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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세계수 고객센터입니다 · 130화
PAYLUA ORIGINAL · 제130화

130화. 서명 없는 계약은 누구 책상에서 갱신되나요?

세계수 고객센터입니다 · 3,513자

오프라인 책장
침묵의 법정이 결정을 내린 날, 나는 사무실에서 구겨진 종이컵으로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구겨진 이유는 로딘 때문이었다. 컵에 뜨거운 물을 부탁했더니 손가락으로 가볍게 데워 주었다. 문제는 그의 '가볍게'와 인간의 '가볍게' 사이에 화산 하나만큼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새 컵을 사 주십시오." "그 정도는 충분히 쓸 수 있지 않느냐!" "잔을 들 때마다 손가락에 화상 입는 컵은 쓰기 어렵습니다." "약한 인간들 같으니." 나는 종이컵 옆에 민원 장부를 놓았다. [민원 026: 본인 없는 계약 갱신의 효력 확인] 그 아래 기록은 일주일 전보다 훨씬 두꺼워져 있었다. 전력청의 이의 신청 경로, 몰리가 발견한 감사 아치, 열세 지역 설명회, 북방 예비 설비 이상, 제14 계정의 선징수, 감정 분석을 통해 항의를 동의로 바꾼 기록. 니아가 자료를 날짜별로 정리했고 아르웬이 검증 상태를 표시했다. 빨간 줄도 있었다. 아직 확인되지 않은 부분이었다. 제14 계정이 실제 에너지를 빼가는지, 현재 갱신실을 운영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제2 서명인의 현재 의사가 무엇인지. 우리는 그 줄에 답을 적지 않았다. "빈칸이 많네요." 루루가 말했다. "좋은 장부야. 모르는 걸 아는 척하지 않으니까." 결정문은 오후에 도착했다. 헤이든의 이름과 법정 봉인이 찍혀 있었다. 아르웬은 긴장한 얼굴로 읽었다. [임시 결정 026] [1. 제14 계정이 제2 서명인의 현재 동의가 확인된 것처럼 처리하는 행위를 본안 심사 전까지 중지한다.] [2. 갱신 관련 안내·이의 신청·항의 기록을 동의 의사로 변환하는 자동 규칙의 적용을 금지한다.] [3. 열세 지역의 기존 필수 공급은 안전한 범위에서 유지하되, 운영 기준값의 일괄 변경은 별도 검증과 현장 확인을 거친다.] [4. 관리비 선징수와 이의 접수 지연은 별도 근거 확인 전까지 집행하지 않는다.] [5. 최초 계약의 갱신 자체에 관한 최종 판단은 보류하며, 계약 당사자들의 의사를 강요하거나 추정하지 않는다.] 나는 마지막 줄을 다시 읽었다. "그러니까 갱신이 끝난 건 아니네요." "맞습니다. 갱신 예정일 자체도 아직 남아 있습니다." 아르웬이 말했다. "대신 허락을 만들어 내는 기계를 잠깐 멈췄네요." 그것만으로도 상당한 성과였다. 작은 버튼을 눌러 세상 하나를 구했다는 식의 이야기는 아니었다. 더 큰 문제가 일어나는 걸 막는 일이었다. 눈에 띄지 않지만, 제대로 끝나면 사람들이 평소처럼 밥을 먹고 잠을 잘 수 있는 일. 루루는 금방 마을들에 연락했다. 미레에게서는 다리의 온수 공급이 안정적이라는 확인이 왔다. 탄지는 온실 보조 장치의 점검 일정을 보내 왔다. 서쪽 어업 마을의 노인은 '사람은 아직 생선을 먹을 수 있다'라는 짧은 답장을 보냈다. 그다지 시적인 표현은 아니었지만 나는 만족했다. 그때 비브에게서 작은 편지가 도착했다. [수액 도서관 보고] [제3항 해석 사본: 보존 중] [세계수 휴식 요청: 침해 기록 없음] [원본 신원 자료: 열람 시도 없음] 편지 끝에는 이런 문장이 있었다. [도서관은 오늘도 조용합니다. 로딘 님이 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나는 슬쩍 로딘을 보았다. 그는 매우 불만스러운 얼굴이었다. "도서관이 나를 미워한다!" "그쪽은 규정대로 운영하는 겁니다." "그럼 나는 규정에 맞게 조용한 드래곤이 되겠다." "지난번에도 같은 말씀 하셨습니다." "이번에는 정말이다!" 그가 크게 외치는 바람에 종이컵이 날아갔다. 내가 주운 컵을 펼치며 말했다. "조용함과 큰 소리는 동시에 성립하지 않습니다, 고객님." 