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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세계수 고객센터입니다 · 174화
PAYLUA ORIGINAL · 제174화

174화. 사백 년 묵은 보증서의 유효기간은 봄까지였습니다

세계수 고객센터입니다 · 2,165자

오프라인 책장
공증탑을 찾아온 지 반나절도 안 됐는데 벨토는 다섯 살쯤 늙어 보였다. 엘프 소장에게 서류를 보여 주고, 드래곤에게 고함을 듣고, 정령에게 오래된 규칙을 배우고, 인간 상담원에게 '그게 무슨 뜻이냐'는 질문을 열일곱 번 받으면 누구든 그렇게 된다. "자정 처리 전에 현행 분류와 원음의 차이를 보전해야 합니다." 아르웬이 말했다. "시정관에게 임시 보류를 신청할 수는 있습니다." 벨토가 대답했다. "하지만 제14 계정은 공증탑의 오래된 자동 정리 권한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럼 누구 명의로 권한이 있습니까?" 벨토는 장부를 펼쳤다. 담당자 칸에 낯익은 문장이 있었다. [대리 공석 관리인] "또 너냐." 내가 중얼거렸다. 루루가 고개를 갸웃했다. "시온 님이 아는 분인가요?" "우리에게 일 안 하고 월급 받는 법을 가르쳐 준 분이야." "정말요? 저도 배우고 싶어요!" "배우면 안 돼. 일한 적이 없는데 일했다고 기록하는 방법이거든." 벨토가 기록을 차근차근 읽어 줬다. 백지 인쇄소에서 보았던 것처럼 제14 계정은 원래 비어 있는 서명 자리를 보호하기 위한 중계 권한을 갖고 있었다. 이후 시스템을 통합하면서 보관용 권한이 심사·정리 권한으로 오인돼 넓어진 정황이 있었다. 언제 누구의 승인으로 확장됐는지는 지금 볼 수 있는 화면만으로는 판단할 수 없었다. 우리는 공증탑의 아래층에 있는 물리적 장부실로 이동했다. 장부실의 나무문에는 오래된 흠집들이 남아 있었다. 문고리에 매달린 작은 종은 미세하게 울릴 뿐이었다. 실내는 먼지가 아니라 차갑고 건조한 종이 냄새로 가득했다. 책 한 권이 작은 받침대 위에 놓여 있었다. [최초 계약 입회 기록] 종이를 열자 잉크 대신 소리의 모양이 찍혀 있었다. 위쪽에는 원본 발언자의 질문, 그 아래에는 세계수가 겨울 동안 도움을 주겠다고 한 발언을 보존한 짧은 표지. 끝에는 세 개의 서명 목적 칸이 있었다. [증언 수신: 당시 입회자들] [증언 보관: 종탑 보관인] [재확인 책임: 다음 계절에 새 질문을 전달할 사람] 나는 마지막 줄을 손가락으로 눌렀다. "이건 보증인이 아니라 배달 약속 같은데요?" 벨토가 고개를 끄덕였다. "후일에 다시 확인하겠다는 책임에 가깝습니다." "그런데 왜 현행 기록에는 영구 승낙 보증이라고 되어 있죠?" "정확한 변경 경위가 필요합니다. 지금은 이 장부가 당시의 목적과 일치한다는 사실만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아르웬은 묵묵히 사본 대신 장부의 위치와 상태를 기록했다. 원본을 꺼내 갈 생각은 없었다. 우리는 원음의 범위를 넘어서는 내용을 밖에 복제하지 않기로 했고, 세계수가 직접 허락한 문장만 사건 자료로 제출하기로 했다. 그때 책의 표지에서 작은 먼지가 피어났다. 먼지가 빛을 모아 허공에 얼굴 같은 것을 만들었다. 얼굴이라고 하기엔 눈도 코도 없었다. 오히려 오래된 편지에 남은 손가락 자국 같았다. '다시 묻기로 했습니다.' 벨토는 의자를 밀치며 일어났다. "잔향입니다. 서명 당사자가 지금 말을 건 것은 아닙니다." "알아요. 녹음이죠. 그래도 말은 알아들을 수 있네요." '첫 봄이 오면.' 나는 로딘을 떠올렸다. 그가 첫 겨울이 끝나던 날 종소리를 들었다고 했다. 지금까지 우리가 추적한 기록들이 하나의 장면으로 모이는 것 같았다. "첫 봄에 실제로 다시 물었는지도 확인해야겠네요." "그 기록은 공증탑에 없을 수 있습니다." 벨토가 말했다. "어디 있겠습니까?" "재질문을 보내는 곳은 중앙 공증탑이 아니라 지역 종탑입니다. 수신 확인은 별개 관서가 하던 시대였으니까요." 세상에, 사백 년 전에도 부서가 나뉘어 있었다. 인류 문명의 가장 확실한 지속성은 부서 간 책임 전가였던 모양이다. 루루가 손을 들었다. "그러면 여기서 확인할 수 있는 건 뭐죠?" "서명이 무엇을 뜻했는지, 그리고 언제부터 다르게 분류됐는지." 내가 답했다. "실제로 약속을 지켰는지는 다음으로." 바로 그때 아르웬의 수정 통신기가 울렸다. 북방의 미레였다. '급한 일입니다. 오늘 자정에 공증 목적이 자동 변경되면 북부 온수관 예비 저장조에 새로운 수수료가 붙는다고 합니다. 실제 징수는 아직 시작되지 않았어요. 하지만 조정관 확인이 필요합니다.' 나는 시간을 확인했다. 자정까지 여덟 시간. 하늘에 올라와도 마감 시간은 쫓아왔다. '봄까지'라는 유효기간을 지키려다가 오늘 밤 마을 난방을 걱정하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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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4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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