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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세계수 고객센터입니다 · 143화
PAYLUA ORIGINAL · 제143화

143화. 불량 인쇄물이 가장 정직한 증인이었습니다

세계수 고객센터입니다 · 2,267자

오프라인 책장
인쇄소의 불량품 창고는 이상하게 따뜻했다. 벽 한가득 쌓인 종이에서 햇볕을 쬔 나무껍질 냄새가 났다. 바닥에는 '폐기 금지' 표가 붙은 묶음들이 줄지어 있었고, 천장에서 느리게 돌아가는 건조 바람개비가 종잇장을 넘겼다. 다들 버려질 운명이었지만 아무도 버리지 않은 종이들이었다. "여기에 실패한 인쇄물이 전부 있나요?" "실패한 이유를 확인할 수 있는 것들만 있습니다." 면지가 답했다. "단순 번짐이나 운반 중 손상과, 발언과 다른 문장을 만들려다 멈춘 경우를 따로 보관합니다." "그럼 후자가 지금 저희 일에 중요하겠네요." 면지는 선반에서 회색 상자를 꺼냈다. 옆면에는 숫자 세 개가 찍혀 있었다. [정정 시도 1·2·3] 상자 뚜껑 안쪽에는 열일곱 해 전 근무자의 주의 문구가 남아 있었다. [원본의 '거부'를 정정 지시가 있는 '보류'로 바꾸어 입력하려 함. 근거 원문 미첨부. 인쇄 보류.] 나는 수첩을 꺼냈다. "그럼 첫 번째 정정 시도는 정식 인쇄도 못 한 거군요." "그렇습니다. 거부 의사를 누가 바꾸라고 했는지 보이지 않았습니다." "담당자 성함은 확인됩니까?" 면지가 잠시 망설였다. "서명은 보호되어 있습니다. 오늘 열람 범위에는 없습니다. 그때도 담당 직원의 안전 때문에 제한이 걸렸습니다." "이름을 밝히라는 뜻이 아니에요. 직접 작업한 사람이 있었는지만 확인하면 됩니다." 면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아르웬이 살짝 놀란 표정으로 나를 봤다. "시온 님, 예전에는 이름부터 찾으셨을 텐데요." "이제 좀 배웠습니다. 나한테 필요한 건 범인의 얼굴이 아니라 사건이 일어난 순서라는 걸요." "제법입니다." "칭찬은 업무평가에 적어 주세요. 보너스가 없다는 건 압니다." 루루는 두 번째 상자를 열었다. 안에는 붉은 교정 표시가 가득한 반투명한 종이가 있었다. 본문은 가려져 있었지만 수정 방향을 가리키는 화살표는 읽을 수 있었다. [교정 시도 2: 이름 가림 적용] [검사 결과: 권한 문구까지 동시 삭제] [작업 중단 이유: 보호와 권리 말소를 구분하지 못함] "아르웬 소장님, 두 번째 작업자는 문제를 정확하게 봤네요." "예. 익명 처리와 권한 소멸은 구별되어야 합니다." "세 번째 작업에서 그게 뒤집혔겠죠?" 면지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마지막 상자를 탁자 위에 놓았다. 세 번째 교정지는 깨끗했다. 너무 깨끗했다. 손으로 문지르자 첫 두 장과 다른 촉감이 느껴졌다. 글자가 찍힌 자리는 약간 들떠 있었다. [교정 시도 3: 규정 통합 후 자동 검수 통과] [작업자 자필 확인: 없음] [검수자 표시: 갱신실 당직 관리자] [이름: 대체 가능] 나는 손을 멈췄다. "그 이름 또 나왔네." 루루가 끙 소리를 냈다. "그런데 당직 관리자는 공석이라고 했잖아요." "그러니까 누가 자동 검수를 사람 검수처럼 통과시켰는지 봐야지." 니아가 수신석으로 자료를 읽었다. '세 번째 종이는 재질도 다릅니다. 첫 두 장이 인쇄소에서 제조한 종이라면, 마지막은 외부 공장에서 공급받은 표준지예요. 원판을 같은 곳에서 찍었다는 증거가 부족합니다.' "어디서 인쇄됐는지부터 다를 수 있겠군." '네. 다만 활자 배열의 홈 자국은 이곳 기계와 아주 흡사해요.' 나는 바닥에 쭈그리고 앉아 종이 가장자리를 비스듬히 봤다. 종이가 눈부셔서 얼굴을 찌푸렸더니 로딘이 옆에서 말했다. "흠! 인간은 종이 한 장을 보고도 전투 태세를 갖추는군." "고객님은 종이 한 장에 불 붙일 전투 태세를 갖추시잖아요." "그것은 재능이다." 면지는 문가에서 오래된 회전식 인쇄기를 가리켰다. "이 기계에는 교정 시도를 취소한 기록도 남습니다. 글자는 고쳐도 압력이 지나간 흔적은 남지요. 단, 열람하려면 기계를 정지하고 안전 검사를 해야 합니다." 아르웬이 시계를 봤다. "오늘 야간 인쇄 업무에 방해가 되지 않을까요?" "지금은 야간 인쇄가 없습니다." 면지가 답했다. "원래는 없었죠." 그 순간 창고 바깥에서 철판이 울렸다. 쿵. 쿵. 탕. 복도의 조명이 황금색으로 바뀌었다. [야간 교정 작업 개시] [승인자: 갱신실 당직 관리자] "말씀 끝나기가 무섭네요." 나는 종이 상자를 덮었다. "아무도 출근하지 않은 관리자가 이번엔 인쇄소 야근까지 시키나 봅니다." 면지의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졌다. 종이 정령에게 핏기라는 게 있는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새하얗게 변했다. "저 인쇄기는 십칠 년 전부터 봉인 중이에요." 복도 끝에서 두 번째 충격음이 들렸다. 어쨌든 당장 할 일이 생겼다. 옛날 기록을 읽기 전에 오늘 새 불량품부터 막아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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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3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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