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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세계수 고객센터입니다 · 129화
PAYLUA ORIGINAL · 제129화

129화. 긴급 정지 버튼에는 사용 설명서가 필요합니다

세계수 고객센터입니다 · 3,016자

오프라인 책장
법정의 금빛 장부가 열린 순간, 하늘 청사 전체에 경고음이 울렸다. [갱신 승인 예정 이벤트가 발행되었습니다.] [하위 장치: 지역 표준 갱신 대기] [자동 실행까지 00:15:00] "벌써? 갱신까지는 아직 스물여섯 날이 남았는데!" 루루가 외쳤다. 벨테르가 빠르게 장부를 훑었다. "계약 체결이 아니라 하위 장치 설정 배포입니다. 하지만 열세 지역 설비에 영향이 생길 수 있습니다." 아르웬이 즉시 각 지역에 연락했다. 북방 미레는 예비 화로가 아직 보호 정지 상태라고 보고했다. 동부 탄지는 습도 보조 장치를 수동 점검 중이라고 했다. 서쪽 어업 마을의 저장 장치는 기존 온도 기준을 유지하고 있었다. 다행이었다. "좋아. 현장 안전부터 확인했어." 내가 말했다. "다음은 누가 어떤 명령을 내렸는지 확인하자." 니아는 실행 대기열의 원본을 별도 기록석에 복사했다. 복사할 수 있는 것은 운영 로그뿐이었다. 봉인된 당사자 음성은 열어 보지 않았다. 리넬은 정산관 권한으로 명령의 성격을 조회했다. [배포 대상: 보조 설비 기준값] [실행 경로: 제14 계정 → 제4 보정실 중계 → 전력청 표준 분배망] [실행 책임: 미표시] "도대체 왜 책임자란은 늘 비어 있는 겁니까?" 내가 물었다. "시스템이 오래되면 그렇게 될 수 있습니다." 리넬이 말했다. "그러면 오래된 시스템을 고쳐야죠. 오래됐다고 책임까지 고대 유물이 되는 건 아니잖아요." 헤이든은 임시 정지의 요건을 확인했다. 전력청 측도 하위 장치가 계약 갱신 의사와 혼동되어 실행되는 것은 위험하다고 인정했다. 그 의견이 같다는 사실이 오히려 상황의 심각함을 보여 줬다. "배포를 멈출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까?" 헤이든이 물었다. 벨테르는 고개를 끄덕였다. "분배망 단계에서 행정 배포를 차단할 수 있습니다. 다만 계약 자체의 상태에는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그렇게 하세요." 단순했다. 실행 버튼 옆에 중지 버튼이 있었다면 몇 줄이면 끝날 일이었다. 하지만 전력청의 정지 절차는 네 종류였다. 공급 중단, 계약 정지, 정산 정지, 배포 보류. 비슷한 이름인데 결과가 전부 달랐다. "공급 중단은 절대 누르지 마세요." 내가 말했다. "알고 있습니다." 벨테르가 대답했다. "계약 정지도 이번엔 아닙니다. 정산 정지도 이미 별도 보류됐고요. 배포 보류만." "네." 로딘이 옆에서 속삭였다. "버튼 하나를 누르는 데 왜 이렇게 사람이 많이 필요한가?" "안전한 버튼을 찾고 있으니까요." "그럼 버튼 이름을 길게 쓰면 되지 않느냐?" "고객님에게서 드디어 좋은 의견이 나왔네요." 로딘이 어깨를 으쓱했다. 덕분에 법정 벽의 등잔이 떨어질 뻔했다. 벨테르가 '계약 현행 유지 및 지역 공급 보호 조건 아래 행정 기준값 배포만 임시 보류'라는 긴 이름의 버튼을 눌렀다. 이름이 너무 길어서 명판 밖으로 삐져나와 있었다. 실행 화면에는 숫자가 멈췄다. [자동 실행까지 00:00:47] [상태: 배포 보류] 루루가 두 팔을 들었다. "성공이에요!" "잠깐." 