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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세계수 고객센터입니다 · 163화
PAYLUA ORIGINAL · 제163화

163화. 기억을 들었는데 증거는 아니랍니다

세계수 고객센터입니다 · 2,385자

오프라인 책장
"잠깐!" 로딘이 서랍 앞으로 달려가려 하자 나는 반사적으로 그의 꼬리를 붙잡았다. 드래곤의 꼬리를 맨손으로 막을 수 있느냐고? 물론 없다. 대신 내 몸이 삼 미터쯤 끌려갔다. 그걸 보고 루루가 박수를 쳤다. "시온 님, 이동 마법도 쓰세요?" "아니. 마찰력을 잃고 있는 거야." 바닥이 비교적 부드러워 다행이었다. 삼 미터짜리 발자국을 낸 대가로 내 바지가 절반쯤 흙색이 됐지만, 다행히 사람은 무사했다. 세미는 떨어진 수액 방울을 조심스레 나뭇잎으로 덮었다. "방금 건 정식 열람 자료가 아닙니다. 저장층이 흔들리면서 증언층에서 흘러나온 잔향이에요." "증언층?" "누군가 그때 그렇게 들었다고 남긴 기억이죠." 로딘이 낮게 으르렁거렸다. "하지만 나는 분명 저 목소리를 안다." "그건 중요하죠." 내가 말했다. "하지만 누가 녹음했는지부터 알아야 해요." "그대를 의심하는 것이 아니다." 세미가 로딘에게 덧붙였다. "기억이 정직해도 시간이 틀릴 수 있고, 목소리가 같아도 말한 상황이 다를 수 있습니다." 그 말을 듣고 나는 전생 회사의 고객 불만 녹취를 떠올렸다. 누군가는 내 목소리를 편집해 '환불은 가능합니다'라는 부분만 남겼다. 앞에는 '이 조건이라면'이라는 단서가 있었다. 내 월급이 잘릴 뻔했던 것도 그 석 자 때문이었다. "정리합시다." 나는 접수 수첩을 펼쳤다. "방금 나온 문장은 '두 번째 자리는 비워 두세요'. 누가 말했다고 기록돼 있나요?" 세미가 표찰을 뒤집었다. [서랍 400-17-B] [종류: 목격자의 회상] [기록 시점: 17년 전] [목격한 사건: 약 400년 전] [증언자: 확인 필요] "열일곱 해 전에 누군가 사백 년 전 일을 기억한 거군." "로딘 님과 비슷해요!" 루루가 말했다. 로딘이 기분 나쁜 표정으로 나를 봤다. "그럼 기억력 검사라도 하겠다는 것이냐?" "아니요. 목격자라면 편집되지 않은 진술을 부탁드린다는 겁니다. 거부하셔도 됩니다." 그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 "그날을 처음부터 떠올리는 건 싫다." "그럼 지금 하지 않으셔도 돼요." 정말 그러려고 했다. 우리는 누구의 거부도 승낙으로 고칠 생각이 없었다. 그런데 로딘이 발톱으로 바닥에 선 하나를 그었다. "하지만 그날 내가 잘못 본 게 있다면 알고 싶다. 나중에 따로 말하겠다." 나는 그 말만 기록했다. '진술 예정'은 '진술 완료'가 아니다. 그런 차이를 지키느라 우리가 여기까지 왔다. 홀 한가운데에는 작은 둥근 탁자가 있었다. 탁자 위에 서랍 세 개가 얹혀 있었다. 세미는 첫 번째를 가리켰다. "이건 당시의 소리예요." 두 번째는 방금 떨어진 방울과 같은 색이었다. "이건 사람들이 들었다고 기억하는 말이고요." 세 번째에는 금색 인장이 붙어 있었다. "이건 나중에 작성한 해석문입니다. 여기에 적힌 문장이 앞의 두 기록을 대신할 수는 없어요." 나는 세 번째 서랍을 열지 않고 표지만 읽었다. [계약 해석본: 세계수의 계속 공급 승낙] [수정 시점: 17년 전] "우리가 검은 조판실에서 멈춘 배포본의 뿌리가 여기까지 들어왔군요." 제로가 답했다. '그럴 가능성이 높아요. 하지만 데이터 경로는 직접 대조해야 합니다.' "좋아. 언제나 같은 결론이지. 확인부터." 세미는 탁자에 검은 자갈 하나를 놓았다. "열람하시려면 보관 원칙을 먼저 선택해 주세요. 듣기만 할지, 필기할지, 복제할지. 세 가지는 다르게 취급됩니다." "듣기만 하겠습니다." 내가 대답했다. "그마저도 주인이 허락한다면요." 세미가 자갈을 가만히 누르자 벽의 잎맥이 느리게 움직였다. 어떤 존재가 긴 생각에 잠긴 것처럼 한참 기다려야 했다. [직접 기록 열람 범위: 최초 발언의 앞부분만] [발언자 재확인: 진행 중] [무단 녹취: 금지] 아르웬이 내게 작은 종이를 내밀었다. "허용 범위 내에서 청취한 사실과 정황만 남깁시다. 음성 내용은 보관 주체가 별도로 허락할 때 기록하겠습니다." "네. 이번에는 제가 대신 적지 않을게요." 세미가 첫 번째 서랍에 손을 얹었다. 수액 방울이 부풀더니, 천천히 사람 말 같은 울림을 냈다. '나는……' 그다음 소리는 무너진 돌담 너머로 사라졌다. 그러나 아주 가까운 다른 목소리가 분명히 들렸다. '일단 계약서에는 승낙으로 적겠습니다.' 나는 숨을 멈췄다. 세계수의 목소리가 먼저 끊겼고, 누군가 그 뒤에 승낙을 기입했다. 그렇다고 그 순간 세계수가 무슨 말을 끝까지 했는지는 아직 몰랐다. 더 큰 문제는 따로 있었다. 세미가 서랍 밑면을 보여 주었다. [원본 발언의 뒷부분: 보존됨] [재생 조건: 서명되지 않은 증인석 확인] 나는 로딘을 돌아봤다. "사백 년 전의 빈자리, 아직도 우리를 기다리네요." 그가 이례적으로 대꾸하지 않았다. 그의 시선은 한 번도 채워지지 않은 두 번째 서명칸에 닿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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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3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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