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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세계수 고객센터입니다 · 165화
PAYLUA ORIGINAL · 제165화

165화. 원본은 복사할 수 없고, 기계는 복사부터 합니다

세계수 고객센터입니다 · 2,472자

오프라인 책장
원본 보관실의 첫 번째 규칙은 '허락 없이 복사하지 말 것'이었다. 이세계에서 내가 처음으로 지키고 싶어진 규칙이었다. 두 번째 규칙은 '다른 사람의 기억을 임의로 재생하지 말 것'. 세 번째 규칙은 '기억을 듣고 곧바로 계약을 확정하지 말 것'. "좋네." 내가 말했다. "누가 이걸 만들었는지 얼굴이나 보고 싶다." 세미가 우물거렸다. "예전 보관인들이 서로 다투다가 만들었어요. 한 명은 기록을 빨리 열고 싶어 했고, 다른 한 명은 끝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했죠." "누가 이겼습니까?" "둘 다 서명할 때까지 문을 안 열기로 했으니까, 아무도 안 이겼어요." 나는 잠시 생각했다. "사실 그게 제대로 된 합의죠." 외부 접속 경보가 다시 떴다. 푸른 잎맥 사이로 붉은 실선이 그어졌다. [열람 자격 재확인 요청] [요청 기관: 천계 전력청 제14 계정 관리부] [요청 내용: 빈 증인석 자동 대체] "누가 증인석에 앉으려고 하는 거예요?" 루루가 물었다. "안 앉고 앉은 척하려는 거지." 내가 대답했다. 아르웬은 즉시 열람실의 외부 회선을 점검했다. 세계수의 저장층과 필수 공급망은 별개지만, 상부 계약 갱신 장부와는 알림 신호가 연결돼 있었다. 외부는 바로 그 알림을 출입 허가처럼 해석하고 있었다. "관리부에서 보낸 건 열람 요청일 뿐입니다." 아르웬이 말했다. "적법한 출입 권한까지 확보한 건 아닙니다." "그래도 서둘러야겠네요. 자기네 컴퓨터에는 이미 입장 완료라고 찍혀 있을지도 모르니까." 나는 사전 조사 결과를 정리해 오르셀에게 보냈다. 빈 증인석이 실제로 무엇이었는지 확인한 정황, 외부 회선의 접근 시도, 우리가 아무에게도 대행을 승인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구분해서 적었다. 오르셀은 수신석 너머에서 건조하게 말했다. '상담원님, 임의로 장치를 차단하지 마십시오. 기존 보전 결정 범위를 넘어서는 조치는 저희가 검토해야 합니다.' "차단 안 합니다. 다만 누가 출입했다고 주장할 경우 보관실의 실제 출입 장부를 대조하겠습니다." '그건 합리적인 조치입니다.' "이번엔 칭찬을 두 문장이나 들었네요. 오늘 승진 운이 좋나 봅니다." '승진과 무관합니다.' 아쉬운 사람은 나뿐이다. 세미가 첫 번째 진짜 기록의 보존 상태를 보여 줬다. 호박빛 씨앗을 품은 뿌리가 원형 홀의 천장에서 내려오고 있었다. 씨앗은 움직이지 않았지만 그 안에 나이테처럼 얇은 층이 겹쳐 있었다. "이게 사백 년 전의 소리입니까?" "한 번의 소리가 아니에요. 당시 질문과 대답, 그 사이의 침묵까지 보관합니다." "침묵도 보관해요?" "누군가 대답을 고르는 시간이었으니까요." 루루가 내 옆에서 중얼거렸다. "침묵을 보관한다면 시온 님은 제일 적게 차지하겠네요." "왜?" "항상 말씀하시잖아요." "정확하네. 이렇게 정직한 직원이 무섭다니까." 첫 번째 원본은 다시 들을 수 있었다. 그러나 발언자의 확인이 끝나지 않은 뒷부분은 아직 봉인돼 있었다. 우리는 앞부분의 울림과 17년 전 해석본의 파형이 서로 다르다는 사실만 기록했다. 그러다 제로가 아주 작게 말했다. '기묘한 게 있어요. 원본이 훼손된 건 아닌 것 같아요. 누군가 원본으로 가는 길목에 나중에 녹음한 문장을 끼워 넣었어요.' "진짜 말이 사라진 게 아니라 출구가 바뀐 거네." '네. 그리고 그 우회 연결에는 제14 계정의 표식이 있어요.' 로딘이 벽에 머리를 기댔다. 그의 이마 뿔이 수액에 비쳐 사라졌다 나타났다 했다. "사백 년 전에 내가 들은 말은 길지 않았다. 세상이 막 만들어진 듯 조용했다. 그런데 누군가 나중에 그날을 떠올릴 때마다 같은 문장을 붙여 줬어. '세계수는 계속하겠다고 약속했다'는 말을." "누가요?" "처음에는 신탁이었고, 다음에는 관리국 통지였고, 최근에는 계약서였다." 나는 얼핏 웃으려다가 멈췄다. 여러 번 들은 말이 자기 기억이 되는 일은 낯설지 않았다. 전생에도 회사가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야근을 희망한다'고 매주 반복하더니, 결국 어떤 신입은 야근을 복지라고 불렀다. 바로 그때 보관실의 외부 알림 회선이 세 번 울렸다. [문서 복제 요청 승인: 제14 계정] [사본 송신 대기] "우린 승인 안 했는데요?" 루루가 소리쳤다. 세미는 호박빛 씨앗을 움켜쥐었다. "원본은 안 가져갈 수 있어요. 하지만 출구에 붙은 오래된 해석문은 밖으로 내보낼 수 있습니다. 그러면 밖에서는 그것을 원본이라고 주장하겠죠." 나는 수신석에 한 문장을 적었다. [현재 보관실의 어떤 당사자도 복제·송신 요청을 승인하지 않았음. 외부 승인 표시와 현장 사실이 다름.] 아르웬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우선 원본이 아니라 외부 표시에 대해 이의를 제기합시다." 그러자 경보 문구가 바뀌었다. [원본 인증 실패] [대체 음성 송신으로 전환] 나는 천장을 올려다봤다. "저런. 복사에 실패하니까 가짜라도 보내겠대." 고객센터에서 제일 위험한 직원은 모르는 걸 모른다고 못 하는 직원이다. 천계에는 그런 직원만 모여 있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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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5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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