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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세계수 고객센터입니다 · 160화
PAYLUA ORIGINAL · 제160화

160화. 세계수도 고객이라면 대답할 권리가 있습니다

세계수 고객센터입니다 · 3,675자

오프라인 책장
검은 조판실 사건이 마무리된 날, 루루는 고객센터 입구에 커다란 현수막을 걸었다. [축! 거부할 수 있는 세상!] 나는 현수막을 읽고 잠시 생각했다. "나쁘진 않은데 조금 무서워 보이지 않니?" "왜요? 좋은 일이잖아요!" "맞아. 하지만 손님들이 들어오자마자 '뭘 거부해야 하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잖아." 루루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럼 '고객님은 예 또는 아니오를 직접 선택하실 수 있습니다!' 어때요?" "아주 좋아. 단, 아무 말 안 하셔도 된다는 것도 넣자." 루루는 현수막을 뒤집어 다시 썼다. 글자가 길어져서 마지막 '보류'는 작은 나뭇잎 아래로 삐져나왔다. 아르웬은 이틀 동안 이 사건의 보고서를 정리했다. 검은 조판실의 배포 회선은 현장 안전 경보와 임시 결정에 따라 신규 표준 동의값 생성을 멈춘 상태였다. 열세 지역의 필수 공급은 모두 유지됐고, 노는 잠금 갈고리에서 풀려나 작업판 바깥에 머물 수 있게 됐다. 묵에게는 임시 교대 담당자가 배정됐다. 칠십 년 만에 주어진 첫 휴식이었다. "쉬는 날 뭘 하실 겁니까?" 내가 물었다. 수신석 속의 묵은 의자에 느슨하게 기대어 있었다. "아무것도 안 할 거야." "최고의 계획이네요." "일정표에는 뭐라고 써야 하나?" "빈칸으로 두세요. 쉬는 날의 정답은 비워 두는 거니까." 묵은 한참 웃더니 수신석을 껐다. 노에게도 새 작업 방식이 생겼다. 누구의 대답을 대신하지 않는 자리에서, 필요한 때 자기 문양을 직접 남길 수 있었다. 출판용 기계에 복귀할지 여부는 나중에 스스로 결정하기로 했다. 픽과 류는 면지가 보낸 종이로 작은 경고 표지를 만들어 주었다. [말을 바꾸면, 활자가 먼저 항의합니다.] 활자 노동조합이 생기는 날이 멀지 않았다. 아마 첫 번째 요구는 유급 잉크 휴가일 것이다. 레벤은 정정 기록의 대조 업무를 맡았다. 그의 일은 끝나지 않았다. 과거의 잘못된 표준값이 어느 계약에 쓰였는지, 어떤 집행이 실제로 이뤄졌는지 별도 확인해야 했다. 우리는 신규 배포가 중단됐다는 사실만으로 과거 피해가 모두 회복됐다고 발표하지 않았다. 오르셀은 내게 최종 현장 조치서를 건넸다. "상담원님, 이번에는 도장을 찍기 전에 직접 읽으시겠습니까?" "당연하죠. 제 이름으로 된 가짜 점검 확인서를 세 장이나 봤거든요." "그건 아직 정식 무효 판단이 내려진 게 아니라, 본인 확인이 되지 않은 상태로 보전 중입니다." "알겠습니다. 기쁨도 정확한 표현을 써야 하네요."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점에서는 많이 발전하셨습니다." "조정관님, 이제 저한테 칭찬도 하시는군요?" "관찰 결과를 말했을 뿐입니다." 이 정도면 우리 사이도 제법 친해진 것이다. 점심때가 되자 로딘이 드디어 온천 솥밥을 들고 왔다. 황금빛 솥 안에서는 김이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지난밤에 만들어 놓고 열을 유지했다는 자랑을 다섯 번쯤 했다. "보아라! 내 불꽃은 완벽한 보온 장치다!" "네. 그러나 음식물 보관 기준은 확인해야 합니다." "또 규정이냐!" "고객님의 위생과 안전을 생각해서요." "내 위장에 세균이 살 수 있을 것 같으냐!" "제 위장에는 삽니다." 나는 결국 새로 지은 밥을 먹었다. 로딘은 서운해하면서도 다시 솥에 불을 지폈다. 그때야 새 밥이 왜 그렇게 맛있는지 알았다. 드래곤도 가끔은 사람 말을 듣는다. 특히 자기가 먹을 밥에 관한 말이라면. 오후 늦게 제로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수액 도서관의 보존 목록과 검은 조판실 사본을 대조했어요. 최초 계약의 보호 조항이 참조하는 저장 위치가 나왔습니다.' 나는 식탁에서 일어났다. "어딘데?" '세계수 하부, 최초 발언 보관실. 정확한 위치는 뿌리 제일 깊은 곳의 오래된 저장층입니다. 