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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세계수 고객센터입니다 · 134화
PAYLUA ORIGINAL · 제134화

134화. 승진 축하 꽃다발은 본인이 사셔야 합니다

세계수 고객센터입니다 · 3,064자

오프라인 책장
루루의 승진 통지서는 분홍색이었다. 내 것은 호박색이었다. 정령이라는 이유로 선물 포장이라도 해 주는 모양이다. 내용은 똑같았다. [차기 관리자 후보 추천] [선정 근거: 미결 민원 접수 실적 우수] [후보 결정 유예: 본인 확인 필요] 마지막 줄이 있다는 게 그나마 다행이었다. 앞선 내 통지서에는 '미응답 시 배정 검토'라는 말만 있었으니까. "전 관리자 못 하는데요." 루루가 말했다. "당연하지. 네가 왜 해야 하는데." "제 키로는 책상도 안 닿고요." "그건 책상을 낮추면 돼. 문제는 네가 원하지 않는다는 거지." 아르웬이 루루를 바라봤다. "후보 추천과 정식 임명은 별개입니다. 우리에게 중요한 건 루루가 거부하겠다는 의사를 정확히 기록하는 것입니다." "맞아요. 저 거부할래요." 그러자 접수판에서 꽃다발 모양의 빛이 솟았다. [축하 장식 이용료: 관리비에서 공제 예정] "잠깐!" 내가 소리쳤다. "누가 꽃을 달라고 했습니까?" 틱이 허둥지둥 뒤로 물러났다. "후보에게 제공되는 기본 장식입니다." "기본인데 이용료를 받습니까?" "후보 부담입니다." "이 회사는 축하받는 사람 주머니부터 털어요?" 루루가 장식을 손으로 툭 건드렸다. 빛으로 된 꽃잎이 쏟아져 내렸다. 일부는 내 머리 위에 들러붙었다. "시온 님, 예쁘긴 한데요." "예쁘다고 속으면 안 돼. 꽃값이 네 퇴직금보다 비쌀 수도 있어." "제 퇴직금이 있어요?" "……그거부터 확인하자." 우리는 틱에게 비용 확정 전 보류를 요청했다. 틱은 처음에는 '그런 단추가 없다'고 했지만, 아르웬이 장식 이용의 법적 근거를 요구하자 접수판 뒤쪽에서 작은 주석이 나타났다. [정산 대상은 실사용 및 명시적 수락 항목에 한함] "명시적 수락이 없으니 이용료도 확정할 수 없네요." 아르웬이 말했다. "꽃다발이 만질 수 있는 유혹이라면, 규정은 만질 수 있는 방패군." 내가 말했다. "그 표현은 규정에 없습니다." "규정에 넣을 생각도 없습니다." 루루는 보류표를 받아 들고 한쪽 날개를 접었다. "사실 조금 기뻤어요. 제가 잘했다는 뜻 같아서요." 나는 장부를 내려놓고 루루를 바라봤다. "네가 잘한 건 맞아. 후보 추천 때문에 잘한 게 되는 건 아니고, 네가 실제로 민원을 듣고 전달한 일이 잘한 일이야." "그래도 이렇게 축하해 주는 건 처음이었는데." "그럼 우리끼리 진짜 축하하자. 비용도 본인 동의로 정하고." 나는 빈 서류 한 장을 접어 작은 종이꽃을 만들어 건넸다. 모양은 형편없었다. 생긴 것으로만 따지면 밟힌 양배추에 가까웠다. 루루는 꽃을 받아 들더니 표정이 환해졌다. "이건 얼마예요?" "무료." "정말요?" "내 손재주가 그 가격보다 비싸게 평가받으면 그게 문제지." 그때 아르웬이 꽃을 살펴봤다. "종이의 접힘 상태가 불균등합니다." "소장님. 지금은 품질 감사 시간이 아닙니다." "그렇군요. 잘 받으십시오, 루루." 아르웬이 아주 어색하게 박수를 두 번 쳤다. 루루는 제 날개로 꽃을 감싸 안았다. 로딘에게 이 장면을 보여 주지 않은 건 잘한 일이었다. 저 녀석은 축하 선물이라면서 꽃밭이 딸린 산 하나를 들고 올지도 모른다. 