니아가 말했다. "현장 확인이 남았습니다." 우리는 지역 담당자들의 확인을 기다렸다. 북방의 보조 화로는 멈춘 채였다. 실제 다리 온수관은 정상. 동부 습도 장치도 새 기준을 받지 않았다. 서쪽 저장 창고 역시 정상. 열세 지역의 보고를 모두 받고서야 나는 숨을 길게 내쉬었다. 실제로 아무것도 움직이지 않은 것이 오늘의 성과였다. 나는 잠시 눈을 감고 열세 지역의 풍경을 떠올렸다. 얼음다리를 건너는 아이들, 온실에서 물방울을 닦는 탄지, 생선 창고 문을 잠그는 노부부. 이들 중 누구도 우리가 지금 버튼 하나를 찾아 헤매는지 알 필요는 없었다. 모르는 채 평온하게 지내는 것이 가장 좋은 결과였다. 그때 작은 수신석에서 탄지의 말이 흘러나왔다. '관리인이 방금 확인했습니다. 장치에 새 지침은 안 내려왔고, 원래 온도로 잘 유지되고 있어요. 그런데 그쪽은 괜찮으세요?' "네. 저희도 괜찮습니다." '거짓말하지 마세요. 목소리가 아주 피곤한데.' 나는 수신석을 쳐다봤다. 대단한 분이네. 얼굴도 안 보고 야근을 맞히다니. "이따 퇴근할 예정입니다." '그 말은 똑같이 들어서 못 믿겠어요.' 수신석이 꺼졌다. 루루가 팔짱을 끼며 나를 빤히 봤다. "거짓말하면 안 된다면서요." "퇴근하려고 노력은 할 거야." "그건 예정이 아니잖아요." 정령이 성장하는 방식이 조금 무섭다. 이제 내 변명부터 잡아낸다. "버튼에 사용 설명서를 붙입시다." 내가 말했다. "얼마나 자세히요?" 아르웬이 물었다. "무엇을 멈추고 무엇은 계속되는지 딱 알 수 있게요. 그리고 누른 사람 이름은 반드시 남기고." 헤이든은 기록 담당에게 같은 취지를 명령했다. 이번 일은 단순한 화면 오작동이 아니라, 본인이 선택하지 않은 것을 선택한 것처럼 처리한 시스템 오류와 연결돼 있었다. 우리가 정리하려던 순간 리넬이 주판을 두드렸다. "한 가지 이상합니다. 제4 보정실은 이미 폐쇄된 부서입니다. 그런데 이번 배포 명령은 현재 시각으로 서명됐습니다." "과거 자료 재생이 아니라요?" "네. 신규 명령입니다." 모두 잠시 입을 다물었다. 이것은 결정적인 차이였다. 과거의 잘못된 프로그램이 혼자 돌아가고 있다면 자동 오류로 설명할 수 있었다. 하지만 현재 시각에 새로운 명령이 발행됐다면 누군가 혹은 어떤 장치가 지금도 그것을 운영한다는 뜻이었다. 나는 리넬의 주판을 바라봤다. [서명자: 갱신실 당직 관리자] [이름: 대체 가능] "이름이 대체 가능이라고요?" "개별 인물명이 아니라 직무 자리입니다." 리넬이 말했다. 로딘이 납득할 수 없다는 듯 콧김을 뿜었다. "그럼 내가 내 이름을 '위대한 드래곤' 대신 '대체 가능'이라고 적으면 어떻겠느냐?" "고객님이 스스로 그렇게 인정하시면 저는 말리지 않겠습니다." 루루가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 하지만 나는 웃으면서도 수첩 맨 아래에 적었다. [조사 필요: 현재 시각에 움직이는 갱신실 당직 관리자] 신원은 모른다. 동기도 모른다. 다만 처음으로 우리가 상대하는 존재가 단순한 오래된 도장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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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9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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