으로 지켜볼 수 있다고 했다.
"벨토 씨, 그 장치 누가 맡습니까?"
"탑의 공인 기술자가 맡아야 합니다."
"그럼 공인 기술자가 맡고, 저희는 밖에서 계측 기록을 보겠습니다."
로딘이 운반 통로에서 내려오며 고함쳤다.
"내가 물고 있으면 되지 않느냐!"
"그 앞발로요? 걸쇠가 아니라 기계를 드실 텐데요."
"내 앞발은 섬세하다!"
그가 작은 나사를 집으려다 받침대 세 개를 뒤집었다. 우리는 침묵했다.
"아주 조금 섬세하다." 로딘이 시선을 피했다.
루루가 벌러덩 드러누웠다.
"자정 지나면 저희 고객센터도 망해요?"
"아니. 지금 막으려는 건 기록의 자동 변경이야. 설비가 실패해도 전 세계가 바로 멈추는 건 아니라고 확인했잖아."
"그럼 왜 그렇게 뛰었어요?"
"증거가 덮이면 다시 찾는 데 사백 년 걸릴 수도 있어서."
"으악! 그건 안 돼요! 시온 님이 그때까지 야근해요!"
"내가 싫은 건 그거구나."
통신석에서 니아가 계측 값을 읽었다.
'지상 열세 지역 공급 안정. 수액 보전층 압력 정상. 원음 냉각 정상. 자동 변경 계정은 아직 대기 중이에요.'
벨토가 명령서를 공증탑 내부 장치에 직접 인증했다. 기계에서 작은 빛이 한 번 튀었다.
[보전 명령 대조 완료]
[기술 담당자 수동 잠금: 준비]
자정까지 이십 분.
기술자가 수동 걸쇠를 제자리에 놓고 잠금을 시험했다. 처음에는 제대로 걸리지 않았다. 둘째 번에는 잠겼지만 경보가 울렸다.
"원음 냉각이 멈췄습니까?" 아르웬이 즉시 물었다.
"아닙니다. 냉각은 정상인데 경보 센서가 구형입니다." 기술자가 답했다.
나는 센서 표시와 실제 계측 기록을 나란히 적었다. '경보가 울림'과 '원음이 손상됨'은 같은 문장이 아니었다. 천계에서 지난 몇 달간 배운 가장 비싼 교훈이었다.
기술자가 세 번째 시험을 하기 직전 기계가 말했다.
[자동 정정이 미수행될 경우 관리자 후보를 호출합니다.]
[후보: 최시온]
나는 벽에 이마를 댔다.
"왜 자꾸 저를 부르세요?"
[자동 승계 절차 대상자로 등재됨.]
"저는 거절했습니다. 관련 거부 의사와 임시 보류 기록이 있습니다."
아르웬이 이미 준비해 둔 자료를 보여 줬다. 140화에서 제출했던 거부 의사 확인서와 후속 보전 결정이었다.
기계가 길게 침묵했다.
[권한 인수 자동 진행: 보류]
"이런, 이제 기계도 저를 싫어하네요."
"시온 님, 기계한테 사랑받고 싶었어요?" 루루가 물었다.
"아니. 특히 근로계약서 없이 승진시키는 기계는."
기술자는 숨을 고르고 세 번째 시험에 성공했다. 걸쇠가 중간 위치에서 안정적으로 멈췄다. 냉각 장치는 그대로 움직였고, 목적 정정 회선만 명령에 따라 대기 상태를 유지했다.
[자정 자동 정정: 일시 유보]
[원음 냉각: 정상]
[지상 공급망: 별도 유지]
자정이 됐다.
모두 숨을 죽였다. 천계 종탑의 시계가 열두 번 울렸다. 변경 요청을 보내던 제14 계정 표식이 한 번 반짝이더니, 도장을 찍지 못한 채 원위치로 돌아갔다.
루루가 벌떡 뛰어올랐다.
"성공! 도장이 일을 안 해요!"
"아니. 해야 할 일을 한 거야. 허가받지 않은 일은 안 한 거고."
나는 무릎을 짚고 헐떡였다. 오르셀이 원격 화면으로 계측 확인을 받았다.
"현재 보전 명령의 실행이 확인됐습니다. 관련 기록은 독립 보관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럼 저희 퇴근은요?"
"아직 첫 봄 배송 기록의 열람 범위 정리가 남았습니다."
역시.
하늘과 땅을 통틀어 퇴근을 방해하는 사람의 말투는 모두 닮았다.
제179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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