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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세계수 고객센터입니다 · 128화
PAYLUA ORIGINAL · 제128화

128화. 증인은 나무인데 나무에게 질문하지 마세요

세계수 고객센터입니다 · 2,795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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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법정에서 긴급 심리가 열렸다. 정확히 말하면 '갱신 전 집행의 적정성'에 관한 심리였다. 계약 자체가 유효한지 판결하는 자리는 아니었다. 아르웬은 열 번이나 그 사실을 강조했다. 내가 은근슬쩍 '갱신을 멈추러 왔습니다'라고 말할까 봐 걱정하는 모양이었다. 나도 안다. 그 정도는 안다. 다만 제목이 너무 길어서 잊어버릴 뿐이다. 재판장 헤이든은 평소처럼 낮은 목소리로 질문했다. "사전 집행으로 인한 실제 피해가 있었습니까?" "북방 예비 설비에 승인되지 않은 표준이 적용됐고, 열세 지역에 새 관리비가 청구됐습니다." 니아가 기록석을 들어 보였다. "기존 세계수 공급은 차단하지 않았습니다." "청구서의 금액이 실제로 빠져나갔습니까?" "지역에 따라 다릅니다. 현재 확인된 자동 이체 중단 건과 이체 예정 건을 분리했습니다. 추정치는 별도로 표시했습니다." 헤이든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니아가 얼마나 믿음직스러운지 새삼 느꼈다. 우리 팀에는 말이 많은 정령과 절차를 사랑하는 엘프, 수프를 데우는 드래곤이 있다. 데이터가 객관적이라는 점 하나만으로 니아는 이미 신화적 존재였다. 전력청 측에서는 벨테르가 나왔다. 그는 고개를 숙이고 인정했다. "제14 계정의 선징수는 내부 점검 과정에서 확정 전 단계임이 확인됐습니다. 강제 징수와 공급 제한은 보류하겠습니다." 그 대답에 사람들 표정이 조금 풀렸다. "그럼 계정이 가진 갱신 권한은요?" 내가 물었다. "그 부분은 별도 관리 주체의 검토가 필요합니다." "관리 주체가 누군지 확인할 수 있습니까?" 벨테르는 잠시 망설였다. "현재 담당자 표시가 없습니다." 법정 뒤쪽에서 누군가 기침을 했다. 몰리였다. 오늘은 안내 도우미 자격으로만 참석했다. 그녀는 청사 내부의 접수 경로가 어떻게 바뀌는지 설명할 수 있었다. 그러나 갱신실의 실제 담당자를 안다고 말하지 않았다. "제가 안내하는 문이 누군가를 동의한 사람으로 기록한다는 걸 알았을 때 무서웠어요." 몰리가 말했다. "그래서 안내서를 고쳤습니다. 지금은 고객이 문을 통과하기 전에 어떤 기록이 남는지 말하고 있어요." 헤이든은 그 진술의 범위를 확인하고 기록에 남겼다. 법정은 몰리가 한 번의 행동으로 모든 잘못을 고칠 수 있다고 주장하지 않았다. 안내 경로와 계약 권한은 서로 다른 문제였다. 나는 그녀에게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에게 불리할 수도 있는 사실을 말하는 일은 대개 상상보다 용기가 필요하다. 로딘이 나에게 속삭였다. "저 조그만 구름은 왜 이렇게 담력이 크냐?" "고객님보다는 키가 작으니까 다른 데서 존재감을 키우나 보죠." "내 담력도 크다!" "네. 소리는 더 크시죠." 역시나. 이 세계에서 가장 바쁜 사람은 이름 없는 담당자다. 수백 년 동안 일을 하면서도 단 한 번도 얼굴을 비치지 않는다. 모은은 법정의 기록 보존 담당석에서 조용히 말했다. "오늘 확보한 것은 행정 자동 집행의 증거입니다. 그것만으로 제2 서명인의 현재 의사를 알 수는 없습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분이 침묵할 권리도 있습니다. 지금 여기 불러서 답을 강요하면 우리가 같은 일을 하게 되겠죠." 그 말이 끝나자 로딘이 증인석으로 다가갔다. "사백 년 전 나는 세계수 곁에 있었다. 그 나무는 계약할 때 분명히—" "목격한 사실부터 말씀해 주십시오." 헤이든이 말했다. 로딘은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러더니 기묘하게 침착한 목소리로 답했다. "계약문을 읽어 준 자가 있었다. 나무와 다른 서명인은 오랫동안 기다렸다. 답이 늦다고 누구도 시간을 재촉하지 않았다. 그 뒤 각자 표시를 남겼다." "그중 어떤 표시가 실제 동의였는지 보셨습니까?" "전부는 못 봤다. 안 보이는 곳에서도 누군가는 말을 했으니까." 이게 로딘이 할 수 있는 가장 정직한 증언이었다. 과거를 다 본 척하지 않았다. 나는 기록에 표시했다. 그때 법정 한쪽 창틀에서 잎사귀 하나가 날아왔다. 세계수의 잎이었다. 모두의 시선이 향했다. 헤이든은 기록 담당에게 잎의 움직임을 동의나 증언으로 입력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세계수가 자발적으로 무엇을 전달하려는 것이 아니라면 이 움직임은 증거가 아닙니다." 법정은 조용해졌다. 잎은 작은 탁자 위에 내려앉았다. 누군가 손을 뻗으려다 멈췄다. 나는 아주 오래 기다렸다. 나무가 쉬고 싶다고 말한 날부터, 기다린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조금은 배웠다. 잎맥에서 짧은 문장이 떠올랐다. [오늘은 갱신 의사에 답하지 않겠습니다.] 나는 그 문장을 원형 그대로 보존했다. 찬성도 반대도 아닌, 답하지 않겠다는 현재의 뜻. 헤이든이 물었다. "이 의사를 접수해도 괜찮습니까? 답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한참 뒤 잎이 빛났다. [접수해도 됩니다.] 루루는 울 것 같은 얼굴로 웃었다. 이것은 세계수가 계약에 답했다는 뜻이 아니었다. 자기 말이 어떻게 사용될지 정했다는 뜻이었다. 심리는 속행됐다. 세계수의 의사 표시에 압박이 없었는지 절차를 확인한 뒤, 법정은 범위를 분명히 했다. [현재 갱신 의사: 미표명] [본인의 답변 보류는 갱신 동의로 해석할 수 없음] [기존 공급의 안전 유지 방안은 별도 심사] 그런데 바로 그때 전력청 측 자리에서 금빛 장부가 저절로 펼쳐졌다. [제14 계정: 제2 서명인의 갱신 승인 예정] "예정이라고요?" 아르웬이 되물었다. 벨테르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이 문구는 제가 작성하지 않았습니다." 나는 장부를 노려봤다. 누가 오늘의 말을 아직 끝나지도 않은 미래의 허락으로 적어 놓았다. 소리가 들리지 않는 쪽을 향해 질문하느라 우리는 바빴다. 그런데 정작 누군가는 우리 뒤에서 대답을 미리 만들어 놓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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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8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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