잠깐 평화가 찾아왔다. 그 평화는 오래가지 못했다. 리넬이 보내온 자료 때문이었다. 그녀는 법정 결정에 따라 자동 갱신 집행 로그를 보존하다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제14 계정의 관리 명령은 전력청 청사에서 출발하지 않았다. 다른 중계 장치에서 생성된 뒤 전력청에 도착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관리자 명령 최초 발생 위치: 제4 보정실 내부가 아님] [실제 서명 시작점: 갱신실] [갱신실 소재 구역: 세계수 뿌리권 아래, 폐쇄된 순환 회랑] "잠깐." 내가 말했다. 루루가 눈을 깜박였다. "전력청이 아니라 우리 쪽 아래요?" 니아가 지도를 펼쳤다. 세계수의 거대한 뿌리 아래, 오래된 수액 관이 서로 엉켜 있는 지대가 있었다. 폐쇄된 순환 회랑은 어느 지도에도 자세한 내부 구조가 나타나지 않았다. 17년 전 라에가 제3항에 관한 반대 의견을 반환하려다 실패한 시각, 제4 보정실이 폐쇄된 시각과 갱신실 권한이 재확인된 시각이 그 회랑 기록에 연결돼 있었다. "그럼 당장 들어가죠!" 루루가 말했다. "안 돼." 내가 답했다. "왜요?" "거긴 세계수 내부야. 나무가 쉬기로 한 날에 맘대로 문을 따고 들어갈 순 없어. 그리고 오래된 회랑이면 안전 점검도 필요하고." 루루가 입술을 삐죽였다. "또 허가받고 기다려야 해요?" "그래. 답을 강요하지 않는다고 했잖아. 그 약속은 우리가 급할 때도 지켜야지." 아르웬은 안전 조사 계획서를 준비하겠다고 했다. 니아는 주변 수액 관의 손상 가능성을 점검할 외부 기술자를 부르기로 했다. 제로는 회선 밖으로 어떤 음성도 빼내지 않는 조건으로 신호의 방향만 확인할 수 있다고 했다. 로딘은 자신이 사백 년 전 그 회랑 근처에 갔던 기억이 있다며 안내하겠다고 나섰다. "고객님, 길은 정확히 기억하십니까?" "물론이다! 거기서 동쪽으로 세 산맥을 지나면—" "그건 지상입니다." "지하에도 산맥이 있을 수 있지 않느냐!" "없다는 말을 하진 않겠습니다. 다만 지도 담당은 니아입니다." 나의 수첩에 새 일정이 적혔다. [갱신 예정일까지 25일] [우선순위 1: 주민 필수 공급 유지] [우선순위 2: 세계수의 선택권 보호] [우선순위 3: 갱신실 운영 경로 확인] 마지막으로 루루가 하나 더 쓰려 했다. [우선순위 4: 시온 님 퇴근] "그건 꼭 적어라." 나는 말했다. 그때 접수석에서 처음 보는 색의 불빛이 켜졌다. 붉은색도, 세계수의 초록색도 아니었다. 오래된 수액이 말랐을 때의 흐린 호박색이었다. [접수 출처: 갱신실] [민원 접수 대상: 최시온] [내용: 관리자 자리 인수 안내] 나는 종이를 내려다봤다. "……네?" 루루가 먼저 읽었다. "관리자 자리 인수…… 안내?" 통지서 마지막 줄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현 당직 관리자: 공석] [차기 관리자 후보: 최시온] [후보 추천 근거: 최근 10일간 갱신 절차 관련 이의 처리 실적 1위] 로딘이 껄껄 웃었다. "축하한다, 인간! 승진했구나!" 아르웬이 심각하게 말했다. "지원한 적도 없는데 추천됐다는 건 먼저 확인이 필요합니다." 나는 의자에 털썩 앉았다. 전생에서는 민원을 열심히 처리하면 상사가 일을 더 줬다. 이세계에선 그러다가 계약 전체를 갱신하는 관리자 후보가 된다. 그것도 내 허락 없이. 나는 통지서를 뒤집었다. 뒷면을 확인했다. [후보 지명에 대한 거부 방법은 갱신실 현장 안내를 참조하십시오.] "아하." 내가 아주 천천히 웃었다. "이번엔 제가 고객이군요." 한 번쯤은 저쪽이 내 전화를 받아야 할 차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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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0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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