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증탑의 음성 서명실은 예쁘게 꾸며진 감옥 같았다.
천장에는 얇은 유리 실들이 수천 가닥 늘어졌고, 바닥에는 원형 탁자 세 개가 그려져 있었다. 탁자마다 이름이 붙어 있었다. 첫째는 발언, 둘째는 증언, 셋째는 효력.
아주 훌륭한 배치다.
문제는 세 탁자 위를 지나가는 빛이 전부 같은 색이라는 점이었다.
"목소리가 발언 탁자에서 증언 탁자로 넘어가면 어떻게 됩니까?" 내가 물었다.
벨토는 흰 장갑을 끼며 대답했다.
"확인된 발언은 독립 증언을 얻고, 증언이 인정되면 효력 자료로 이동합니다."
"그럼 확인되지 않은 목소리도 넘어갈 수 있습니까?"
"규정상으로는 없습니다."
전생에서 '규정상으로는 없습니다'는 실제로 있다의 고급 표현이었다. 나는 그 문장을 마음속에 적어 두었다.
우리는 탑의 가장 오래된 구역으로 갔다. 벽에는 작은 소리병들이 박혀 있었다. 누군가 "네"라고 말한 소리, 누군가 기침한 소리, 누군가 오랫동안 숨을 고르던 소리까지 빛의 파문으로 남아 있었다. 공증탑은 말을 기록하는 게 아니라 말이 태어난 순간의 흔들림을 기록하는 곳이었다.
루루가 병 하나에 귀를 기울였다.
"이건 '아직이요'라고 말하는데요?"
"봉인된 자료입니다. 손대지 마십시오." 벨토가 말했다.
"안 만졌어요! 병이 먼저 저한테 말했는데요!"
루루가 울상을 짓자 벨토는 아무 말도 못 했다. 이 아이의 장점은 감정과 사실을 동시에 정확하게 말한다는 점이다. 단점은 그걸 꼭 모두가 보는 앞에서 한다는 점이다.
제2 서명 원본 보관함 앞에는 네 개의 봉인이 있었다.
[사백 년 전 원음]
[백오십여 년 전 보수 기록]
[17년 전 분류 정정]
[현행 전자 대조]
"첫 번째와 세 번째가 다를 수 있겠군요." 아르웬이 말했다.
"무조건 다르다고 보지는 마십시오." 벨토가 대답했다. "정정은 보존 형식만 바꾼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확인할 겁니다."
나는 목록을 들여다봤다. 이상한 점이 하나 있었다. 첫 번째 봉인 아래에는 서명인의 이름이 없었다. 대신 작은 칸이 세 개 나란히 있었다.
[증언 수신]
[증언 보관]
[재확인 책임]
"이름 없는 서명이라며요. 그런데 왜 칸이 세 개죠?"
벨토는 한참 살피더니 말했다.
"오래된 형식입니다. 요즘 공증은 개인의 단일 보증으로 통합합니다."
"통합하면 누가 보았고 누가 보관했고 누가 다시 묻기로 했는지 구별이 안 되는 거 아닙니까?"
"서명을 관리하는 방식이 개선된 것이지요."
"그 개선의 결과가 사백 년 미답변 민원이라면 별 다섯 개는 어렵겠습니다."
로딘이 피식 웃었다. 벨토는 내 얼굴을 한참 보더니 열람 신청서를 내밀었다.
[신청인: 최시온]
[열람 내용: 제2 서명 전체]
[열람에 따른 법적 효과: 관련 승낙 여부 확인]
나는 마지막 줄을 지웠다.
"지금은 전체 열람 신청을 못 합니다. 원음에 살아 있는 다른 정령이나 주민의 사적인 말이 들어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작성 주체와 확인 범위부터요."
"부분 열람으로는 공증의 유효성을 검증하기 어렵습니다."
"그럼 부분 열람으로 가능한 검증부터 하죠."
벨토는 한숨을 쉬었다.
"그런 신청은 접수 번호가 없습니다."
루루가 번쩍 떠올랐다.
"있어요! 임시 질문형!"
"어디에요?"
"시온 님이 만든 분류예요. 답을 모를 때 쓰는 거예요!"
"우리 고객센터 내부 분류잖아!" 나는 속삭였다.
하지만 벨토가 예상외로 진지한 표정으로 장부를 찾았다. 탑의 고대 규정집 가운데, 손으로 넘겨야 하는 낡은 책이 있었다.
[정본의 내용에 다툼이 있을 때, 효력 결론을 유보한 채 기초 사실의 확인을 청구할 수 있다.]
아르웬이 읽어 주었다.
"제37조 원음 보존 이의 절차입니다. 폐지되지 않았군요."
벨토가 입술을 다물었다. 그 표정은 '이런 규정이 있었나'가 아니라 '있다는 걸 왜 하필 당신들이 알았나'에 가까웠다.
그는 서류 끝에 도장을 찍었다.
[기초 사실 대조 허가: 원음의 작성 시각·발화자 수·발화 목적에 한함]
첫 번째 봉인이 옅어졌다. 유리 실 세 가닥이 천천히 빛났다. 그것들은 서로 다른 박자로 떨렸다.
'우리는……'
짧은 소리가 들렸다. 노인의 목소리와 아이의 목소리, 그리고 종소리 하나가 겹쳤다.
로딘이 숨을 들이켰다.
"그 종소리, 내가 알아."
"어디서 들었습니까?"
"첫 겨울이 끝나던 날이다. 마을 사람들이 종탑으로 모였어."
벨토가 기록석을 확인했다.
[제2 서명 발화자: 단일 개인으로 분류]
[관측된 원음: 최소 세 갈래의 독립 진동]
나는 벨토를 봤다.
"상담원은 한 명인데 고객 목소리가 셋인 상황이군요."
"그건…… 이상합니다."
"축하드립니다. 드디어 검사 전제 하나가 깨졌네요."
말이 끝나기도 전에 방 안의 바닥이 붉게 바뀌었다.
[분류 불일치 탐지]
[자동 복원 절차 준비]
그리고 제14 계정의 표식이 유리 실 끝에 나타났다.
제172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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