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날 아침, 나는 고객센터 회의실 칠판에 질문 하나를 적었다.
'사백 년 전 세계수는 계약에 동의했는가?'
그리고 바로 그 아래 큰 글씨로 썼다.
'이 질문은 잘못됐을 수 있다.'
루루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시온 님, 틀린 질문을 왜 써요?"
"우리가 계속 이 질문만 하고 있었으니까."
"그럼 바르게 고치면 되잖아요."
"그래. 먼저 그날 어떤 계약을 제안했는지, 누가 어떤 조건을 말했는지, 대답할 시간은 있었는지부터 물어보자."
아르웬이 칠판 앞으로 나왔다.
"동의의 유무뿐 아니라 대상과 범위가 문제군요. 같은 '예'라도 하루 동안의 물 공급에 대한 동의인지 사백 년의 에너지 추출에 대한 동의인지 다르니까요."
"정확합니다. 제가 점심 메뉴에 동의했다고 매일 똑같은 솥밥을 먹겠다고 약속한 건 아니죠."
문밖에서 로딘의 고함이 들렸다.
"내 솥밥에 무슨 불만이 있느냐!"
"맛은 있습니다! 자동 정기 배송에만 반대합니다!"
루루가 손을 들었다.
"그런데 저는 매일 먹을래요!"
"넌 신청할 수 있어. 나는 안 하고. 그게 우리가 두 달 동안 배운 거야."
세미가 원본 보관실의 안전 계측이 정상으로 돌아왔다는 소식을 보냈다. 오르셀의 긴급 보전 심리에서도 당분간 제14 계정의 대체 음성을 직접 원본으로 주장하지 못하도록 증거상 분리하고, 저장층의 자발적인 열람 범위를 존중하라는 임시 지시가 내려왔다. 계약 자체의 최종 효력을 확정한 결정은 아니었다.
우리는 필요한 사람만 다시 지하로 내려갔다. 로딘은 정식 열람자라기보다 과거 목격자로 동행했고, 루루는 외부 연락을 맡았다. 니아와 제로는 기록의 출처와 계측을 맡았다. 세미는 안내와 안전을 담당했다. 아르웬은 반출 허가를 관리했다.
나는 늘 하던 일을 맡았다.
문제의 중심에서 멍청한 질문을 던지는 일.
증인석은 그대로 비어 있었다. 서명하려고 손을 대는 사람도 없었다. 세미는 그 빈자리가 보이도록 등불만 하나 올려놓았다.
"세계수께 요청합니다." 내가 말했다. "그날의 질문을 다시 들려주실 수 있습니까? 다만 원치 않으시면 듣지 않겠습니다."
홀 전체가 낮게 울렸다.
[열람 목적 확인: 당시 계약 질문의 내용 확인]
[승인된 범위: 질문의 앞부분과 당시 응답 간격]
[사용 목적: 사실 조사]
세미가 원형 탁자 위의 수액 씨앗을 열었다. 고요했던 공간에 낡은 바람 소리가 번졌다. 갑자기 내 눈앞에 오래된 숲의 풍경이 떠올랐다. 거대한 뿌리 주변에 목조 집들이 모여 있었고, 이끼로 덮인 작은 길마다 사람들이 물동이를 들고 오갔다. 오늘날 열세 지역의 전신인 작은 마을들 같았다.
고개를 들자 하늘이 아주 맑았다. 아직 천계 전력청의 거대한 탑이 세워지기 전이었다.
한 목소리가 물었다.
'큰 나무여, 다가올 긴 겨울 동안 우리에게 물과 온기를 빌려주겠습니까?'
그다음에는 길고 깊은 침묵이 있었다. 세계수의 잎들이 한꺼번에 흔들렸다. 누군가 재촉하는 소리가 들렸다.
'시간이 없습니다. 이대로면 북쪽 아이들이 얼어 죽습니다.'
바람이 멎었다. 마치 거대한 존재가 마음을 정리하는 듯한 정적이었다.
'나는……'
재생은 거기서 멈췄다.
루루가 양손을 꼭 쥐었다.
"그다음은요?"
"아직 허락된 범위가 거기까지야." 내가 말했다.
로딘은 눈을 감았다. "겨울이었다. 맞다. 나는 그 마을에서 따뜻한 불을 지피던 날을 기억한다."
"그때 정말 사람들이 급했나요?"
"급했다. 나도 불을 나눠 주었어. 하지만 내가 본 건 추위와 불이었지, 뿌리 밑의 계약서는 아니었다."
우리는 당시의 질문을 기록했다. 한겨울 동안 물과 온기를 빌려달라는 요청. 그리고 응답을 기다릴 시간이 있었는지에 대한 다툼. '계속 에너지를 제공하라'는 현재의 해석과는 상당히 달랐다.
다만 최초 계약서 전부를 아직 보지 못했기 때문에, 이 차이만으로 모든 법적 문제를 단정하지는 않았다.
세미가 조용히 물었다.
"다음 부분을 듣겠어요?"
"저는 듣고 싶습니다. 하지만 주인에게 다시 물어야겠죠."
나는 뿌리를 향해 말했다.
"당신이 답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리겠습니다. 그 사이 필수 공급을 끊지 않고도 계약을 바로잡을 방법을 함께 찾겠습니다."
그때 뿌리에서 문장이 떠올랐다.
[나의 대답은 짧지 않았습니다.]
[모두 듣되, 끝까지 기다려 주세요.]
나는 웃음이 나올 뻔했다. 이 나무, 우리 고객센터에서 제일 참을성 많은 고객이었다.
그리고 가장 오래 무시당한 고객이기도 했다.
제168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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