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백 년 전 세계수의 말을 찾아냈다는 소식을 듣자, 고객센터에는 두 종류의 손님이 찾아왔다.
첫 번째는 진심으로 기뻐하는 사람들.
두 번째는 그 말이 자기 계약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묻는 사람들.
그리고 세 번째가 있었다.
"너희가 세계수의 발언을 위조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로딘이 양 날개를 펼치며 들어왔다. 그의 뒤에는 천계 전력청의 통지문을 들고 온 작은 전령 정령이 있었다.
[세계수 직접 발언 요지 제출 건]
[원본 확인 절차 및 공증 기록 대조 요청]
[기존 계약의 효력은 최종 결정 전까지 다툼 중]
"이게 신고서예요?" 루루가 물었다.
"신고도 있고 확인 요청도 있단다." 내가 말했다. "두 개를 한 봉투에 넣으니 괜히 무서워 보이는 거지."
전령 정령은 의아한 표정으로 나를 보았다.
"그럼 걱정하지 않으셔도 되는 겁니까?"
"걱정은 하죠. 하지만 우리가 들은 사실과 아직 모르는 사실을 정확히 구분하면 됩니다."
나는 서류를 펼쳤다. 세계수가 직접 허락한 발언 요지와 원본 보관인 세미의 확인, 니아의 계측 자료, 제로가 대조한 기록 경로, 그리고 아르웬의 반출 범위 관리표가 묶여 있었다. 로딘의 회상은 별도 첨부였다. 그것이 직접 원본과 혼동되지 않도록 표지 색도 다르게 했다.
오르셀은 전령 뒤에서 나타났다.
"준비가 빠르시군요."
"고객센터 상담원은 누가 '고소하겠다'고 하면 반사적으로 녹취부터 챙깁니다."
"원본 보관자의 동의 범위를 넘겨 공개하지 않았는지 검토하겠습니다."
"그건 환영합니다. 저희도 그 선을 지켜야 하니까요."
그는 문서를 살피더니 잠시 말을 멈췄다.
"다만 이 정도라면 임시 명령을 신청할 근거는 됩니다. 세계수가 당시 영구 승낙을 하지 않았을 가능성을 보여 주니까요."
"그럼 자동 갱신을 취소하나요?"
"자동으로 취소되는 건 아닙니다." 오르셀이 대답했다. "기존 보류 결정의 연장과, 원본 대조를 위한 심리를 요청할 수는 있습니다. 최종 효력 판단에는 천계 측 공증 기록을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또 확인할 게 남았군요."
"확인이 끝나야 남에게 적용되는 결정을 내릴 수 있습니다."
이쯤 되면 오르셀은 내 동료나 다름없었다. 사고방식이 비슷해졌다는 뜻이다. 다만 그분은 여전히 웃는 법을 몰랐다.
우리는 열세 지역의 대표들에게 결과를 알렸다. 북방의 미레는 온수관이 아직 정상이라는 계측 결과를 보내 왔다. 동부 탄지는 새 계약에 동의한 적이 없다는 주민들의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서쪽의 냉동창고에서는 공급이 멈추지 않았다는 연락이 왔다.
나는 세계수의 원본 발언 전체를 무작정 방송하지 않았다. 필요한 만큼만 설명했다. 사백 년 전 임시 지원의 발언을 확인했고, 영구 승낙으로 기재된 과정에는 다툼이 있으며, 현재 필수 공급은 기존 임시 보전 조치에 따라 유지된다는 내용이었다.
"그럼 이제 나무를 살릴 수 있는 거죠?" 북방의 미레가 물었다.
나는 바로 그렇다고 답하고 싶었다. 하지만 세계수의 수액 시계는 아직 멈추지 않았다. 과도한 추출을 멈추는 문제와 사람들에게 필요한 물과 온기를 유지하는 문제는 함께 풀어야 했다.
"이제 왜 아픈지에 관한 중요한 증거를 얻었습니다. 남은 건 그 증거가 실제 공급과 추출 방식을 바꾸도록 만드는 일이에요."
"마을이 추워지진 않겠죠?"
"그런 피해를 막는 조건을 계속 요구하고 있습니다. 계측도 멈추지 않을 겁니다."
미레는 한참 있다 대답했다.
"그럼 저희도 새 계획을 만들게요. 북쪽 온수관의 예비 저장조를 더 채워 둘 수 있는지 확인해 보겠습니다."