틱은 꽃다발 청구를 보류했다. 그가 종이에 적는 손이 떨렸다. "제 업무가 더 늘었습니다." "왜요?" "보류된 청구는 제가 수기로 옮겨야 합니다." 아, 이런. 기계를 멈추면 사람 한 명이 더 고생하도록 만들어 놓은 구조다. 내가 틱에게 일을 떠넘길 생각은 없었다. "그럼 기록 보조는 제가 하겠습니다. 개인 정보 부분은 틱 씨가 가리고, 사유와 시각만 복사할게요." "후보님이 직접요?" "후보 아니고 민원인입니다. 다시는 그 말 쓰지 마세요." 꽃다발 이용료의 기록도 그냥 버릴 수는 없었다. 아르웬이 청구서 사본에 빨간 선을 그었다. "장식비는 작은 금액이지만, 정산 구분이 '후보 응답'으로 되어 있습니다." "꽃값을 받으면서 응답까지 기록한다고요?" 틱이 서랍에서 낡은 설명서를 꺼냈다. [후보 안내 장식은 확인 의사 표시를 돕는 부가 서비스입니다.] [장식 수령 시 안내 내용을 인지한 것으로 기록합니다.] "인지한 것과 동의한 건 다른데요." 루루가 말했다. "정확해." 나는 엄지를 들어 보였다. "너 정말 관리자 후보 하면 안 되겠다. 저런 문제를 발견하면 여기서 평생 일만 시킬 거야." 루루는 내 손등을 찰싹 때렸다. "칭찬이 아니잖아요!" 틱이 '인지 확인'과 '수락 동의'를 별도 항목으로 분리하자, 접수판이 이상하다는 듯 두 번 깜박였다. [기존 후보 응답 통계와 불일치] 나는 그 표식을 조용히 따로 적었다. 꽃 한 송이를 받았다는 사실을 근거로 누군가 직장을 얻을 수도 있다니, 세상이 참 향기롭게 썩어 가는구나. "저 수치들은 지우지 말죠. 언제부터 이런 계산을 했는지 나중에 확인할 수 있게요." 아르웬은 통계 원본을 봉인했고, 틱은 수락 동의 건수로 합산하지 않는다는 주석을 달았다. 우리가 장부를 정리하는 동안 갱신실 벽면에서 규칙적인 진동이 느껴졌다. 니아가 한쪽 관에 손대지 않은 채 계측기를 가까이 댔다. "이상해요. 갱신 대기열이 변할 때마다 외부 수액관 압력이 조금씩 흔들려요." "후보가 늘면 나무가 괴롭다는 겁니까?" "직접 그렇게 단정할 수는 없어요. 하지만 변동 시점은 맞아요." 나는 장부의 시간을 비교했다. 내 거부 의사가 기록된 순간, 루루 후보 추천 순간, 꽃다발 청구가 보류된 순간. 수액관은 세 번 다른 진동을 보였다. 이게 단순한 인사 시스템이 아니라 실제 계약 집행 회로와 연결돼 있다는 뜻이었다. "아르웬 소장님, 여기서 좀 더 확인해야겠습니다. 다만 나무가 허락한 외곽 구역을 벗어나지는 말죠." 아르웬은 세계수에게 추가 확인 신호를 보냈다. 돌아온 빛은 부드러운 초록색이었다. [외곽 계측 지속 허용] [직접 동의 추정 금지] 나는 숨을 내쉬었다. 그때 루루가 틱 옆에서 작은 금빛 점 하나를 발견했다. "시온 님, 이거 뭐예요?" 접수판 아래에 빈 칸이 하나 있었다. [관리자 보충 시: 제14 계정 임시 권한 인계 준비] 우리는 아직 아무것도 인수하지 않았다. 그런데 시스템은 벌써 권한을 넘길 준비를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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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4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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