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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세계수 고객센터입니다 · 144화
PAYLUA ORIGINAL · 제144화

144화. 활자가 혼자 승진하면 인쇄기가 폭주합니다

세계수 고객센터입니다 · 2,630자

오프라인 책장
직업이란 게 참 묘하다. 전생에서는 회사 서버가 오류를 뿜으면 개발팀을 불렀다. 그런데 이세계에서는 인쇄기가 혼자 움직이면 왜 상담원을 부를까? "최시온 님! 손잡이를 놓으면 안 됩니다!" 면지가 외쳤다. "제가 잡으면 뭐가 달라져요?" "아직 아무도 끼이지 않았다는 표시가 됩니다!" "그럼 제 손은요?" "손잡이에는 끼이지 않습니다!" 훌륭하다. 안전관리에 납득할 만한 답을 하는 회사다. 나는 비상 정지 손잡이를 붙들고 온몸으로 버텼다. 오래된 기계가 마치 수백 마리의 쇠벌레를 품은 것처럼 진동했다. 천장에는 활자들이 벌떼처럼 날아다니고, 바닥에서는 낡은 잉크통이 덜컹거렸다. 원래는 밀폐돼 있어야 할 기계였다. 지금은 스스로 뚜껑을 벌려 활자를 삼키고 있었다. 루루가 내 옆으로 날아왔다. "시온 님, 제가 큰 글자를 잡을게요!" "잡지 마! 누가 던진 것도 아닌데 왜 몸으로 막아!" 아르웬은 이미 건물 바깥에 비상 대피를 요청해 두었다. 그녀의 현장 운영은 마음에 들었다. 먼저 사람을 빼고, 위험 구역을 막고, 그다음에 원인을 조사한다. 누가 잘못했는지부터 따지는 천계 관료들보다는 훨씬 믿을 만했다. 로딘은 건물 밖에서 콧김을 뿜었다. "내 불로 저 기계를 녹이면 되지 않느냐!" "기록도 같이 녹습니다! 그리고 여기는 종이 가게예요!" "그럼 눈보라를 부를까?" "그것도 종이에 안 좋아요!" "어려운 가게로구나!" 기계 윗부분에서 목소리가 터졌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나는 고개를 들었다. 잉크 범벅이 된 작은 활자 한 개가 톱니바퀴 사이에서 손을 흔들고 있었다. 거울에 비친 글자처럼 얼굴에 '보'라는 글자가 거꾸로 새겨져 있었다. "누구십니까?" "픽입니다! 활자 정령! 이 인쇄기는 제 동료를 먹고 있어요!" "동료가 활자입니까?" "네! 원래는 '보류' 두 글자로 같이 일했는데 제가 떨어져 나왔어요! 지금 '류' 혼자 납품 대기 중입니다!" 나는 기계 안을 바라봤다. 작은 활자 '류'가 삐걱거리는 톱니에 걸려 있었다. 그 앞에서는 금빛 활자 네 개가 줄지어 올라오고 있었다. [대][리][승][인] "보류가 대리 승인으로 바뀌는 건가요?" "네! 누가 옛날 판을 고친 뒤부터 기계가 빈칸만 보면 자동으로 저걸 채우려고 해요!" 왜인지 오싹했다. 살아 있는 활자는 생소했지만, 누락값을 발견하면 마음대로 기본값을 넣어 버리는 프로그램은 아주 익숙했기 때문이다. "면지 님, 전원 차단은 어디 있습니까?" "인쇄기의 전원은 수액관과 분리되어 있어요. 저쪽 수동 가압 장치를 풀면 됩니다. 다만 압력부터 빼야 해요. 갑자기 멈추면 안쪽 활자들이 튈 수 있습니다." "루루, 밖에 있는 아르웬 소장님에게 그 순서 전달해. 픽, 거기서 내려올 수 있어?" "혼자서는요! 하지만 '류'는 못 나와요!" 나는 잠깐 고민했다. "그러면 기계를 정지한 다음 꺼냅시다. 구하러 들어갔다가 다른 활자까지 끼이면 구조가 아니라 사고예요." 픽의 얼굴이 구겨졌다. 이해는 하지만 걱정스럽다는 표정이었다. 우리는 면지의 지시에 따라 가압을 천천히 낮췄다. 바깥에서는 니아가 맥동 수치를 확인했다. 아르웬이 이중 잠금 장치를 고정했고, 루루가 직원 대피 명단을 확인했다. 마지막으로 내가 손잡이를 놓자 기계의 떨림이 멈췄다. "됐…… 나?" 나는 섣불리 손을 떼지 않았다. 계측판의 회전 수가 영이 된 것을 확인하고서야 숨을 내쉬었다. 픽이 톱니 사이로 날아 들어가 '류'를 끌어냈다. 두 활자는 마주 보자마자 엉엉 울었다. "보!" "류!" "둘이 합쳐서 보류!" "네!" "세상에. 내 월급도 이렇게 잘 찾아주면 좋겠네." 루루가 손뼉을 쳤다. 로딘도 밖에서 환호했다. 그 바람에 건물 외벽의 종이 눈이 우수수 떨어졌다. 우리는 기계를 건드리지 않은 채 내부 판의 움직임만 관찰했다. 남아 있는 금빛 활자 네 개는 자동으로 같은 문구를 조합하고 있었다. [대리 승인 완료] 면지가 한숨을 삼켰다. "이 기계에는 십칠 년 전부터 정정 완료라는 표식만 남아 있어요. 그런데 지금도 바꾸려 했네요." "대상이 뭐였죠?" "봉인된 원판의 빈자리입니다. 이번 실행은 교정이 아니라 과거 기록을 다시 덮어쓰는 작업이었어요." 나는 벽에 붙은 경고판을 읽었다. [사후 교정 시각 자동 대체: 현재] "과거 실수 자체가 없었던 것처럼 만들 수 있다는 거군요." "그럴 가능성이 있습니다." 아르웬이 말했다. "다만 실제 덮어쓰기가 발생하지 않았는지 검사해야 합니다." 검사 결과는 다행이었다. 원판의 물리적 봉인에는 손상 흔적이 없었다. 하지만 새로 만들어진 교정 지시 하나가 대기함에 들어가 있었다. [제14 계정 해석문 재인쇄 지시] [수령 대상: 열세 지역 표준 안내소] [실행 시점: 오늘 자정] 나는 수첩을 폈다. "다행이네. 자정까지는 시간이 있으니까." 루루가 물었다. "뭘 하게요?" "배달을 막아야지. 그리고 누가 밤마다 역사책을 고치는지도." 픽이 조심스럽게 손을 들었다. "저도 증언할 수 있어요. 저희 활자는 불량품이 아니었거든요." "그건 꼭 써 드릴게요." 나는 사건 기록 첫 줄에 적었다. [기계 오작동 신고: 활자 정령 픽. 구조된 활자 '류'.] 서류의 주인이 사람이나 정령일 때가 가장 좋다. 적어도 누군가 말을 했다는 사실은 남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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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4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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