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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세계수 고객센터입니다 · 162화
PAYLUA ORIGINAL · 제162화

162화. 사백 년째 퇴근하지 못한 보관인

세계수 고객센터입니다 · 2,365자

오프라인 책장
직장 생활을 오래 할수록 퇴근의 소중함을 안다. 나는 십이 년을 일하고도 퇴근 못 하는 사람들을 봤다. 야근을 너무 많이 하면 의자가 사람의 몸을 기억한다고까지 했다. 그런데 이곳에는 사백 년째 퇴근 못 한 보관인이 있었다. "누구를 찾으시면 될까요?" 내가 입구를 향해 물었다. 대답 대신 아치 위에서 먼지가 우수수 떨어졌다. 뿌리 틈이 벌어지더니 누렇게 변한 작은 표찰이 모습을 드러냈다. [보관인 세미] [담당: 최초 발언의 순서, 침묵의 길이, 발신 주체 확인] [계약 해석 권한: 없음] "좋은 직무 분장인데요." 내가 말했다. "그렇죠?" 대답은 내 발밑에서 들렸다. 이끼 덩어리 하나가 걸음을 떼고 있었다. 둥근 얼굴에 눈처럼 보이는 검은 씨앗 두 개, 등에는 아주 작은 나무껍질 가방이 달려 있었다. 키는 내 손목 정도. 그는 우리를 올려다보며 머리에 붙은 먼지를 털었다. "누구세요? 업무 시간에 들어오시면 곤란해요." "아, 근무 중이시군요. 최시온이라고 합니다. 세계수 고객센터에서 왔어요." "고객센터?" 세미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 삼백팔십오 년 전에 만들어진 그 민원 접수처요?" "역사가 그렇게 오래됐어요?" "그때 안내판을 하나 달아 줬어요. 아직도 종이 한 장 접수하려면 세 부씩 내라고 하죠?" 내가 아르웬을 쳐다보자 소장님이 시선을 피했다. 이곳도 개혁이 시급하다. 세미는 우리를 한 명씩 훑어보더니 로딘을 보고 몸을 움찔했다. "불을 뿜는 분은 안 됩니다. 기록이 마릅니다." 로딘은 억울해했다. "나는 함부로 불을 뿜지 않는다!" "지난주에 온천 솥밥을 만들면서 울타리 두 개를 태우셨잖아요." 내가 말했다. "그건 요리의 열정이다!" "오늘은 열정도 입구에 보관하세요." 우리는 외부 계측을 끝냈다. 니아는 뿌리의 맥박이 안정적이며 저장층 안쪽으로 들어가는 좁은 통로가 열세 지역 공급 회선과 직접 연결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단, 깊은 저장층의 수액 흐름은 세계수 본체와 이어져 있어 무리한 진동은 금지였다. 아르웬은 그 내용을 세미에게 읽어 줬다. "물리적 안전 확인은 마쳤습니다. 그래도 출입 허가를 부탁드립니다." "저는 안내만 해요. 허락은 여기 사는 분에게 받아야죠." 세미가 아치를 쓰다듬었다. 잎맥이 빛나고 조금 전 세계수가 남긴 문장이 나타났다. [민원 032의 조사 목적에 한해 열람 허용] [현 시점의 계약 동의 여부는 별도 확인] [기억 반출은 각각 허락을 받을 것] 루루가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저장층도 계약을 잘 읽네요!" "관리국보다 낫지." 내가 중얼거렸다. "들었습니다." 아르웬이 말했다. "그럼 소장님도 조금 기뻐하세요." 문이 열렸다. 아치 안쪽은 계단이 아니라 완만한 흙길이었다. 반딧불 같은 작은 수액 방울들이 벽에 매달려 길을 밝혀 주었다. 바닥에는 뿌리의 굵은 맥이 지나갔고, 맥이 고동칠 때마다 사방에 낮은 웅웅거림이 퍼졌다. 로딘은 입구에서 몸을 줄였다. 십 미터짜리 드래곤이 두 미터쯤 되는 크기로 변하는 모습은 매번 신기했다. 그리고 매번 어딘가 어색했다. 그의 위엄은 줄지 않았는데 콧구멍만은 여전히 거대했다. "꼬리는 안 걸리시겠어요?" 내가 물었다. "드래곤에게 꼬리는 자존심이다!" "그럼 자존심이 지금 문틀에 끼었네요." "……조금만 밀어라." 나는 로딘의 꼬리를 살짝 빼 주었다. 사백 년 산 존재의 근엄함이 무너지는 데는 이 초면의 문틀 하나면 충분했다. 길 끝에는 커다란 원형 홀이 있었다. 벽에는 나무껍질로 만든 얇은 서랍 수천 개가 층층이 박혀 있었다. 서랍마다 둥근 조약돌 하나가 붙어 있었고, 그 위에 작은 표지가 적혀 있었다. [말한 것] [들었다고 기억하는 것] [나중에 고친 것] 제로가 수신석에서 낮게 말했다. '분류가 원래부터 분리돼 있었네요.' "그러면 누가 셋을 합쳐 놓은 걸까?" 내가 물었다. 그때 세미가 가장 아래쪽 서랍 하나를 열었다. 안에서는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 비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오래된 호박빛 씨앗이 놓여 있었다. "이건 바로 들려 드릴 수 없어요." "왜요?" "말의 주인이 아직 돌려 달라고 안 했거든요." "혹시 그 주인이 세계수입니까?" 세미는 씨앗에서 손을 뗐다. "그런 식으로 물으시면 제가 대답할 수 없어요. 누군가 적은 이름과 진짜 목소리는 다르니까." 아, 이분은 제대로 교육받은 보관인이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먼저 누가 맡겼는지부터 확인하죠." 세미가 처음으로 웃었다. "사백 년 만에 그렇게 묻는 손님이 왔네요." 그 순간 홀 위쪽 서랍에서 낡은 수액 방울 하나가 뚝 떨어졌다. 바닥에 닿자 작은 음성이 흘렀다. '두 번째 자리는 비워 두세요.' 로딘이 바로 고개를 들었다. "그 목소리…… 내가 들은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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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2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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