"그게 큰 도움이 될 겁니다. 다만 설비를 건드릴 땐 현장 담당자와 함께 안전 확인부터 해 주세요."
통화를 끝내자 루루가 두 손을 번쩍 들었다.
"시온 님! 이번 민원은 성공인가요?"
"원본 확인은 성공했어. 계약 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그럼 반만 성공이네요."
"반쪽 성공이라도 진짜 반쪽이면 괜찮지. 가짜로 백 퍼센트라고 적는 것보다."
루루는 한참 생각하더니 접수 장부에 적었다.
[민원 032: 최초 발언 일부 사실 확인 완료]
[후속 조사: 계약 공증 원본, 갱신 권한, 공급 대안]
[민원 상태: 해결 진행 중]
나는 그 문장을 보고 피식 웃었다. 이 아이도 이제 제대로 된 상담원이 됐다. '진행 중'이라는 말을 실패와 구별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
퇴근할 무렵, 세미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증인석에 누군가를 앉히지 않고도 원본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사백 년 동안 그 일을 기다렸습니다.]
"세미 씨, 이제 쉬실 수 있겠네요."
잠시 뒤 답장이 도착했다.
[퇴직 신청서는 어디에 제출하나요?]
나는 허겁지겁 아르웬에게 물었다.
"소장님, 사백 년 근무한 보관인의 퇴직 절차는요?"
아르웬이 무심하게 답했다.
"세계수 하부 보관인들은 퇴직 신청이 아니라 후임 인계 확인을 합니다. 후임이 없으면 교대 보존 체계부터 마련해야 합니다."
"여긴 직장인에게 낙원이 없군요."
"정당한 휴식과 후임 확보를 함께 추진하면 됩니다."
"그 문장, 다음 조직 문화 교육 자료에 넣어 주세요."
로딘이 웃음을 터뜨렸다. 자기 일도 아닌데 그렇게 즐거워하는 드래곤은 태어나서 처음 봤다. 하긴 내 퇴근길이 멀어질수록 로딘의 구경거리는 늘어날 테니까.
바로 그때 고객센터 천장의 작은 종이 울렸다.
딩.
종에서 내려온 편지는 흰색이 아니었다. 회색도 검은색도 아닌, 하늘빛에 가까운 유리 종이였다. 봉투 앞에 은빛 글자가 적혀 있었다.
[천계 중앙 공증탑]
[최초 계약의 제2 서명 원본 대조 요청]
[요청인: 미상]
[현장 출석 대상: 세계수 고객센터 최시온]
[주의: 출석은 관리자 권한 인수를 의미하지 않음]
나는 마지막 줄을 세 번 읽었다.
"이거…… 내가 관리자 된다는 뜻은 아니지?"
아르웬이 대답했다.
"문구상으로는 아닙니다. 하지만 실제 절차는 확인해야 합니다."
"좋아. 드디어 한 번 배운 걸 또 써먹네."
그러나 봉투 안에는 한 줄이 더 있었다.
[제2 서명 원본은 빈칸이 아닙니다.]
[잉크가 아니라 목소리로 작성돼 있습니다.]
순간 방 안이 조용해졌다.
"그렇다면…… 누군가 서명했다는 건가?" 로딘이 낮게 물었다.
"아직 몰라요. 그게 누구의 목소리였는지, 무엇을 확인한 건지부터 봐야죠."
내가 대답을 마치자 루루가 이미 새 종이를 꺼내 들었다.
"민원 033 접수 준비! 목적지는 천계 중앙 공증탑!"
나는 창밖으로 하늘을 올려다봤다. 구름 위로 뻗은 가느다란 공증탑의 꼭대기가 석양을 받아 빛났다. 땅 밑으로 내려가 한 마디를 찾아왔더니, 이제는 하늘 꼭대기로 올라가 또 다른 한 마디를 찾아야 한다.
"루루."
"네!"
"출퇴근 기록에 외근이라고 적어 줘."
"기간은요?"
"이번에는 정말 모르겠어."
"그럼 미정이라고 쓸게요!"
나는 눈을 감았다.
그건 안 돼. 우리 세계에서 '미정'은 언제나 '무기한'으로 바뀌거든.
"아니. 내가 돌아올 날짜는 나중에 직접 적을게."
다음 날도, 세계수 고객센터는 영업한다.
물론 상담원 본인의 퇴근 요청은 아직 처리되지 않았다.
제170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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