출입 경로와 안전 상태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어요.' "또 폐쇄 구역이겠지?" '표시상으로는 그래요.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어요. 거긴 관리자의 인장을 요구하지 않아요.' "그럼 뭘 요구해?" '응답자의 의사를 요구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원본 규칙을 읽을 수 있는지 더 확인해야 해요.' 나는 잠시 창밖을 보았다. 세계수는 해 질 무렵의 붉은 하늘을 향해 거대한 가지를 뻗고 있었다. 잎 열세 장이 동시에 떨어지던 첫날이 떠올랐다. 그때는 나무가 죽어 간다는 경고만 봤다. 지금은 누군가 나무의 말을 듣지 않게 만든 세월이 더 무겁게 느껴졌다. "원본이 필요한 거군." '네. 하지만 어디까지가 정말 세계수의 직접 기록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어요.' "좋아. 이번에도 확인부터." 나무의 수명 시계는 아직 멈추지 않았다. 이전에 막아 낸 건 몇몇 무단 집행과 위험한 출력이었다. 세계수를 완전히 회복시킨 것은 아니었다. 접수석 위에 날짜가 떠올랐다. [계약 갱신 예정일까지: 17일] [제14 계정 강제 인계: 보류] [열세 지역 필수 공급: 유지] [검은 조판실 신규 자동 동의: 중지 및 검증 중] 안심할 만한 부분과 걱정해야 할 부분이 동시에 있었다. 그때 고객센터 전체에 아주 느린 진동이 퍼졌다. 문 위에 걸린 종이 한 번 울렸고, 내 책상에서 작은 초록 잎이 떨어졌다. 잎맥을 따라 글자가 번졌다. [발신자: 세계수] [내용: 내 대답 하나를 돌려주어서 고맙습니다.] 나는 한참 그 문장을 들여다봤다. "루루, 이거 세계수 본인이 쓴 거 맞을까?" "발신자는 세계수라고 나오는데요!" "우리가 방금 뭐 배웠지? 발신자 표기만으로 진짜라고 하면 안 된다는 거." 루루가 아차 하는 얼굴로 장부를 펼쳤다. "원본 확인 요청 접수!" 그 말이 끝나자 잎의 뒷면에 작은 문장이 하나 더 나타났다. [최초 발언 보관실에는 아직 돌려받지 못한 말이 있습니다.] [그 말은 400년 전의 나에게 속합니다.] [그날 나는 계약에 무엇이라고 답했습니까?] 나는 입술을 다물었다. 이전까지 우리는 사람들의 거절과 보류가 임의로 승낙이 되는 것을 막아 왔다. 하지만 최초 계약에서 세계수가 실제로 무엇이라 말했는지는 여전히 확인하지 못했다. 사백 년의 계약서, 지워진 두 번째 서명, 열일곱 해 전의 교정, 그리고 마침내 자기 목소리를 찾으려는 나무. 이 모든 것이 같은 질문을 향하고 있었다. 그날 저녁 나는 새 민원 접수서를 만들었다. [민원 032: 최초 계약의 실제 응답 확인 요청] [추정 장소: 세계수 하부 최초 발언 보관실] [접근 계획: 안전 조사 및 원본 확인부터] [주의: 발신 표기와 실제 발언자를 구분할 것] 루루가 종이를 받으며 물었다. "이번에는 '예'라는 답이 나오면 끝나는 거예요?" "아니. '아니오'가 나와도 끝날 수 있고, '모르겠다'가 나오면 더 찾아야겠지." "그럼 정답이 뭔데요?" "남이 대신 적지 않은 대답." 루루가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펜을 내려놓고 가방을 닫았다. 오늘은 정말 퇴근하고 싶었다. 그 순간 로딘이 뒤에서 외쳤다. "인간! 최초 발언 보관실로 가기 전에 내 온천 솥밥부터 평가해라!" 나는 뒤돌아보지 않고 답했다. "고객님, 아직 먹어 보지도 않은 밥에 승낙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먹어 보거라!" "그 말은 동의합니다!" 모두가 웃었다. 이상하게도 오늘은 그 웃음이 오래갔다. 나는 그제야 깨달았다. 거절할 수 있다는 건 싸우기 위한 힘만이 아니다. 자기가 진심으로 원하는 것에, 자기 입으로 '예'라고 말할 수 있게 해 주는 힘이기도 하다. 그리고 내일도 세계수 고객센터에는 분명 일이 쌓일 것이다. 퇴근 좀 하자,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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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0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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